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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섹스를 안 하는 이유

2015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재미와 의무의 사이

“회사일이다 뭐다 너무 피곤해서 섹스는 생각도 못하죠. 지쳐서 퇴근해보면 아내는 아이들 방에서 자고 있고, 저는 그게 고맙죠.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는데 섹스까지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제가 무슨 쇳덩인가요?”

“일주일에 한 번이 뭐예요? 한 달에 두어 번도 마지못해 하는 거죠. 그것도 사실은 전혀 섹스가 없으면 바람이 날까 봐 예방 차원이에요.”

“잘 시간도 없는데 섹스요? 섹스하고 나면 다음날이 힘들어져서요.”

섹스를 몇 번이나 하는지를 물으면 대충 이 같은 대답을 한다. 한마디로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가 복잡해지고 여전히 술 문화가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방식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의구심이 생긴다.

‘아니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기에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걸까?’

그래서 다시 질문을 한다.

“실례지만 얼마나 오래 하시는지요? 한 시간 이상은 하시나 봐요.”

“어이구, 한 시간은요. 10분에서 20분? 하하.”

이렇게 어정쩡한 웃음이 오간다. 그 정도의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리 힘들다는 이유가 뭘까?

6분 정도 섹스를 하는 데 소요되는 열량은 대략 21Kcal 정도라고 한다. 물론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30분 섹스가 150~250Kcal, 최고 350Kcal까지 소모하게 한다고 <궁극적인 섹스 다이어트>의 저자 케리 멕클로스키는 말했지만, 1983년 남자의 열량 소비만을 다루어 섹스를 통한 에너지 소비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21Kcal다. 이는 6분간 걷기 운동을 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부부들이 섹스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가 정답 아닐까?

섹스를 의무방어전으로, 서로에 대한 일방적인 봉사로 하기 때문에 재미없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연애 시절 혹은 신혼 시절로 돌아가 보자.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신혼 시절에 한 번 섹스할 때마다 병에 콩을 집어넣으면, 3년 후부터는 죽을 때까지 섹스할 때마다 콩을 빼내어도 그 콩을 다 못 뺀다는.

그런데 요즘은 신혼 시절에도 그렇게 섹스를 즐기지 않았다는 사람들을 적잖게 만나곤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섹스에 대한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기대 수준이 높아진 데다, 실제 자신의 섹스는 즐겁기보다 힘만 드는 노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또 그들이 섹스보다 더 재미있게 빠질 만한 취미활동거리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어쨌든 처음 섹스를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면 파트너와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니 파트너의 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과 처음 입술을 맞대던 날 내 귀까지 들려오던 가슴 뛰는 소리, 그의 손이 처음 가슴을 만졌을 때 세상이 아득해지던 기억, 뜨거운 그의 입술이 목을 따라 내리며 애무할 때의 그 머리끝까지 전해지던 전율, 그리고 첫 섹스.

섹스가 멋지면 자꾸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 섹스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으면 당연히 다시 한다는 것이 고역이다. 결국 섹스가 재미있고, 그 감각과 만족이 좋으면 다시, 계속, 그리고 자주 하게 된다는 말이다.

섹스는 혼자 하는 일방적인 서비스나 노역이 아니다. 섹스는 그야말로 서로의 사랑을 전달하는 사랑의 표현이자 강력한 확인이며, 즐거운 놀이임을 잊지 말자.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잘 듣기, 믿어주기, 지지하기, 불일치 협상하기, 존중하기, 수용하기, 격리하기는 즐거운 섹스를 가능케 하는 최고의 자양분이 된다.

부부는 모름지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파트너는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바로 그 사람이란 것만은 잊지 말자. 그리고 최선을 다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사랑을 하고 즐겁게 섹스를 하자.

섹스를 업그레이드하자

재미있는 섹스를 하려면 남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우선 남자는 여자를 배려해야 한다. 파트너의 느린 성 반응에 맞춰 자신의 성 반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파트너의 기분에 상관없이 서둘러 삽입하고 사정해버리는 일방적인 섹스는 남자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멋진 섹스는 함께 성취해야 할 공동의 목표임을 잊지 말자.

여자도 남자를 더 배려하고 자신의 성적인 욕구나 반응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남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오르가슴을 가장하지 말 일이며, 또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신음소리도 내고, 그 행복한 느낌을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섹스는 그저 사랑을 확인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사 이전에 극진한 사랑의 표현이다. 흔히 남자는 섹스에 있어 일품요리를 원하고, 여자는 풀코스를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단순히 삽입하고 사정할 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파트너가 흥분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심리적인 오르가슴을 여러 번 느끼기도 하고, 또 음경 귀두만이 아닌 몸 전체로 예민한 성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업그레이드된 섹스를 하자. 무엇보다 파트너를 사랑하고, 파트너의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모습을 존중하며, 파트너가 나로 인해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배려의 마음, 자비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21세기북스刊)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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