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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특집][건강키워드 7] 먹방·쿡방 열풍이 우리에게 남긴 명암

2015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52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

올 한 해를 휩쓴 키워드로 먹방, 쿡방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먹는 방송, 요리하는 방송이 TV 채널을 점령하면서 먹방·쿡방은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신조어가 됐다.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TV 스크린에는 요리하고 먹는 방송이 전파를 탔고, 그것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며 열광했던 우리다. 그렇다면 먹방·쿡방 열풍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뭐였을까? 2015년을 주도한 먹방·쿡방 열풍의 명암을 짚어본다.

먹방·쿡방 전성시대, 왜?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집밥백선생> <오늘뭐먹지> <한식대첩> <맛있는 녀석들> <식신로드>….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줄잡아도 10여 개 요리 프로가 공중파에서, 종편에서, 케이블에서 먹방·쿡방 열풍을 주도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프로들은 비슷비슷한 포맷으로 요리 대결도 벌이고 음식 토크쇼도 펼친다.

그러면서 올해 새롭게 인기스타 반열에 올라선 직업군도 있다. 이른바 요리하는 셰프들이다. 그중에는 허세소금, 슈가보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셰프도 여러 명이다. 오죽했으면 초등학생 장래희망에도 셰프는 지금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을까.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두고 말 많은 호사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소외되고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한 사회현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미디어의 베끼기 근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 좋다. 요리법도 알려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지기도 하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환상적인 손길로 요리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도 감탄스럽고, 또 한입 듬뿍 입에 넣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들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준 행복 전파자임에는 틀림없다.

또 요리에 관심 없었던 남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여 요리에 대한 장벽을 없애준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먹방·쿡방 프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는 “먹는 것을 소재로 하는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실제로 건강에 해가 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지나친 노출은 식욕 충추를 자극하는 매개체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먹방·쿡방의 인기가 낳은 부작용

먹방·쿡방을 보다 보면 꼭 따라해 보고 싶고, 또 먹어보고 싶어진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슈가보이로 불리며 먹방·쿡방을 주도하고 있는 한 요리연구가가 어떤 요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마트의 매출 품목도 달라진다고 하니 말이다.

먹방·쿡방을 보면서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날마다 먹는 것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손만 뻗으면 지근거리에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널려있다.

그래서 과식은 현대인 누구나가 힘겹게 싸워야 할 대상이 되어 있다. 날마다 우리는 먹고 싶은 본능과 싸우느라 기진맥진 지쳐있다.

그런데 TV 스크린을 가득 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혹은 음식이야기는 우리의 식욕에 불을 당긴다. 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군침이 돌면서 냉장고로 향하게 된다. 그것도 밤늦은 시간에. TV를 점령한 먹방·쿡방들이 대부분 심야시간에 집중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먹방·쿡방 열풍이 건강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경우 교수는 “먹방·쿡방의 인기가 조금 염려되는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식욕에 대해 관대해지도록 만드는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것은 먹방·쿡방의 또 다른 폐해와 맞물리면서 ‘담배보다 해로운 먹방·쿡방’이라는 오명의 이유가 되고 있다.

먹방·쿡방이 건강에 적이 되는 이유

첫째, 음식 섭취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그것도 밤늦은 시각에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해 야식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밤늦은 시간에 먹는 야식의 폐해를 고스란히 다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단연 으뜸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비만은 현대인 누구에게나 최대 고민거리다. 전 국민의 30%가 비만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풍족한 사회가 부른 자화상이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자주 먹어서 그렇게 됐다.

그런데 방송에서까지 먹는 것을 부추기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그것도 야밤에. 야식은 비만뿐 아니라 역류성식도염, 위하수 등 크고 작은 건강상의 문제점을 노출시킬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는 되도록 음식 섭취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고, 그래야 잠잘 때 생성되는 좋은 호르몬들이 마구마구 분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설탕, 소금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을 보인다는 점이다.

먹방·쿡방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백종원 씨는 슈가보이로 불린다. 설탕도 듬뿍듬뿍 넣어서 요리를 만드는 그에게 붙인 찬사와도 같은 말이다.

또 소금을 뿌릴 때도 한껏 폼을 잡고 뿌리는 인기 셰프 최현석 씨는 허세소금으로 불린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먹방·쿡방에서는 소금도, 설탕도 하나의 기호품이 된다. 건강의 적이라는 생각은 아예 접어둔다. 소금 팍팍 뿌려도 설탕 듬뿍 넣어도 “맛있다.”는 한마디로 정리되고 만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과 설탕 섭취량은 이미 위험수위다. 반드시 줄여야 할 대상이다. 소금과 설탕의 지나친 탐닉은 고혈압을 부르고 당뇨를 부르고 심지어 암까지도 유발하는 주범으로 낙인 찍혀 있기 때문이다.

먹방·쿡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도 여전히 TV 스크린에서는 음식 이야기로 넘쳐난다. 맛집을 소개하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한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 분위기에 휩쓸릴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음식을 결코 유희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자. 또 음식에서 지나치게 맛만을 탐닉하지 말자. 음식은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근본임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음식을 먹을 때도 절도가 필요하다. 김경우 교수는 “음식은 맛보다는 영양으로 먹어야 하고, 탐닉 대신 절제의 미학으로 먹어야 하며, 자극적인 맛 대신 심심한 맛으로 즐길 것”을 당부한다. 그것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식생활 원칙의 기본이 된다고 덧붙인다.

매일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하게 해준다는 영국의 속담처럼 사소한 식습관의 차이가 건강의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김경우

김경우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서울대병원 임상강사, 인하대병원 임상강사를 지냈다. 심리 가족 사회 중심의 전인적인 진료를 추구하고 만성질환 관리 및 질병예방에 힘쓰며 현재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교수로 흔한 질환·불분명한 증상, 질병예방·건강증진, 전인적 진료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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