【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이홍재 소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 수능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수험생들의 노력이 더욱 치열해지는 시기다.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잘 외울 수 있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잘 풀 수 있는 방법이라면 자다가도 귀가 번쩍 뜨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용하다’는 공부법이 많이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 ‘학생=공부’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성인이 돼서도 해야 할 공부가 많다. 취업을 위해서, 승진을 위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창업을 위해서 등등 어린 시절 타의에 의해 했던 공부를 나이 들면서는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된다. 성인의 경우 학창시절처럼 하루를 온통 공부에 투자하기 힘들기에 부족한 시간에 공부하고도 큰 학습효과를 내줄 공부법에 관심이 많다. 평생을 함께할 공부.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배우는 기쁨을 더해줄 공부법은 무엇일까? 요즘 뜨고 있는 핫하고 이색적인 공부법을 소개한다.
‘공부법’ 필요한가?
서점에 가보면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공부법을 먼저 공부하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다. 이처럼 공부법을 알아두면 공부에 확실히 도움이 될까?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교수를 지낸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이홍재 소장은 “무조건 오래 공부한다고 그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열심히 하는가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며 “공부법은 크게 두 가지, 관리와 내용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 관리(매니지먼트, management)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생활리듬을 극대화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내용(콘텐츠, contents)은 공부해야 할 내용 자체를 가공해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걸어갈 수도, 차를 타고 갈 수도, KTX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이홍재 소장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며 공부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파란 펜으로 적고 또 적는, 파란 펜 공부법 인기 몰이 중
이 공부법으로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동경대, 와세다대 등에 진학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재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부법이다. 파란 펜 공부법은 쉽고 간단하다.
방법 1: A4 크기의 노트에 암기하고 싶은 내용을 파란 펜으로 빼곡히 적는다. 파란 펜으로 ‘빽빽이’(흰 종이 위에 흰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글자를 빽빽하게 쓰는 것)를 쓰면서 암기하는 공부법이다.
☞ 효과
첫째, 기억력이 좋아진다. 파란색 때문에 마음이 차분해져 공부에 집중할 수 있고, 파란색의 빽빽한 글자는 신선한 인상을 주어 기억에 남기 쉽다.
둘째, 오감을 활용해 뇌가 젊어진다. 파란색 글자가 시각을 자극한다. 이에 소리를 내 적으면 청각을 자극하는 등 오감을 자극해 뇌가 활성화되어 뇌가 젊어진다.
방법 2 : ‘적·녹·청’ 색깔별로 역할을 부여하여 적는다. 각각의 색에 역할을 정한 후 그 규칙에 맞춰 적는다. 예를 들어 빨간 펜은 중요한 내용을, 녹색 펜은 깨달은 내용을, 파란 펜은 기억해야 할 내용을 적는다. 이외에 더 필요하다면 형광펜이나 다른 색깔의 펜들을 추가로 사용한다.
☞ 실천 팁
● 펜: 잉크 소모가 빠른 파란색 젤 잉크가 좋고, 잉크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몸체는 투명한 것이 좋다.
● 종이: 낱장보다는 노트에 적는다. 노트는 과목(또는 분야)별로 분권하지 말고 한 권에 모든 과목을 다 적는다(한 권을 다 쓰는 속도가 빨라 공부 성과를 시각화할 수 있다).
● 보관: 다 쓴 펜과 노트는 모두 보관해 공부한 성과를 시각화한다.
☞ 전문가 Advice
이홍재 소장은 “파란 펜 공부법은 쓰기 학습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공부법”이라고 말한다. 학생이든 성인이든 강의를 듣거나 공부할 때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손 필기보다는 키보드로 바로 내용을 입력하고 정리하곤 한다.
이홍재 소장은 “정보를 정리해 놓는 데는 컴퓨터가 좋다. 하지만 기억하는 데는 아날로그가 좋다.”고 조언한다. 발명가들에게 수많은 수첩이 있었듯이 신선한 통찰력이나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손 필기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쓰는 습관은 정서함양에도 좋다. 이런 면에서 적고 또 적는 파란 펜 공부법은 쓰기 학습법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학교나 병원 등에 색감을 이용한 디자인을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스위스 심리학자 막스 류서는 파란색이 평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이홍재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공부하는 데 불안정한 성향이 있다면 파란색을 활용하는 것도 좋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것을 주목해 볼 수 있도록 색깔로 표시하는 것은 훌륭한 방법이며, 질문거리를 파란색으로 적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공부 성과의 관건은 기억!
공부의 절반 이상은 기억과 관련이 있다.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그 기억의 토대 위에 새로운 사실을 붙여서 지식을 확대해 나간다. 기억하지 못하면 생각해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낭비된다.
이홍재 소장은 “기억법을 나름대로 적용하여 공부하는 것이 도움된다.”면서 “효과적인 기억법은 두 가지, 이미지화하는 것(visualization)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 말한다.
● 이미지화: 이미지는 기억의 65%를 차지한다. 그림 하나가 수십 페이지 내용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기억할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어 기억하면 좋다.
● 스토리텔링: 우리의 좌뇌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스토리만큼 기억하는 데 효과적인 것도 없다. 구전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옛날에는 종이가 귀해서 길고 긴 이야기를 다 외워서 전했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그 긴 내용을 다 외워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암기할 내용을 스토리화하면 오래 잘 기억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학구열만큼 공부비법에 관한 관심도 높다. 그래서 이것이 좋다고 하면 이쪽으로 우르르 몰리고, 저것이 좋다고 하면 저쪽으로 쏠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홍재 소장은 “분명히 학습법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다.”면서 “각자의 성향을 잘 알고 자기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연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홍재 소장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언어, 인지, 생리 심리학 등 3가지 분야를 전공한 국내 유일의 심리학 박사로 고려대, 서울대 인지과학 대학원 등에서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생리심리학 등을 가르쳤으며, 삼성서울병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을 연구하였다.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연구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소장으로 과학이론에 근거한 기억술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억법을 모든 학습 자료에 적용·활용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