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영진한의원 박진영 원장】
고침단명(高枕短命)이란 말이 있다. 베개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베개는 우리의 급·만성 통증이나 질병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자는 시간, 즉 하루 8시간 정도를 잠자리에서 보낸다고 보면 인생의 1/3을 베개와 함께 하는 것이다. 이불은 철 따라 바뀌지만 베개는 잘 바꾸지 않으므로 정말로 많은 시간을 베개와 같이 보내게 된다. 그런 때문일까? 베개만 잘 베도 크고 작은 질병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추와 흉추의 변형을 막는 지름길이 된다. 왜일까?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베개 때문인가? 그래서 이 베개, 저 베개 골라가며 자본다. 그러나 베개 숫자가 점점 쌓여가도 편안한 잠을 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람이 잔다는 것은 뇌가 휴식하는 시간이다. 편안하게 쉰 뇌는 우리 몸의 항상성과 신진대사를 높여 몸에 활력이 넘치게 한다. 그러나 잠을 편히 못 자면 뇌를 피로하게 하고 지치게 하여 우리 몸의 항상성과 신진대사를 저하시킨다. 하룻밤 잠을 잘 못 잤을 때 그 다음 날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던 기억, 다들 있을 것이다.
잠 잘 때는 흉추와 경추를 체크하라
우리가 잠을 잘 때 경추와 흉추의 모양은 너무도 중요하다. 경추는 항상 C자 커브를 유지하여야 하고, 흉추는 굽지 않고 완만하게 흉곽을 유지하는 건강한 라인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잠을 잘 때 베개를 잘 베면 이런 자세가 가능하다. 그러나 베개를 잘못 사용하면 이러한 라인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몸이 고단하고 피로하게 된다.
그래서 베개를 선택할 때 첫째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동안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자목, 거북목이 되어 VDT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장 손 쉽게, 가장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자는 동안 경추가 C 라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베개를 베는 것이다.
우리가 앉아서 졸 때를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우스갯말도 있듯이 졸리면 눈꺼풀이 내려오면서 고개가 아래로 사정없이 내려간다. 이렇게 눈꺼풀과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는 상태가 바로 졸린 상황이며, 뇌가 쉬는 시간이다. 즉 뇌가 쉬면 근육도 따라 쉬게 되는데 머리를 받치고 있는 근육들도 쉬게 된다.
그러므로 뇌가 쉬는 시간에는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단단한 베개가 필요하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인을 기준으로 높이가 6cm에서 7cm가 경험상 제일 적당하다고 본다. 참고로 본 한의원에서는 6cm 높이의 경추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하게 하는 베개는 흉추의 변형도 막아준다. 즉 6cm에서 7cm 정도 높이의 베개를 쓰면 고개가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져 경추의 C 라인을 만들고 아울러 상부 흉추가 안정적으로 완만한 배열을 만들 수 있게 해주어 자연스럽게 가슴이 펴진 상태가 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베개는 좀 딱딱한 것이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데 목 아래에 위치하여 베개를 사용할 때 고개가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도 확보가 되어 숨이 편해지고 코골이가 좋아지며 가슴이 시원해져 숙면을 취하게 된다.
또한 낙침(落枕)이라 하여 자고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고 고개가 안 돌아가고 목과 어깨 등이 결리는 증상을 예방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목 디스크를 예방하면서 심폐기능을 좋게 하여 오래 사는 지름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너무 부드러우면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하는 효과가 약하지만 근력이 너무 약한 사람들은 부드러운 베개부터 시작하여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국 영화에서 보는 높디높고 푹신한 베개는 흉추의 변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경추의 C 라인을 무너뜨리는 주범이다.
즉 일자목과 거북목을 초래하며, 상부 흉추의 변형을 촉진하여 각종 두통, 눈 피로, 심폐기능 저하 및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만성피로로 가는 직행길이 된다. 이것은 고혈압의 주범이기도 한데 이는 흉추 3~5번의 변형 때문이다. 그리고 경추 7번과 흉추 1번의 변형을 초래해 뇌경색,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하며 흉추 2, 3번의 변형도 초래해 심근경색,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렇게 무서운 질병들이 단순히 잘못된 베개에서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믿기지 않겠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베개를 쓰면 이 사실이 이해가 될 정도로 베개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베개만 잘 베도 장수할 수 있다!
일찍이 베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경추에서 흉추까지 척추에 좋은 경추 베개를 직접 만들어 한의원에서 사용해 본 결과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있다. 특수 스펀지를 사용하여 만든 경추 베개는 처음 사용 시 보름 정도는 뒷머리가 저리고 아플 수 있다. 이때는 기존에 쓰던 베개와 번갈아 사용하여 익숙해져야 한다. 보름 정도가 지나면 수면 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베개를 쓰다 다른 베개를 쓰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몸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베개 없이 자는 사람도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어찌됐던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해야 하는 점에서 불리할 수 있으므로 낮은 베개부터 베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엎드려 자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척추의 틀어짐과 꼬여짐의 원인이 된다. 의외로 허리나 등, 어깨가 아파 반듯이 못 자는 사람들도 많은데 척추를 교정하면 반듯하게 누워서 잘 수 있으므로 치료하자.
때론 잠을 잘 때 뒤척이며 옆으로 잘 때도 있지만 반듯이 누웠을 때만이라도 경추의 C 라인을 유지하고 흉추의 완만한 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내일의 아침이 행복하게 다가올 것이다. 베개의 중요성! 정말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진영 원장은 척추 교정으로 만병을 다스리는 한의사로 알려져 있다. 30여 년의 임상을 통해 수많은 질병과 통증의 원인이 골반과 척추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각종 통증 치료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특히 올라간 골반이 척추를 무너뜨리는 기전을 밝혀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의 임상을 담은 책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며, 현재 서울 잠실 영진한의원에서 진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