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선영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교수】
30대 직장인 김민수 씨는 평소 식사를 하고 나면 트림이 잦고 속도 늘 더부룩하다. 빨리 먹고, 많이 먹는 편이며, 위청수나 가스활명수 같은 소화제를 달고 산다. 그러면서 종종 걱정한다. ‘혹시 위장이라도 고장이 난 걸까?’
하지만 소화불량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치아가 없어서 음식을 못 씹는 사람도 소화불량이고, 치아와 위장이 튼튼해도 췌장이 망가져서 췌장액이 안 나와도 소화불량이다. 간이 고장 나서 담즙액이 안 만들어지는 것 또한 소화불량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화불량,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입에서 소장까지 ‘소화’의 비밀
비싼 음식도 몸에 들어와 소화, 분해되어 내 몸이 쓸 수 있는 영양소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단지 몸속 노폐물이 될 뿐이다. 정상적인 소화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것은 내 생명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 같은 소화 작용에 종종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한다.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교수는 “정상적인 소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건강을 잃게 되는 도화선이 된다.”며 “그래서 중요한 것이 소화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소화는 흔히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를 일러 1차 소화, 2차 소화, 3차 소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 1차 소화는 입에서 이뤄진다. 입에서 밥을 씹으면 단맛이 난다.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당분을 분해하며 1차 소화를 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충분히 씹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미밥 한 숟가락을 100번 혹은 50번 이상 씹으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야 소화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되기 때문이다.
만약 충분히 씹지 않는다면 탄수화물은 분해가 되지 않고 포도당의 형태로 혈액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속의 독소 덩어리가 된다. 소화되지 않고 썩고 부패하면서 독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 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씹기이다.
▶ 2차 소화는 위에서 이뤄진다. 식도는 소화기관이 아니다. 입에 있는 음식물을 위장으로 내려보내는 중계자 역할만 한다. 위는 2차 소화기관이다. 위에서는 위액과 위산이 나오는데 위산에는 펩신이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다. 위장이 고장 나면 펩신이 안 나와 단백질 소화가 안 된다. 위장에서는 음식물이 갈아지고 위산에 섞여 죽처럼 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 3차 소화는 소장에서 이뤄진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과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효소들이 소장으로 들어온다. 소장은 본격적인 소화기관이다. 담즙액은 주로 지방질을 분해시킨다. 삼겹살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담즙액이 있어야 분해가 된다. 췌장에서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모두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나온다.
소장을 지나면 효소에 의해 다 분해된 찌꺼기가 남는다.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찌꺼기가 대장으로 들어간다. 대장은 소화기관이 아니다. 물의 재흡수만 이루어진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소화제?
작은 빵조각 하나를 먹어도 우리 몸은 그것을 소화시키기 위해 몸속 장기가 총출동하여 소화과정에 동참한다. 그러다 보니 소화기관은 과부하에 걸리기 쉽고, 걸핏하면 고장도 잘 난다. 소위 ‘소화불량’이라고 말하는 경우다.
이럴 때 우리는 손쉬운 대처법으로 약국에서 소화제를 구입해 먹는다. 소화가 잘 안 될 때 소화제를 먹는 것은 괜찮을까?
함기백 교수는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화제는 췌장액이나 담즙, 효소, 당분해촉진제, 위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약, 위장의 연동운동을 도와주는 약물 등을 아주 조금씩 종합적으로 섞어 놓은 일종의 소화촉진 복합제”라며 “큰 부작용은 없지만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안 먹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용량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약은 약이니까 영향을 아예 안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위축성위염이 있거나 위 속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소화제마저도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주범들
단순하게 속이 더부룩하고 먹은 음식이 안 내려가는 것도 소화불량이지만 의학적인 의미에서의 소화불량은 굉장히 큰 질환이다. 소화불량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다. 장의 형태, 모양은 정상이지만 기능이 잘 안 되는 경우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실제 고장이 난 경우다. 방사선 치료를 받아 입에 구강염이 생겼다든가, 치아가 없다든가, 만성위염이나 췌장이 망가졌다면 실제적인 병에 의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셋째,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음식 먹은 게 잘못 됐거나 지방질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장의 연동운동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므로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소화불량
소화불량 증상이 있을 때는 기능적인 불량이냐, 위장이 고장 난 불량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위암 환자도 소화불량으로 병원에 오고, 위가 멀쩡한 사람도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는다. 둘 다 증상은 동일하기 때문에 구강, 입, 위, 소장에 문제가 생긴 소화불량인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 자칫 소화제 먹고 증상만 호전시키다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함기백 교수는 “다음 요건에 해당되는 소화불량일 때는 반드시 병원에서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 3주 이상 지속적으로 소화불량이 있을 때
● 체중감소나 혈변, 구토 등과 같은 실질적인 신체변화가 동반할 때
● 본인 가족 중에 소화기질환 환자가 있을 때
● 위장관이 아닌 질환으로도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으니 동반된 질환이 있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혈당 때문에 생기는 병이지만 위장 운동을 못하게 만드는 질환이므로 주증상은 소화불량일 수 있다. 또 고혈압은 혈관의 압력이 높기 때문에 위장으로 오는 혈류량을 고루 조절 못한다. 혈압은 높은데 위장에는 피가 덜 오게 되어 피가 모자라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소화불량이 될 수 있다.
소화불량 예방은 이렇게~
평소 잘 씹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며 빨리, 많이 먹고 술·담배를 즐기는 생활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소화불량 예약자나 다름없다. 설령 아직은 소화기에 이상이 없다 해도 이 같은 생활을 교정하지 않으면 소화불량 증상의 출현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함기백 교수의 소화불량 예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구강 소화 촉진법
● 소화의 첫 단계는 입에서 일어난다.무조건 오래 씹어라.
● 오래 씹은 음식물이 위장에 들어감으로써 위장이 부실한 경우에도 상당히?도움을 준다.
2. 위장관 소화 촉진법
● 천천히 먹어라.
● 즐겁게 먹어라.
● 자극적인 음식, 특히 고지방식사를 피해라.
● 입에서 많이 씹어라.
● 야식은 절대 하지 마라.
● 술·담배는 백해무익하다.
3. 소장 소화 촉진법
● 걸어라. 걸으면 배가 출렁출렁하면서?소장운동이 항진된다.
● 과다한 지방, 과다한 단백질만 편향적으로 섭취하는 건 피해라. 소장은 골고루 기능하기 때문이다.
● 소장은 위장관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면역글로불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청결한 음식물을 먹어라.
● 소장에는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몸에 이로운 균이 살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발효음식을 많이 먹어라.
● 배에 핫팩을 대라. 배가 따뜻해지면 소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많아져서 장운동 항진이 일어나기 때문에 소화가 촉진된다.
● 물을 많이 마셔라.
함기백 교수는 위장질환, 위암,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까지 소화기내과 명의로 알려져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편집이사, 대한암예방학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그는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암예방연구센터장으로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