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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방광암 떨쳐버리고 봉사의 삶 살아가는 이진호 씨의 생생 투병기

2003년 01월 건강다이제스트 희망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수희 기자】

“바삐 움직이다 보니 건강이 절로 따라오네요”?

두 번의 사형선고를 강한 정신력과 굳센 믿음으로 이겨내고 이웃을 위해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진호 씨(68).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남은 인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대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숨가쁘게 뛰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85년경으로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갔다.?

평생 병원 문 앞에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 있었다던 이진호 씨.

간혹 소화가 안 되고 거북한 기운이 느껴졌었지만 워낙 건강체질이었던 터라 그 정도의 경미한 증상에는 신경이 미치지 않았었다고.

하지만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던 그해 7월 종합진찰 결과 방광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 선고. 다른 이들은 수없이 많은 검사를 거치고, 수차례 병원을 옮겨 다닌 후에야 힘들게 내려지던 것으로 알고 있던 그 사형선고와 같은 결과가 그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쉽게 내려졌다.

“당황했지요. 하지만 초조하거나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

개복했지만 손댈 수 없을 만큼 상태 악화

수술날짜가 잡혔다. 평소 지인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던 E대학병원의 외과과장과 비뇨기과장의 집도 아래 이른 아침부터 수술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왠지 좋지 않은 예감에 휩싸였다. “배우자는 수술실로 입회하라.”는 방송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수술실 문 앞으로 몇 발자국을 떼던 그의 아내는 문고리 앞에서 더 이상 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결국 큰아들이 대신해 수술실로 들어섰다.

“수술부위를 개복했는데 수술을 진행해야 될지, 그냥 닫아야 될지 몰라서 상의하려고 불렀다.”는 것이었다. 배를 갈라놓고 어찌할 수가 없다니 벌써 손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보자는 그의 아들의 부탁에 수술은 다시 진행됐다.

“나중에야 알았지. 막상 배를 개복해보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집도의가 참으로 난감해했다는 거야.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자신도 놀랬다고 말야. 평생 수술 중에 기도를 한 적은 처음이라구 하더라구.”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직경 11cm의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친지와 친구들이 줄을 이어 병원을 방문했고 그 탓에 한동안 병원이 시끌벅적 했었다.” 며 그 당시를 회고하는 그는 병원 개원 이래 최다 방문손님(?)의 신기록을 갱신한 이력을 갖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질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난 식이요법 같은 건 잘 몰라요. 그저 입에 맞고 소화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었으니까. 평생 편식이란 걸 모르고 살았거든.”

그렇게 툭툭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지 9년. 94년 봄 암이 다시 재발되었다.

다시 E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손쓸 수가 없는 상태라며 S대학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시원스런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혹, 수술이 잘 되어 산다 해도 2년 정도라는 말밖에.

질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전적으로 의사를 신뢰하는 진정한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또다시 2차 수술이 감행됐다.

그로부터 8년 세월이 흐른 지금 이진호 씨는 현재 암의 흔적 없이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다.

원래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터라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살아온 것이 결국 ?병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고백한다.

주위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정신건강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힘든 투병생활에서 좌절보다는 언제나 희망을 얘기하며 밝게 살아갈 수 없었을 터이기에.

“음~ 그런 면에서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앙에 기대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위로해 주었기에 그 시간들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봉사하는 삶으로 남은 인생 사회 환원하고파

예전부터 65세가 넘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었다는 이진호 씨.

현재 사단법인 충.효.예 실천운동 부총재 겸 서울 총 책임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뜻의 일환이다. 2000년도에는 북한 노인돕기운동을 위해 북한을 방문, 회담을 갖기도 했으며 지난 10월 25일에는 효행, 사회 봉사, 이웃에 대한 근로 봉사 등 각 분야에서 투철한 봉사정신을 발휘한 사람을 선별해서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는 큰 행사를 어린이 대공원 회관에서 가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은퇴한 대학교수, 전직교장을 주축으로 하여 조직된 연구회인 ’노후복지 개발연구회’ 이사장직을 맡아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기도 하며, 매달 15일에는 자연돕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일이 힘에 부치기도 하련만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 그는 늘 감사하기만 하다.

검은머리, 날씬한 배, 지금도 난 이팔청춘!

“ 내가 왜 몹쓸 병에 걸렸을까를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나에게 각성을 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모든 것은 겪어봐야 그 사정을 안다고 했던가?

“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고 고백하는 그는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져옴을 느꼈다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의 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그. 기쁘고 즐겁게 열심히 살다보면 보람과 건강은 절로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내가 몇 살로 보여요?” 갑작스런 질문에 기자는 순간 당황했지만 얼른 웃음으로 떼워 보려했다. 이 머리도 염색한 거 아니예요. 자연산이죠. 친구들하구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난 젊은이로 여긴다니까. 지금도 이팔청춘이지 뭐!?

기자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진짜 안 믿네’ 요즘 웬만한 사람치고 배 안나온 사람 없잖아요? 내 배 좀 보세요. 전혀 안 나왔잖아요 “봐요~ 어이구 참.”

날씬한 배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뱃살빼기 비법은 다름아닌 복부 마사지. 그렇다고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좌우, 상하로 7번씩 마사지하면 배가 나올 틈이 없다고 살짝 귀띔한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하루에 4km 이상 꼭 걷는 것이 그 비결. 그래서 줄곧 77~78kg의 적당한(?) 몸매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다시 찾은 인생, 그리고 건강함. 그래서 그는 오늘도 봉사의 손길을 잠시도 늦출 수가 없다. 이것이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요, 그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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