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치아를 부러뜨리는 주범은 ‘폭력’
우리가 살다 보면 각종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중 얼굴, 특히 악 안면 그중에서 치아 파절도 잘 되는 부위 중 하나다. 치아가 파절되면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불편한지 당해봐야만 안다.
그렇다면 앞니가 부러지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렇다. 폭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20~30대 건장한 청년들의 앞니가 부러져서 오면 거의 대다수가 싸움질 하다가 맞아서 다친 거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인지, 특히 보호자나 누가 따라온 사람이 옆에 있으면 “방바닥에서 미끌어졌어요.”라고 말하거나 “계단에서 넘어졌어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실제로 사람이 갑자기 넘어지거나 미끌어지면 본능적으로 팔 다리로 땅을 짚거나 힘을 주고 버티기에 팔이나 다리가 먼저 부러진다. 자신의 연약한 치아를 땅에 대어서 넘어지는 자신의 체중을 바로 세워보려는 사람도 없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몸이 따라 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한줄기 자존심인지 곁에 있는 사람에게 미안해서인지 많은 젊은 친구들은 “넘어졌어요.”라고 말한다.
치과의사들은 그 말을 듣고는 환자를 빤히 본 후에 “네, 요즘 방바닥이 좀 미끄럽지요.”라고 응대해준 후 차트에는 ‘폭력 사고로 의심 됨’이라고 쓴다. 웬만하면 말로 해결해야지 폭력은 왜 쓰는가?
그런데 친구끼리도 싸우다가 잘못 때려 치아를 부러뜨려서 치과에서 이를 뽑게 되었을 경우에는 문제가 의외로 심각해진다. 빠진 치아 와동이 다 아물고 인공치아로 다시 해 넣을 때까지 보통 4~8주를 요하기에 상해 진단서를 끊어도 전치 6주 전후가 될 수 있겠다.
이 정도면 그냥 사과해서 해결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다른 장기와는 달리 치아는 다 낫는다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값비싼 인공치아로 대신 해넣어 주어야 하는데 그 수명을 대략 10년에 한 번 꼴로 쳐서 다시 해주는 식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20대에 다친 청년이 80세 후반까지 산다고 치면 대략 6번을 더 곱해서 향후 진료비까지 미리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앞니 하나 빠지게 했을 때 천만 원 이상 진료비가 계산되는 경우도 있어서 당사자 간에 법정 문제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정신적 위자료는 별도로 치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절대 폭력을 쓰면 안 된다. 말로 해야지. 그렇다고 욕설이나 폭언도 폭력으로 취급하니까 이성적으로, 필요한 말을 조리 있게 늘어놓아 상대를 설득하도록 해야 하니, 참 화나면 살기 힘들다. 정 못 참아서 할 수 없이 폭력이 나간다면 상대의 신체 중 근육이 가장 많은 곳을 잘 찾아 한 번 차버리든지 주먹으로 치든지 때려준다면 후일 그래도 전치 2주 정도로 나와서, 진정으로 사과하고 뉘우치면 야단, 훈방 정도로도 마무리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2주 후 다 나은 상처가 이 사건 때문에 10년마다 다시 아파서 재 치료해야 하는 일도 없으니 말이다.
만약 팔이 부러진다 해도 4~6주간 깁스를 해 놓고 잘 고정시키면 뼈가 다시 붙는데 다시 붙은 부위는 석회화가 잘 되어서 단단하기에 다시 부러지는 경우가 드물며, 이것도 10년마다 재 치료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유독 치아만이 부러뜨려 놓으면 인공치아를 대략 10년마다 재 치료하고 장착한다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얼굴이나 남의 치아 부분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고 말로 해야 한다.
빠진 이는 반드시 해 넣자
불행히도 치아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빨리 치과를 찾아가야 한다. 만약 치관 부분만 일부 깨졌을 경우에는 치아 뿌리가 그런대로 건전하다면 깨진 부분이 조금일 때는 그런대로 흰색 치과재료로서 붙여주기도 하고, 치아를 도재로 만들어 덮어 씌워 주기도 한다.
통증이 심할 정도로 아프면 대다수의 경우 신경치료를 해야 하고 며칠간 계속 치과를 다니며 치료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면 그 치아는 반드시 치관을 덮어 씌워 주어야 한다.
만약 도저히 치아를 못 살릴 것 같아 뽑게 되면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인공치아로 해 넣어야 한다.
앞니 같으면 보기 싫어서라도 본인이 빨리 인공치아로 해 넣겠지만 어금니의 경우 ‘다음에 하지.’ 하면서 너무 오랫동안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인체는 저절로 그 상황에 적응하고자 구강 내가 서서히 움직이게 된다. 즉 양옆의 치아는 빠져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빠진 공간도 좁아진다. 더욱이 반대편 치아가 서로 맞물리지 못하기에 점차 길어져서 결국 구강 내 힘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빠진 이는 브릿지가 되었건 임플란트로 하건 반드시 해 넣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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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와 턱뼈는 자나 깨나 조심조심!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빠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졌다든지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을 경우다. 특히 아이들 경우는 아직 영구치의 뿌리가 다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뒤통수나 치아에 충격을 가했을 때 간혹 치아가 그냥 탈구되어버리는 수도 있다.
이럴 때 부모들은 우는 아이를 싸안고 급히 치과를 오는데 치과의사가 물어본다 “치아는 주워 갖고 오셨나요?” 이때 안 갖고 오는 경우도 많은데, 반드시 갖고 가야 한다. 흙 묻은 치아를 깨끗이 씻고 소독까지 해서 갖고 가면 꽝이다. 못쓴다는 말이다. 젖은 수건에 싸서 가든지, 흰 우유팩에 담가 갖고 가든지, 가장 좋은 것은 근처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나 콘택트렌즈 닦는 용액을 사서 담가서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치과의사는 만약 빠진 치아 상태가 좋으면 구강 밖에서 치아에 신경치료를 한 뒤에 빠진 치조골 내에 도로 박아 넣고 치과용 철사로 주위 치아와 꽁꽁 묶어 놓으면 한두 달 뒤에 그 치아가 붙을 확률이 반 이상은 된다. 그러나 치주 상태나 빠진 치아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 확률은 점차 줄어든다. 치과의사들은 가급적 하나의 치아라도 더 살리도록 최선을 다한다.
치아가 부러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턱뼈, 즉 악골이 부러지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보통 교통사고나, 폭력사고, 작업장 사고로도 턱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지만 근래에는 사각턱을 고치려고 양악수술이나 교정을 위해 일부러 턱뼈를 깎거나 부러뜨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예리한 판단으로 수술을 결정하겠지만, 턱뼈가 부러진 후에는 깁스를 할 수도 없기에 아래 위 치아를 꽁꽁 묶어 놓아서 2~3달간 턱뼈를 움직이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음으로써 다시 부러진 턱뼈를 붙도록 하는 시술을 한다. 두세 달 동안 입을 꽁꽁 묶어 놓는 것이다. 말도 못하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어 물과 우유, 주스로만 살아남아야 한다. 사람은 물만 먹으면서도 한두 달은 살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얼마나 배고프고 괴로울까? 며칠만 음식을 안 먹고 물만 먹으면서 굶어 보라.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상상이 간다. 언젠가 구강외과에 아래 위 치아를 꽁꽁 묶고 두 달간 입원한 청년을 보았는데 나중에는 인간성이 피폐해지는 것이 아닌가 불쌍해 보였다. 어느 날은 라면을 하나 꼬들하게 끓여서 한 가닥씩 묶어놓은 치아 사이에 끼워가며 빨아 먹는데, 라면 하나 먹는데 30분이나 걸렸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어찌되었건 적어도 사람답게 살려면 턱뼈는 물론 치아가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