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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신해철법 무엇을 우려하는가?

2016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휴식호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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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의료분쟁조정법으로 신해철법이라고도 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상반되는 이해당사자, 즉 의료소비자와 의료인은 각자의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목소리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재고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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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로 해석되는 신해철법?과연 그럴까?

의료사고는 아주 어려운 문제다. 고려되어야 할 상황이 너무 많아 환자나 가족이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환자나 가족이 의료인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으며, 소송 후 승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그나마 서민이 의료사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의료사고분쟁조정제도인데 이마저도 상대방인 의사나 병원 측에서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 개정된 신해철법은 특정한 경우 즉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장애등급 1등급이 된 경우에는 의사나 병원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동안 의료사고가 명백한 것이 확실함에도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은 거의 막혀 있었는데 신해철법 개정은 의료소비자의 억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신해철 씨 의료사고 사망 건은 수술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었음이 부검 결과 밝혀졌다. 이와 같이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수 있으므로 의료사고의 모든 케이스를 동일하게 개념 짓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동안 의료사고로 숨지거나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사와 병원 등 관련 집단의 반발로 적극적인 논의가 되지 못했다.

2014년 ‘예강이법’이 그 예다. 예강이는 코피가 멈추지 않아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가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 부모는 딸의 사인을 밝히고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조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아 분쟁조정 시작조차 못했었다. 따라서 신해철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이 법의 취지가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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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진료와 환자의 억울함 사이

우리 모두는 입장이 각각 다르다. 의료인과 의료소비자의 입장 또한 다르다. 의료계는 의료사고마다 분쟁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면 소극적 의료 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 법안에 반대해 왔다.

그런데 이런 분쟁을 우려해서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믿지 못하고 소극적 의료행위로 일관한다면 그 사람은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의사, 의료진을 사회 상층부에 위치해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의사에 대한 신뢰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의사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임엔 틀림없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면 의료소비자도 믿고 따를 것이다. 자신에게 과실이 있다면 스스로 밝히고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맞다. 누구보다 의료과실은 의료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가장 존귀한 것이다. 그 생명엔 귀천이 없다. 그런데 어떤 생명이 일순간 의료인의 과실로 사라져버린다면 사랑하는 가족의 상처는 어떻게 보듬어야 할까? 그리고 그 애처로운 죽음은 또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죽음을 대신할 보상은 아무것도 없다.

의료발전 계기 삼는 성숙한 자세 필요

물론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의사들은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수술 등을 기피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이런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의료사고의 절반 이상이 의사, 간호사 등 의료기관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한다. 지키고 보호해야 할 환자의 생명보다는 자신들의 편익과 병원의 돈벌이가 우선됨으로써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설명 및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의료소송의 경우 의료사고 발생 원인을 환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전문지식이 없는데다 병원과 의사의 비협조로 의료사고가 의료인과 병원 탓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란 아주 어렵다.

그러므로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신해철법)의 개정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낫다. 이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의료사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사회제도는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의료계에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정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의료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의료소송 시 의료사고의 책임이 의료인과 병원 측에 없다는 것을 의료인과 병원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는 쪽으로 제도가 선회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의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환자나 그 가족이 대외적으로 소란을 일으켜 의사나 병원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병원을 협박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며, 선량한 의료소비자와는 관계가 없다. 이런 사건사고를 우려하여 개정 법률의 취지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의료계의 후진성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는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가질 것을 우리는 주문하고 있다. 내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환자의 쾌유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환자의 권리를 계속해서 억누르려 한다면 우리나라 의료발전은 없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우려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와 알권리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꼼수로 환자와 그 가족을 속이려 할 때 의사와 병원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의료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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