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
올 6월 9일부터는 정부가 지정한 법적 구강보건의 날이 되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치과계에서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여기고 대 국민 캠페인과 치과대학생 체육대회도 해 왔는데 지난해에 구강보건법 제4조 제2항에 매년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함을 명시한 것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치과계뿐만 아니라 국가 행사로 치르게 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두 번 치아가 난다. 젖니 또는 유치와 간니로 불리는 영구치이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났을 때 젖니는 몇 개일까? 물으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결혼 안 한 사람들이나 아기를 안 키워 본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신생아는 치아가 없다.
만약 치아가 가지런히 난 아기가 태어났다고 상상해 보자. 우선 아기가 귀엽지 않고 징그러울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괴롭다. 왜 괴로울까? 젖 빨다가 한 번씩 깨물면 얼마나 아플까? 엄마만 힘든 것이 아니라 아기도 힘들다. 엄마가 아프면 한 번씩 쥐어박을 테니까. 아기는 괜히 젖 먹다가 한 번씩 얻어 맞는다. 엄마가 때리기보다는 곁에 있던 아빠가 잘 때릴 것이다.
그러니 아기가 맞아서 골병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태어나서 젖 먹는 기간 동안은 치아가 없어야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모든 포유동물은 태어날 때 치아가 없다.
필자가 언젠가 이런 강의를 농민 지도자들에게 했더니 어느 목축업 하시는 분이 이의를 제기하셨다. 돼지는 태어날 때 유치를 갖고 태어난단다. 그럴 리가 있나 의아해 했더니 자기 농장에 태어난 지 며칠 안 되는 돼지 새끼들이 있으니 한 번 와서 보라고 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질이라 다음날 약속하고 시골 농장으로 찾아가 보았더니 정말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이 모두 유치가 몇 개씩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렇게 되면 젖먹일 때 꽤나 아플 텐데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젖 빨다가 엄마 젖을 깨물기도 한다. 그때마다 어미 돼지는 꿈쩍꿈쩍 놀라는 동작을 조금 취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잘 참는다. 여러 마리 새끼들이 번갈아가며 깨물어도 찔끔찔끔 몸을 움츠리며 그래도 잘 참으며 젖을 먹인다. 참 미련한 동물이다. 그 후로 필자는 강의 내용을 조금 수정하였다. 모든 포유동물은 태어날 때 치아가 없다. 단 돼지 제외!
어찌되었건 포유동물은 유치와 영구치가 있다. 유치는 태어나서 약 6개월 후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만 3세까지 한쪽에 5개씩 모두 20개의 치아가 다 완성된다. 그래서 만 6세까지 유치로만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는 만 6세가 되면 영구치아가 나오게 된다. 앞니가 먼저 나올까? 어금니가 먼저 나올까? 물으면 대개는 앞니라고 답하지만 실제는 어금니부터 먼저 나온다. 유치 맨 끝의 뒤에서 나오는 영구치, 6세에 나오는 어금니 구치라 해서 ‘6세구치’ 라고도 한다.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한 까닭은 만 6세에 첫 번째 영구치, 즉 6세구치가 맹출하기에 이 첫 번째 큰 어금니는 제일 먼저 구강 내에 나와서 일생동안 고생을 가장 많이 하는 관계로 탈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네 개의 6세구치 중 하나 이상은 탈이 나 있다. 우리 치과의사들에게는 효자 치아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이를 내세우며 ‘고맙다! 6세구치’를 외칠 수는 없다. 그저 6세구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6자와 9자를 합쳐서 6,9라는 숫자를 조합해 내었고, 따라서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했다는데, 그 6,9라는 숫자가 썩 아름답게 와 닿지는 않는다.
간혹 치과의사들이 좋아하는 숫자라며 6,9를 말하면, 어렸을 때 삼육구 놀이를 하던 버릇 때문인지 깜짝 놀라는 성인들도 있으나 그 의미를 길게 설명해 주면 이해가 된단다.
숫자 맞추기로 날짜를 정한 것은 일본이 먼저다. 충치라는 뜻의 ‘무시바’라는 발음이 ‘4’를 뜻하는 시 발음과 비슷하여 6월 4일을 충치관리, 즉 치아의 날로 정하였단다.
중국은 1996년 북경 구강의학원 예방치과 교수이며 제4대 아세아예방치과학회 (AAPD) 회장이던 장보세 교수에 의해서 처음으로 중국구강의사협회가 설립되었고, 구강의사 면허 국가시험 제도도 생겼다. 이때 중국 사람들이 평소 좋아하는 숫자인 9월에 처음 구강의사협회가 탄생한 날을 잡아 9월 20일을 치아사랑의 날 즉 애아일로 정하여서 우리와 같이 국민 구강보건 캠페인과 구강의사들의 권익 신장과 국민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봉사와 치과인들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보건의 날을 비롯하여 눈의 날, 에이즈 예방의 날, 정신건강의 날, 장애인의 날 등 건강 관련 날들이 많고 치과계도 이에 부응하여 건치의 날, 잇몸의 날, 틀니의 날 등 학회나 단체 또는 업체에서 이런 날을 제정하고 대 국민 홍보나 캠페인 그리고 관련자들의 지위 향상과 축제 한마당을 열기도 한다.
금년이 법적 구강보건의 날 첫 해인지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관하고 치과의사회를 비롯하여 구강보건협회 등 치과 관련 단체들이 함께하는 자리로, 장관상도 대거로 30명이나 주었고 각 협회장상들도 많아서 푸짐한 상복 잔치가 되기도 하였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각 치과 단체들의 구강보건 관련 전시와 행사들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구강보건법은 치과계로서는 매우 소중한 법령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치과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때 의료관계 법규 11가지 법령 중에는 시험과목이 빠져 있다.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치위생사, 치기공사도 구강보건법은 국가시험에서 제외되어 있기에 결국 치과계 사람들은 구강보건법을 잘 모른 체 구강보건의 날을 맞게 된 것이다.
아무튼 구강병은 죽거나 응급한 상황이 되지는 않지만 워낙 널리 퍼져있고, 만성질환에, 절대로 저절로 낫는 법이 없다. 결국은 치료해도 그 흔적을 남기며, 계속 쌓여가는 고질병이다. 그런 탓에 국가적인 질병관리 비용도 많이 들고, 향후 노인들의 건강을 좌우하게 되는 중요한 질병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어느 질환보다 예방이 상당한 수준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네 치과에서는 예방을 잘 안 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예방의 위력은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구강건강 향상은 물론 노인들도 틀니가 드물며, 자신의 치아를 갖고, 심지어는 점차 치과대학 미달 사태까지 초래하는 변화를 만들고 말았다.
이제 국민 구강보건의 날을 제정함을 계기로 우리도 치과에 가서 선진국에서처럼 구강병 안 생기게 예방해 달라고 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