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생체나이는 달력나이가 아닌 혈액검사, 체성분 분석, 골밀도 분석, 허리둘레 등을 종합해서 자신의 노화 정도를 판단하는 내 몸의 실제 나이이다. 주민등록상의 나이는 1년에 한 살씩 먹지만, 생체나이는 거꾸로 먹기도 하고, 반대로 1년 사이 10살을 먹기도 한다. 내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는 나이가 바로 생체나이다. 이러한 생체나이를 보다 젊게 관리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
나잇살을 줄여야 생체나이가 줄어든다
생체나이가 젊다는 것은 그만큼 더 오래살 수 있다는 것이고, 몸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반면 생체나이가 늙었다는 것은 단명할 가능성이 높고 신체기능 또한 노쇠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이 환갑을 맞이한 친구들이 있다. 그중 어떤 친구는 아직도 무릎관절, 허리 아픈 데 없고, 눈도 밝고, 머리카락도 검고, 쌩쌩한 50대 초반 같지만 반대로 어떤 친구는 온몸 안 아픈 데가 없고, 눈도 침침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70대 같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생체나이의 차이다. 나의 달력나이가 60살이라 해도 실제 내 몸 나이는 50살일 수도, 70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체나이의 차이는 곧잘 외모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동안일수록 생체나이가 젊고 노안일수록 생체나이는 늙은 것이다. 실제로 덴마크 쌍둥이 연구는 매우 놀라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 외모가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같은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장수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동안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생체나이 결정요소는 바로 허리둘레로 대변되는 비만이다. 비만 중에서도 비교적 어쩔 수 없다고 느꼈던 나잇살도 생체나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가 나잇살이 찌고 근육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마흔을 전후하여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근육을 증가시키는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호르몬의 감소현상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결정하며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호르몬이다.
호르몬(hormone)은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북돋우다, 흥분시키다’는 의미를 가진 생체 유지에 필요한 체내 물질로서 세포조직의 성장, 심장박동 조절, 신장 기능, 위장운동, 모유분비 및 혈당, 체온, 삼투압 등의 항상성 유지, 그리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 심지어는 감정과 기억저장까지도 좌우한다. 마흔을 즈음하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의 항상성이 사라지면서 이때부터 온몸의 기능들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건강상태가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다. 특히 호르몬의 부조화는 노화의 첫째 신호인 근육의 쇠퇴와 지방의 축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나잇살에 관여하는 두 가지 호르몬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을 조절하면 성공적으로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1 나잇살을 줄이려면 성장호르몬을 올려라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배가 나오고, 근육이 줄고, 피부 두께가 얇아져서 주름이 생기고, 골밀도도 떨어지게 된다. 정신적으로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전에 비해 우울해지거나 걱정이 많아진다. 성장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를 바로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허리둘레의 증가이다. 수년간 진료실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비만인의 성장호르몬 수치는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에 비해 대체로 낮다. 아마 비만을 만드는 생활습관이 성장호르몬을 낮추는 생활습관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호르몬이야말로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호르몬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은 극단적인 채식과 나쁜 잠버릇, 그리고 과식이다. 콜레스테롤이 올라갈까, 심장병에 걸릴까 두려워서 과도하게 동물성 단백질을 기피하는 경우 필수아미노산인 글루타민, 아르기닌 등의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질 수 없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심각한 체력저하나 쇠약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에서 근육량의 감소와 성장호르몬의 저하가 종종 발견되는데 공통점이 지나친 육식 기피이다. 다음으로 수면부족이나 나쁜 잠버릇이 성장호르몬 저하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대부분 밤, 특히 수면 중에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면의 질과 양이 부족할 경우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을 잘 못 자게 만드는 불면증, 코골이 등이 모두 생체나이가 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연구에 의하면 하루 5시간 이하로 잠을 잔 사람들이나 수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충분한 잠을 잔 사람들에 비해 보통 파동성으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최대분비가 일어나는 시기가 생략된다. 더불어 수면의 양보다는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열 시간을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것보다 한 시간을 자더라도 제대로 자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 ‘졸릴 때 자는 것’과 ‘낮에 졸거나 자지 않기’이다.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고, 1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주저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 좋은 잠을 자기 위한 습관이다.
배가 많이 고프면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기 전에 복합당질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과식과 음주는 절대 피해야 한다. 지나친 세포건조는 숙면을 방해하므로 낮에 충분한 물을 마시고, 단 잠들기 직전에는 목만 축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과식을 하게 되면 섭취한 고열량, 고지방식사를 소화시키고 체내의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이 빨리 소모되므로 절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생산하느라 내 몸의 호르몬 공장이 풀가동되도록 만들어 성장호르몬 생산라인을 멈춰 서게 만든다.
호르몬을 노화시키고 소모시키는 활성산소를 줄여야 한다. 활성산소는 단백질과 지질 결합력을 약하게 하며 과산화지질 대사량을 떨어뜨려 혈관 내에 과산화지질이 쌓이게 한다.
활성산소를 잡는 항산화 물질로는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빌리루빈, 멜라토닌 등이 있으며 체내 항산화 효소는 2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므로 30대부터는 항산화 물질을 외부로부터 섭취해 줘야 한다.
필요이상으로 성장호르몬이 떨어져 우울증, 기력감소, 급격한 복부비만 증가, 만성피로, 골다공증, 만성통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성장호르몬 수치를 검사한 후 성장호르몬 주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2 나잇살을 줄이려면 인슐린 호르몬을 아껴라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호르몬을 꼽으라면 인슐린호르몬이 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먹은 포도당을 분해시켜 세포에 에너지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분해된 포도당을 인슐린이 에너지로 전환시켜서 간에다 저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은 흔히 지방호르몬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지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슐린은 너무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도 혈당이 조절 안 돼 문제가 생기지만, 너무 많이 배출돼도 문제인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지방 축적이다. 고혈당으로 인해 인슐린 양이 과다하게 많아지면, 오히려 인슐린이 복부에다 지방을 쌓는 역할을 하여 비만은 물론 각종 성인병이 발병한다. 따라서 인슐린을 적절하게 아끼면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나잇살을 막는 핵심적인 비책이다.
● 인슐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인슐린은 운동하는 동안 순화된다. 인슐린은 유산소운동을 하는 동안 그 효율성과 민감성이 높아진다. 일주일에 3회 이상, 1회에 30분 이상 운동에 집중하라. 운동의 강도는 약간 땀이 나거나 숨찰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인슐린 소모가 극대화되는 식후 30분의 운동은 인슐린을 아끼고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나잇살을 줄이는 인슐린 보호전략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식욕을 80%만 채우는 절식과 규칙적인 식사시간 엄수이다. 과식은 인슐린을 과로시키고 들쑥날쑥한 식사시간은 인슐린을 긴장상태로 몰아간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해서는 과음, 흡연, 스트레스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특히 담배와 술은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인슐린 분비세포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담배는 당장 끊고 술은 절주하라.
한국인의 비만은 탄수화물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만인은 생각과 달리 다른 영양소보다 탄수화물에 더 집착을 보인다. 고기 대신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착각을 하는 이도 많다. 밥도 많이 먹으면 남은 탄수화물은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바뀐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기 바란다.
● 인슐린저항성의 바로미터는 허리둘레이다. 내장지방이 쌓이면 쌓일수록 인슐린은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복부비만이라고 한다면 당장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한다. 인슐린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이다. 남성의 허리둘레는 33인치 이하, 여성의 허리둘레는 31인치 이하를 유지하라.
● 저당지수 식사로 선회하라. 저당지수식사는 식탁위에 올라온 음식들의 혈당지수를 낮추어 인슐린민감성을 높이는 식사법이다. 혈당지수란 같은 칼로리의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혈당을 올리는 정도를 설탕과 비교한 수치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이에 대응하여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므로 우리 몸의 인슐린은 혹사당한다. 결국 같은 칼로리를 먹더라도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은 사람은 당뇨에 걸릴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저당지수 음식들은 정제가 덜 되어 있고 천연에 가까운 음식들이다. 순전한 백미 대신 현미나 찹쌀 등을 섞어 식사하라. 설탕 섭취를 성인은 10g, 아동은 5g 이하로 제한하고 물 섭취를 하루 2리터까지 늘려라. 간식은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당근, 브로콜리, 오이 등의 채소나 과일로 전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