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유은정의 행복테라피] N포세대에게… 위로가 되는 처방전

2015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장수호

【건강다이제스트 | 유은정 원장 (유은정의 좋은의원) 】

680667

마지막 학기를 두고 휴학을 결정하는 대학생들. 일명 ‘스펙 쌓기’를 하기 위함이다. 토익시험과 함께 영어회화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스펙 쌓기’를 해도 취업이 쉽지 않아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4%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대학등록금 등 경제적 문제로 2030세대들의 아픈 청춘을 지칭하는 3포세대, 5포세대, n포세대라는 별명이 생겼다. 3포세대란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다. 이들은 취업조차 힘들고 학자금 대출의 빚도 남아있는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한국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지만, 꿈과 희망마저도 잃어간다는 것이 정신과 의사로서 마음이 아프다.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첫째, 정해진 기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그런 법은 없다

20대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면서 25년 전의 나의 20대 생각과 달라진 바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여전히 일류대학에 가야 하고, 졸업해서는 곧바로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하며,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만 하고, 결혼을 했다면 집을 사고 아이들을 낳아서 키워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원하지 않는 부류도 있지만,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포기인 경우이다. ‘N포세대’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도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포기에 가깝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소위 몇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수학공식과 같은 삶이 왜 정석이 되었을까? 부모가 바라는 삶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석에 가까운 삶의 기준에 맞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생의 루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존중해준다. 가족이 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예외인 경우도 있는데, 모든 남녀가 일정한 때가 되면 꼭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통과의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지 못하면 마치 인생의 실패자처럼 낙인이 찍힌다. 이제 초혼연령이 32세.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 30대 여성에게 해야 할 질문은 ‘왜 그 나이까지 결혼 안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왜 벌써 결혼을 했느냐?’가 되었다.

둘째, 부모를 탓하지 말자. 아무런?득이 안 된다

가장 불행하고 우울한 순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리 집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 돈이 많아서 나와는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과의사를 하다 보면 같은 부모에게 나온 형제나 일란성 쌍둥이들조차도 너무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평불만을 시작하다 보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불평불만을 이제 좀 버려라. 불평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내 결핍감은 커지고 자포자기가 되니 아무 이득이 없다. 요즘 청년들을 만나보면 기성세대가 ‘노력’을 통해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인식하는 데 비해 노력보다 ‘물려받은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실적 어려움이 반영된 사고방식이겠지만, 몇 살까지는 무엇을 해놓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에서 뒤진다는 조급함이 문제이다.

“내가 서른 살이 되면 이보다는 더 나을 줄 알았어요.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서른 살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0년 인생에서 서른 살 이후에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다. 부모 곁을 떠날 나이가 되면 대다수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어떤 위치에 오르면 나하나 말고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생긴다. 부모 덕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눅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허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말자.

셋째, 내 시간의 주인은 내가 되자.?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물질만능주의가 되다 보니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여전히 만족할 수가 없다.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무조건 더 행복에 가까워 보인다. 부모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좀 천천히 벌고 여유 있게 살아도 되는데,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바쁘다는 것이 자랑인 삶! 바쁘지 않으면 나는 뒤지는 듯하다.

나 역시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정신없이 달려왔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했었다. 10여 년간 가진 것은 점점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는 순간은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던져 뛰어내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들에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듯 그렇게 미국 생활이 시작됐다.

아무도 조급하게 굴지 않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한심하고 불안했다. 미국에서 제일 처음 배운 것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35년간 단 한 번도 내 마음대로 내 하루 24시간을 써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 처음에는 얼마나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 예를 들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먹고 치우는 일, 소파 덮개를 만드는 일, 화분에 꽃을 심는 일 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비록 돈이 많이 드는 여가가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꾸려나가면서 ‘자기 조절감’, 즉 자존감이 높아짐을 느꼈다. 쫓기는 삶이 아니라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인간성의 회복이라고나 할까? 미국유학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재충전하는 나홀로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챙기는 얄미운 이기심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마음이 충전되어 감정의 찌꺼기도 잘 씻어내고 인정욕구에 목말라 허우적거리는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다.

넷째,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도 일의?연장이다.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프랑스는 한 달간 휴가를 법적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신입사원까지도 당당하게 한 달간 휴가를 떠난다. 우리나라는 법정 휴일조차도 눈치를 보면서 쉬어야 한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쉬는 시간에도 눈치가 보인다. 성경을 읽다보면 예수님도 무리를 떠나서 혼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다. 이 구절이 굳이 왜 성경에 쓰여 있을까?

3년간 사람들을 가르치고 치료한 내용만으로도 꽉 찰 텐데 말이다. 쉬는 시간도 곧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메시지를 믿는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마음을 고쳐 먹어보자. 직장을 마치고 길 건너에서 운동을 시작하거나, 퇴근 길 30분간 집근처를 걸어보자. 내 퇴근시간은 운동이 끝난 시간. 운동도 내 업무의 연장이다. 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은 농땡이를 쳐도 된다. 그만큼 일했으면 됐다. 학교나 직장생활 몇 년쯤 하다 보면 잠시 쉼표를 찍을 때도 있을 것이다. 너무 불안해 말아라. 조급하겠지만 내가 뛰어갈 방향을 고를 시간도 필요하다.

유은정 프로필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2015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장수호

    통권 388호

    HOT ISSUE 11월 특집 | 간염→간경변→간암 사슬 끊고 생존법 | 허미숙 33 건강화제 | 간염, 간경변, 간암 환자 사이에서 화제~ 바보요법 뭐길래? | 48 11월의 건강제안 | 누구에게나 두려운 암! 피할 수 있을까? | 노성훈 外 12 눈길가는뉴스 | 암이 걱정될 때 어떤 검사 받을까? 7대암 검진 가이드라인 16 2015년 희망가 | 위암 이겨낸 사는

  • [2015년 11월 특집] 간염→간경변→간암의 사슬 끊고 생존법

    2015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장수호 33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   올해 나이 59세!?간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믿었다. ‘치료하면 되겠지!’?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차례 항암치료를 했지만 암은 더 커져 버렸고, 이제는 거동조차 하기 힘든 몸이 되었다.? ‘어쩌다가 내가….’ 하루에도 열두 번 묻고 또 묻지만 그 이유를 잘 안다.

  • [2015년 11월 특집] 간경변, 간암 환자들 사이에서 화제~ 바보요법 뭐길래?

    2015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장수호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전주에 사는 유익현 씨(67세)는 간염에서 간경화, 그리고 간암, 폐 전이암까지… 착착 진행되는 죽음의 레이스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주인공이다. 누가 봐도 힘든 상황이었다. 간암에서 폐 전이암까지 된 상태에서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던 그는 지금 십수 년째 장기 생존하는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아침마당> 등 숱한 언론에도 소개되며 수많은 간암

  • [건강리포트] 병의 대물림 NO! 병든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법

    2015년 11월호 148p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구현웅치과 구현웅 원장】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배우가 암 예방을 위해 예방적 절제술을 받은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 배우의 경우 암 가족력이 있었고, 유전자 검사에서 암을 유발할 유전적 요인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암 예방을 위해 예방적 절제술이라는 적극적인 예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암만이 아니다. 많은 질병이 유전된다. 대표적인

  • [건강365일]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까지… 만성병의 배후 동맥 플라크 제거법

    2015년 11월호 140p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김항선 의학박사(<건강 100세 시대 준비서> 저자)】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의 만성병만 안 걸려도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만성병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재미 의학자 김항선 박사는 “혈관에 플라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혈관의 플라크는 만성병을 일으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