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허내과의원 허갑범 원장】
고지혈증을 앓는 박영선(47·경기 과천시) 씨는 복부비만으로 윗배와 아랫배 모두 불룩 튀어나와 있다. 만삭의 임신부처럼 튀어나온 배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뒤부터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뱃살을 빼야 할텐데….’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폐경기 여성 고지혈증 ‘적신호’
박 씨가 앓는 고지혈증은 쉽게 말해 피가 기름진 것을 말한다. 혈관 내에 찌꺼기가 잘 끼어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초래한다. 동맥경화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가는 경고신호라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전동운 교수는 “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40mg/㎗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며 “최근 들어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으로 고지혈증 환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의 정확한 용어는 이상지질혈증이다.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이 이상지질혈증이다.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으면 복합이상지질혈증이다.?
피가 탁해지면 보통 이상지질혈증을 떠올리지만 엄밀히 말해 중성지방이 높아질 때 피가 탁해진다. 우유같이 뿌옇게 된다. 이와 달리 LDL 콜레스테롤이나 HDL 콜레스테롤은 육안으로 볼 때 피가 맑다.?
남성은 젊을 때는 이상지질혈증에 덜 걸리다가 50대부터 연령이 올라갈수록 꾸준히 위험도가 높아진다. 반면 여성은 50대가 넘어가면서 위험도가 확 올라간다. 이유는 폐경 때문이다. ‘나잇살’로 불리는 뱃살이 찌면서 이상지질혈증에 걸린다는 얘기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을 앓은 가족이 있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은 유전적 소인이 있기 때문이다.?
허내과의원 허갑범 원장(한국대사증후군포럼 회장)은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려면 남자는 30대부터 뱃살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고, 여자는 40대 후반부터 폐경기를 전후해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열심히 해야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요법 필수… 약 복용 바람직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비만이나 운동 부족, 흡연, 과음 등 불량한 생활습관이나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만성 신부전, 폐쇄성 간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경구피임제, 여성호르몬,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 약제로 인한 경우도 많다.?
발열이나 통증 같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약을 기피한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은 약을 먹는 게 좋다. 약을 먹더라도 생활요법은 필수다. 당장 몸이 고장 나는 게 아니라 10년이 지나 발병하기 때문에 만성병이다. 허갑범 원장은 “수명을 늘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몸에 대해 저금해야 한다.”며 “지금 약을 먹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 예방법 ?1= 복부비만을 잡아라?
뱃살을 빼지 않곤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할 수 없다. 보통 허리둘레가 남자는 86cm, 여자는 81cm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나이가 들면 몸무게가 늘면서 주로 뱃속에 지방이 쌓이는 내장형 비만이 된다. 이는 전신에 축적된 지방 조직보다 5배 이상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영양소는 없으면서 열량만 잔뜩 든 고열량 식품을 딱 끊어서 뱃살을 빼고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복부비만을 줄이는 치료 약제는 개발돼 있지 않다. 허갑범 원장은 “허리를 이용하는 운동을 하거나 초음파로 배를 자극해 복부비만을 줄인다고 광고하는 시술은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는 방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식생활 개선과 운동만이 해답이라는 얘기다. 복부비만이 줄어들면 인슐린저항성이 개선돼 이상지질혈증은 물론 고혈당, 고혈압이 개선돼 동맥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다.?
육식을 많이 먹기 마련인 40대 미만은 견과류와 채소, 올리브유, 생선, 과일 등 저지방식이면서 골고루 영양소를 가진 지중해식 식단이 이상지질혈증에 좋다. 채식은 짜게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양파, 딸기, 호두, 아몬드, 강황, 생선 등도 권할 만하다. 흔히 먹는 믹스커피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산은 문제가 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하루 한두 잔은 괜찮지만 다섯 잔까지 마셔선 곤란하다.?
계란도 하루 1개는 괜찮지만 3개 이상 먹지 말아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세포를 만들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만드는 데 중요한 성분이므로 너무 먹지 않아도 문제가 있다. 다만 가족력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싶지 않으면 ‘밥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밥이나 떡, 밀가루음식 같은 탄수화물이나 간식, 과일, 알코올 등이 중성지방을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나이가 든 사람 중 육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은 채식가다. 하지만 적당량의 단백질 섭취는 필요하다. 배가 허기증이 오고 기운이 떨어지니까 덜 먹어서 그런 줄 알고 탄수화물을 먹게 된다. 그런데 그 탄수화물이 뱃속에서 기름기가 된다. 그러다 복부비만이 생기고 결국 이상지질혈증이 오기 때문이다.?
⊙ 예방법 2 = 유산소운동을 하라?
운동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근육량을 늘린다. 윗몸일으키기나 수영은 큰 효과가 없다. 산책이나 빨리 걷기, 조깅, 등산, 사이클 등 하체를 최대한 많이 움직이고 심폐기능을 높이는 유산소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뱃살이 빠지고 근육량이 늘어난다. 하체운동이 중요한 것은 근육조직에서 주로 포도당과 지방산을 이용하는데 전신 근육의 4분의 3이 하체에 몰려 있어서다.?
운동을 너무 싫어하거나 조금만 뛰어도 금세 지친다면 성장호르몬요법도 권할 만하다. 허갑범 원장은 “전문의와 상의한 후 성장호르몬 내분비검사를 해본 후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는 경우에만 소량으로 3~6개월 간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며 “하지만 이 치료법 역시 식사 조절과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예방법 3 = 스트레스를 잡아라
식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복부 비만을 빼더라도 만성 스트레스 상태라면 곤란하다. 스트레스에는 나쁜 스트레스, 좋은 스트레스가 있다. 적절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건강을 활성화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리하지 않게 일하되 두뇌활동은 꼭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덜 받아도 생활습관병에 영향을 준다. 건강을 오래 지키려면 꾸준히 하는 일이 뭔가 있어야 한다. ?
갱년기 때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떨어진다. 여성도 남성호르몬이 일부 나온다. 호르몬의 변화가 복부비만을 유발하고 우울감, 불면증도 불러온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식은땀이 나는 것은 여성호르몬이 줄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이상지질혈증을 앓지 않으려면 갱년기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 ?
허갑범 원장은 연세대의대 학장, 고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당뇨병 치료의 권위자. 대한내분비학회 회장, 대한동맥경화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대사증후군포럼 회장으로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현재 허내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