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탄수화물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다. 탄수화물의 만성적이고 심각한 결핍은 뇌졸중, 간질발작, 뇌염, 저혈당뇌병증 정신질환, 치매와 유사한 신경장애의 증상을 일으킴과 동시에 뇌세포의 사멸을 가져와 영구적인 뇌기능 저하가 서서히 진행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50~100g의 탄수화물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55~65% 정도를 탄수화물 섭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2000kcal를 섭취한다면 60%로 봤을 때 1200칼로리를 탄수화물로 섭취하므로 300g 정도의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하다.
건강의 공적으로 탄수화물, 왜?
최근 들어 탄수화물이 건강을 해치는 공적과 같은 영양소로 공격받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모든 음식은 단맛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이는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두뇌활동이 많아지면서 두뇌가 혹사당하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피곤한 두뇌가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영양소가 바로 당분이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단맛 강화의 결과 당분의 공급원인 탄수화물, 특히 정제당의 대명사인 밀가루 섭취가 늘어나면서 일부 학자들은 밀가루의 정제당이 담배의 니코틴이나 술의 알코올과 비견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의 위험성은 결코 적지 않다.
첫째, 당뇨 발생률이 높아진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우리 몸의 인슐린들이 소모되어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몸의 췌장은 가장 민감하고 잘 손상되는 장기 중의 하나다. 특히 아시아인들은 서양인의 췌장보다 더 민감하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이 민감한 췌장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
둘째, 비만의 원인이 된다. 고혈당지수 음식은 중독성이 강해 과식을 부추기고 식욕을 강화한다. 미국 보스톤병원의 루드비히 박사는 쥐실험을 통해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은 쥐들은 간, 혈액, 체내지방이 정상의 2배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셋째, 지방간이 생긴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의 당이 녹을 때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는 동시에 체내에는 지방을 저장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은 인슐린을 곧바로 간에 보내기 때문에 간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저장된다. 따라서 지방간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정제당의 극치인 밀가루는 영양학적인 결핍과 독소작용으로 신체를 위협한다. 어떤 곡물이든 씨눈과 겨가 제거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거대 영양소는 물론 미네랄과 비타민, 특히 비타민 B와 비타민 E를 잃게 된다. 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연구에 의하면 겨가 씻겨나가면서 섬유질이 가득한 껍질을 잃게 되고 미네랄은 50%, 특히 마그네슘은 98%, 철분은 80% 이상 감소된다고 한다.
단백질을 만드는 리신과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도 줄어든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마치 산소와 같은 존재로 이것들이 없으면 에너지대사와 지방연소가 불가능해진다.
밀은 표피 15%, 배유 83%, 배아 2%로 구성되어 있는데 2%밖에 안 되는 배아 부분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일단 껍질이 벗겨지는 가공을 거친 밀은 반쪽자리 영양소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탄수화물의 오명 부른 주범은 ‘밀가루’
밀가루는 강력하고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각중독 유발자이다. 밀가루에 중독되면 혈당 조절 시스템에 의한 자연스러운 조절작용이 망가진다. 혈액 중에 필요 이상으로 인슐린과 혈당이 과도하게 돌아다니면서 인슐린저항성이 악화되고 이것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의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
밀가루가 우리 몸을 중독시키는 대표적인 기전이 혈당롤링이다. 밀가루 음식을 단기간에 과량 섭취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 저혈당 상태에 빠지는데 저혈당은 불안감을 야기시키고 몸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저혈당 상태를 이겨내기 위해 다급하게 탄수화물 갈구현상을 야기하여 탄수화물 폭식을 부추긴다. 다시 고혈당이 온다.
이후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다 보면 탄수화물 의존성이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심신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또한 증가된다. 이런 악순환을 거치면 탄수화물의 절정체인 밀가루가 특정 인구에서는 마약처럼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다.
밀가루 과잉 섭취 줄이는 ?2:1 거꾸로 식사법
밀가루 과잉 섭취를 해결하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2 대 1’ 거꾸로 식사법을 제안하였다. ‘2 대 1’ 은 비탄수화물 음식과 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을 뜻한다. 즉 탄수화물 음식을 1 먹었다면 비탄수화물 음식은 그 두 배인 2를 먹자는 것이다. 거꾸로는 식사의 순서를 바꾸어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하여 채소를 먼저 먹자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식사를 할 때 밥 한 술에 반찬 한두 가지를 먹는다. 일단 탄수화물 음식부터 섭취하고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식사법이 제안하는 바른 식사는 채소와 단백질 음식들을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이다. 즉, 밥보다 반찬이 먼저다.
‘2 대 1 거꾸로 식사법’은 우선 과일을 에피타이저로 먹는다. 우리는 보통 과일을 식사를 마친 후 입가심으로 먹는 편이지만 식사 전에 미리 먹으면 입맛을 깨우고 포만감을 주어 식사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할 때는 채소 반찬 한 젓가락, 단백질 반찬 한 젓가락을 먼저 먹은 후에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1이라고 하자. 다음에는 채소 한 젓가락, 지방이 들어간 반찬 한 젓가락을 먹은 후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2라고 하고, 1과 2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면서 식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음식과 비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이 조절된다. 이때 물론 식탁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각종 영양소가 포함된 음식들이 고루 놓여 있어야 한다.
더불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저항성 전분을 주로 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저항성 전분은 우리가 흔히 먹는 한식 밥상과 거의 흡사하지만 흰쌀밥보다는 현미나 율무밥과 콩과 당근, 브로콜리 등 채소 반찬과 과일로 구성한 식단이다. 또 저항성 전분은 복합탄수화물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 위나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에서 천천히 흡수되어 포만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다만 저항성 전분은 즉각적인 혈당보상 효과가 약하므로 미각충동이 강하거나 미각조절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되려 미각 욕구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줄 수 있으므로 섭취 주기나 섭취량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TIP. 밀가루를 줄이는 생활수칙
1. 자주 먹는 면 음식의 재료를 정제되지 않은 곡류로 바꾸고 자주 먹는 빵 역시 통밀빵이나 잡곡빵으로 바꾸라.
2. 밀가루가 빠진 칼로리를 채소, 견과류, 키위, 레몬, 고구마, 두부, 다시마, 미역, 시금치 등의 식단으로 구성하라.
3. 각종 가공음식을 피하라. 아이스크림, 케이크, 초콜릿 등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삼가라.
4. 단맛 보충을 위해 과일을 먹되 당지수가 높은 속만 먹지 말고, 껍질째 먹으라.
5. 설탕이나 시럽, 액상과당의 사용량, 섭취량을 제한하라.
6. 포만감을 높이기 위해 육류와 달걀을 섭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