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연구소장)】
야구경기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에서 스트라이커의 역할도 크지만 야구에서 투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투수는 한 경기를 실로 좌지우지하는 존재다. 무사 만루에서 홈런을 맞으면 투수는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다. 사실 상당 부분 투수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더 이상 던질 투수가 없는 경우 끝없는 고통이 이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뒤집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다 보면 점수를 잃고 이길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런데 이런 일이 살아가면서도 생기게 마련이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대학을 다니느라 이미 학점이 엉망인데 입사원서를 내야 한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결혼생활 내내 남편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아들 때문에 고생해야 한다. 시아버지 병수발이 끝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또 아프시다.
그냥 포기하고 싶어진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지금부터 웬만한 시련에도 끄떡없이 강할 멘탈갑으로 사는 법을 소개한다. 그것이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쁜 도자기 찻잔은 보기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난다. 하지만 싸구려 플라스틱 컵은 아무리 집어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 난초는 아름답다. 하지만 집밖을 나오는 순간 조금만 추워도, 조금만 더워도 말라 죽어간다. 하지만 잡초는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린다.
강아지도 순종이 예쁘다. 하지만 길을 잃고 혼자가 되는 순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흔히 똥개라 불리는 잡종은 길에서도 살아남는다. 지능심리학의 대가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에게 다음 9가지 재능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1. 언어 지능
2. 논리-수학적 지능
3. 공간 지능이 뛰어난 이들은 공부에 재능이 있다.
4. 신체-운동적 지능이 뛰어난 이는 운동을 잘한다.
5. 음악 지능이 뛰어난 이는 음악을 잘한다.
6. 개인 간 지능이 뛰어난 이는 사람들과 잘 지낸다.?
7. 개인 내 지능이 뛰어난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지혜롭게 파악한다.
8. 자연주의적 지능이 뛰어난 이는 동물을 잘 키우기도 하고, 산을 잘 타기도 하고, 낚시를 잘 하기도 한다.
9. 그렇다면 마지막 실존 지능이란 무엇일까?
실존 지능은 고통을 견디는 재능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난관에 처하게 되며,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죽을 때까지 계속 성공하는 이는 없다. 누구는 실패를 극복하고 누구는 실패 앞에서 주저앉는다.
100억을 소유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몰락해서 10억만 남은 경우 아직도 1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남아있지만 그 몰락을 견디지 못하고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실존 지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반면에 실존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그 10억을 가지고 다시 시작한다. 심한 일을 겪더라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이는 실패가 두렵지 않기에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멘탈갑이 되기 위해서는…
1. 소나기는 피해가자.
2. 나하고 내기를 해보자.
3. 이기는 경험을 해보자.
4. 요행수를 바라지 말자.
소나기는 피해가자
중풍이나 치매가 생겨서 몸을 못 움직이게 되면 욕창이 생긴다. 아무리 침대가 푹신해도 매순간 마찰이 발생하면서 피부에 손상이 간다. 그래서 인간은 잠을 자면서도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이 지속되면서 욕창이 발생하는 것이다.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는 일단 벗어나고 봐야 한다. 힘든 상황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회복할 수 없다. 그런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아까워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설마 어떻게 되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지금 빠져나오지 못하면 고통이 더해질 뿐이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 우산을 쓰건, 우비를 입건, 건물에 들어가건 우선 비를 피해야 한다. 아무 방비 없이 황야를 아무리 빨리 뛰어다녀봐야 몸만 더 빨리 젖을 뿐이다.
나하고 내기를 걸어보자
불안장애 환자들은 나쁜 일이 생길까봐 항상 걱정이다. 이렇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는 한다. 시험을 앞두고는 시험을 망칠 것이라고 하고, 면접을 앞두고는 면접을 망칠 것이라고 한다.
그런 환자를 상대로 내기를 권하는 치료기법이 있다. 의사가 아무리 안심시키려고 해도 자신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환자가 있다. 그럴 때 의사가 환자에게 “나는 당신이 망하지 않는다는 쪽에 만 원을 걸겠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망한다는 쪽에 만 원을 거세요. 당신이 망하지 않으면 당신이 저에게 만 원을 주고, 당신이 망하면 제가 당신에게 만 원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가 틀림없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던 환자들 중 대부분은 내기를 걸지 않는다. 망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진짜 자기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불안은 머리를 둔하게 만든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 불안해서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 보면 멘탈이 맛이 가게 마련이다. 만약에 당신이 망하는 쪽에 내기를 걸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저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기는 경험을 해보자
연달아 실패를 하다 보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기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야구건, 축구건, 농구건 매해 우승팀을 정하는 규칙은 간단하다. 승리한 적이 많은 팀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다. 10대 0으로 이기건, 1대 0으로 이기건 이기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이기는 팀은 매번 이기고 지는 팀은 매번 지는 것이 스포츠다. 이기다 보면 이기는 요령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지다 보면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강한 상대와 맞서서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승리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너무나 일이 안 풀리고 자신이 없을 때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해보자.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다 일이 너무 안 풀릴 때는 기존의 손에 익은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자.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일을 하면서 내 능력을 확인해보자.
요행수를 바라서는 안 된다
요새 로또 복권 판매액이 사상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복권을 통해서 인생역전을 하고 싶은 것이다. 카지노를 비롯한 도박사업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첫 단계는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확천금을 바라거나 혹은 인생역전을 꿈꾸면서 행동하다 보면 몰락할 가능성만 올라간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를 보면 성취동기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성취할 가능성과 실패할 가능성이 반반인 도전적이고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성취동기가 낮은 사람에 비해서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반면 성취동기가 낮은 사람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거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과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생활을 하거나 실제생활을 할 때는 위험하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피하고 보는 이들일수록 복권을 사건, 주식을 하건, 사업을 벌이건 큰 거 한방을 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큰 거 한방이 아닌 확실한 여러 방이다.
스스로를 위로하자
인생을 살다 보면 나만 이러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비슷한 상황에서는 다 비슷하게 행동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저렇게 했을 텐데,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대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나보다 더 잘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 누구도 나보다 더 잘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되뇌이자. 나는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나 정도면 상당히 잘해내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자. 그러다 보면 세상이 조금씩 달라져 보일 것이다. 당신도 멘탈갑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을 유념하자.
1. 소나기는 피해가자.
2. 나하고 내기를 해보자.
3. 이기는 경험을 해보자.
4. 요행수를 바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