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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클리닉] 수술하는 치질 VS 수술 안 하는 치질

2013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마중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외과 송석규 부장】

식품회사에서 일하는 40대 노용석 씨는 가끔 ‘큰일’을 보고 나서 고민에 휩싸였다. 항문을 닦을 때 나오는 피 때문이다. 그러다 올 겨울부터는 예전보다 자주 피를 봤다. 치질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노 씨는 병원을 갈까 말까 망설였다. 치질수술을 생각하면 겁부터 났다. 수술도 싫었고, 수술 때문에 생기는 통증은 더더욱 두려웠다. 그러다 결국 병원으로 간 노 씨. 의사는 치질은 맞지만 수술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치질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노 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수술 안 하는 치질, 수술해야 하는 치질?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치질, 수술만이 답은 아니다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치핵은 항문 안쪽의 정맥이 확장되고 그 정맥을 둘러싼 조직들의 노화로 생긴 살덩어리들이 항문관 안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며 더 심해지면 그것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외과 송석규 부장은 “치질은 이마의 주름살처럼 일종의 노화현상이며, 항문에 힘을 많이 주는 등 항문이 혹사당할 때 생길 수 있는 병”이라고 말한다.

치질(치핵)은 악성질환이 아닌 양성질환이다. 치질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치질수술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냥 두면 피가 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빠지기 쉽고, 그럴수록 대변을 볼 때마다 불편함은 늘어날 수 있다.

송석규 부장은 “치질수술은 보통 환자의 불편한 정도에 따라 수술을 할지 말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치질은 꼭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치질 증상을 유발하는 생활습관 교정, 약물치료, 비수술적인 시술 등으로도 치질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수술해야 하는 치질 VS 수술 안 해도 되는 치질

그럼 같은 치질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수술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을까?

송석규 부장은 “수술을 하는 가장 흔한 경우는 항문 조직이 돌출된 증상이 심하고 피가 많이, 자주 나오는 증상이 함께 있을 때”라고 설명한다. 이럴 경우에는 환자가 불편함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피만 간간이 나오면 보통은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오거나 심하게 나오면 이 한 가지 증상으로도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불편함은 물론이고 빈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질의 흔한 증상으로 대변과 함께 항문 밖으로 나온 살덩어리가 대변을 다 봐도 저절로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있다. 이럴 때는 항문을 닦을 때나 샤워기로 씻으면서 손으로 집어넣어야 하므로 수술을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이보다 더 심해서 항문 조직이 항상 밖으로 나와 있으면 상처가 나기 쉬워 통증이 동반되므로 이럴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로 이어진다.

한편, 피가 나와도 통증이 없으면 치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송석규 부장은 “통증이 없는 출혈이 치질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말한다. 피가 나오고 통증이 있으면 단순한 치질이 아니라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이 동반되거나 혈전 같은 합병증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치질이 심한 정도는 아니고 피가 적게 나온다고 해도 치질 초기가 아닐 수 있다.

송석규 부장은 “치질은 수술보다 입원 기간이나 통증 부담이 덜한 주사, 고무밴드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통해 자신의 상황과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질수술, 알고 넘어가자!

치질수술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치질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 보통 치질수술이라고 하면 치핵 제거 수술을 말하며, 항문관 주변에 생긴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절제한 후에 점막을 다시 꿰매기 때문에 통증이 있고, 2박 3일 정도는 입원해야 한다.

통증이 두렵다면 원형자동문합기를 통한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계를 항문에 넣고 치핵을 절제한 후 자동으로 봉합을 시키는 수술법이다. 통증에 민감한 항문 바깥쪽에는 상처가 안 생기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치핵제거 수술보다 통증이 덜하다. 입원기간도 보통 1박 2일 정도다. 단, 국내에 도입된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수술법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원형자동문합기는 통증이 너무 걱정되거나 빠른 사회생활 복귀를 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수술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송석규 부장은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수술 후에도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치질은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수술한 후에도 치질을 유발하는 습관을 유지한다면 유쾌하지 않은 치질수술은 계속될 수 있다.

치질수술 공포 평생 모르고 사는 저절로 치질 치료법&예방법

1 변비와 설사를 예방하라!
변비와 설사는 치질을 유발한다. 한 번 대변을 볼 때마다 ‘끙끙’ 힘을 줘야 하는 변비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설사는 왜 치질을 유발할까?

송석규 부장은 “설사는 보통 한 번 시작하면 여러 번 한다.”며 “이렇게 변기에 오래 자주 앉아 있으면 변비와 똑같이 항문에 자극을 준다.”고 말한다. 또한 설사를 자주 하면 항문의 점막이 약해져 잘 찢어진다. 그러면 항문이 아프고, 아프면 자연스럽게 항문이 오그라들게 되어 항문이 잘 찢어지게 되는 것이다.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항문질환도 잘 생긴다.

따라서 항상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물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설사를 유발하는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2 변기 위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한 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끝장을 보고 나와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있는 힘껏 힘을 줘서 시원하게 일을 보면 그제야 만족한다.
항문에 무리하게 힘을 주면 항문으로 피가 몰린다. 그러면 혈관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혈관이 터지거나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고 항문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앞으로는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말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나오자.

3 깔끔깔끔~좌욕을 하자!
좌욕은 항문의 혈액순환을 돕고 출혈 등으로 인해 항문이 불편한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좋다.
좌욕기나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적당히 채운 다음 엉덩이를 담근다. 대변을 본 후에 좌욕을 하면 더 좋다. 또 평소에도 찬 곳에 앉지 말고 따뜻한 곳에 앉아있도록 하자.

4 비데의 수압을 낮춰라!
비데의 수압이 세야 항문이 깨끗이 씻겨 치질에 좋을 줄 알지만 아니다. 송석규 부장은 “비데 사용이 항문질환 예방이 되는 것은 맞지만 수압이 세면 오히려 항문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비데 수압은 낮게 조정하고 한 번만 깨끗하게 씻는 것이 항문에 이롭다.

5 과음을 삼간다!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사람은 치질에 잘 걸린다. 술이 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에 한번 피가 나면 많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술과 더불어, 스트레스도 항문 건강에 좋을 리 없다.

TIP. 항문에서 피가 나면 무조건 치질?
암일 수도 있다!
항문에서 피가 나면 혼자 치질이라고 판단해서 좌욕을 하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경우가 있다. 송석규 부장은 “항문에서 피가 나면 치질일 수도 있지만 직장암, 대장암일 수도 있다.”며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항문에서 피가 나면 병원에 들러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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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규 부장은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이며 항문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대한대장항문학회, 미국대장항문학회 정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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