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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특집][건강키워드 8] ‘메르스’ 공포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5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56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갔다. 휴~~하고 한숨을 내쉴 법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 여기저기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음을 보았고, 뚫린 구멍으로 본 우리의 모습은 처참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잘 잊어버리는, 아니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의 저편에서는 또다시 같은 모습의 우리나라가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을 들추어보고자 한다.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메르스두 달 동안 우리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여 7월에는 최고 정점을 찍었고, 그 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가 10월 12일 메르스 감염 완치자의 재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메르스 여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메르스가 할퀴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크다. 186명의 확진환자와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메르스의 정체를 잘 몰랐다. 전염병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래서 사회적·국가적으로 야기된 증상은 심각했다. 두려움과 공포, 심리적 공황상태, 엄청난 경제적 손실, 병원치료의 부적합성 등 여기저기서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국가대응시스템의 부재에서부터 메르스라는 전염병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빚어진 해프닝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이제는 분석하고 정리한 후 시스템을 갖추는 일과 전염병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생활지침을 마련하여 전파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근본 해법

현재의 전염병 예방지침은 기껏해야 ▲손을 자주, 그리고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정도로 정리돼 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 지침만으로는 절대로 전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다. 즉 면역력을 항상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좋은 생활습관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생활습관 매뉴얼에는 ▲좋은 마음과 즐거운 마음 갖기 ▲좋은 밥상, 약이 되는 밥상 차려 먹기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활동이나 운동 즐기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의 주위환경 깨끗이 하기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개별 전염병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전염병이라 일컬어지는 질병은 면역력이 약한, 즉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즉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이를 능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바로 약으로만 대처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이든 대응해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처방해서는 안 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거나 환자들에게 약을 과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메르스 치료에 사용된 항바이러스제로 리바비린이 있는데 이 약물은 엄청난 부작용에 비해 유효성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신종 혹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수시로 발현하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전염병 예방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조건은 내 몸의 면역력 유지 및 증강이다.

이를 간과해서는 어떤 지침도 의미가 없다. 국가적으로도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것에 앞서 국민들의 면역력 증강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배려와 홍보를 통해 건강한 국민이 되게 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무다.

메르스가 남긴 상처와 대책

①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체계 바로 세워야

메르스 관련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최고의 숙주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며 “이번 기회에 감염에 취약한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명지의료재단 이사장)는 공중보건 위기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높이려면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의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독립시키고 전염병 발생 때 즉각 초동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에 6개의 권역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논의나 토론, 세미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슈화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것이 우리나라 행정과 정책의 관행이다.

여전히 여기서는 예산부족과 전문 인력 부족을 핑계로 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가적, 전 지구적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스템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② 경제적 손실은 어떻게 하나?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다.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다. 축제·공연·여행 등 다양한 행사가 중지되었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었다. 자연히 경기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손실 규모를 어떤 이는 2조 9000억, 또 어떤 이는 20조 정도로 추정하지만 이제 와서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만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빚어진 대규모 사회적 비용의 지불은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③ 우리나라 의료수준 평가절하된 사건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임하던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하루아침에 추락하였다. 외신들의 반응도 한국의 의료수준을 감안할 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적인 의료기술은 높이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전염병 등 시스템으로 대처해야 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의료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메르스 감염은 100% 병원 내 감염이었다.

④ “네 탓이오!” 공방으로 사회분열 야기

2015년 5월 20일~7월 28일, 69일간의 메르스 사태를 겪는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질서하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를 보여주었다. 정치인들은 서로를 비방하며 ‘네 탓이오’ 공방을 이어갔고, 언론은 무책임한 자세로 근거 없는 보도를 일삼아 사회불안을 야기시켰으며, 당국의 늑장대처는 더 많은 메르스 감염환자를 만들어냈다.

정부가 사실상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었다고 여기는 상태지만 우리는 이것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대책은 3가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첫째, 전염성 질병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우리는 이러한 국가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

셋째, 전염병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내 몸의 면역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바이러스제로는 어떤 슈퍼박테리아 또는 슈퍼바이러스(혹은 신종·변종바이러스)를 제압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 corona virus)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일반적인 처방은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과 면역제제인 인터페론이었다. 이 처방이 얼마나 실효성 있었나를 논하기에 앞서 여러 보고서나 논문,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메르스에 대항할 수 있는 약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의 전문가들은 슈퍼바이러스에 대항, 또는 잡을 수 있는 약의 개발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또 다른 전문가 그룹은 메르스 등의 슈퍼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약이 개발되면 이미 또 다른, 아니 더 강력해진 슈퍼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항생제 개발로 균이나 바이러스를 제어하려 하지 말고 내 몸 면역력 증강법을 매뉴얼화하여 보급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켜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자체의 유효성이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행복한 공존법

어느 누구도 전염병 발생을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해질수록 더 강한 전염병이 올 것이다. 또한 병원에 기생하고 있는 수많은 병원균들이 전염병 치유에 큰 방해물이 될 것이 뻔하다.

신종·변종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러면 국가도 지방정부도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가 있다. 전염되는 경로를 차단하거나 막는 역할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승을 부리는 전염병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없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매년 우리를 긴장시키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협, 최근에 홍콩 인플루엔자 유행, 아프리카의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지근거리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세유럽 인구의 절반을 집어 삼켜버린 것이 흑사병(페스트)이란 전염병이고 보면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알 수 있다. 세균 잡는 항생제 개발로 전염병과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론은 인간의 참패다. 아니 인간 이기심의 발로가 더 강한 내성을 가진 세균과 바이러스를 양산해 냈다.

그것은 마치 암세포와 유사하다. 강한 항생제를 쓰면 그 약제보다 더 강해지는 유전자를 만들어 대응한다. 슈퍼박테리아, 슈퍼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이는 항암제를 쓰면 유전자 변이를 통해 더 강한 암 조직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들의 이기심이, 오만함이 울트라슈퍼박테리아나 울트라슈퍼바이러스를 양산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겸손하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사는 법만 배운다면 자연생태계 내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조정 및 통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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