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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자궁암 말기 이겨낸 김옥분 씨 체험고백

2004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절 살렸어요”

자신만을 끔찍이 아껴주는 남편과 한참 재롱을 피는 늦둥이를 보면서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던 김옥분 씨(48). 항상 긍정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자신에게 암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이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 그녀가 가족들의 지극한 사랑과 꾸준한 운동으로 말기의 자궁암을 이겨내고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기적과도 같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어렵사리 제왕절개로 막내아들을 낳고 하루하루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나날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바닥이 흥건할 정도로 하혈을 하면서부터 그녀의 행복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궁암이라는 병마가 갑작스레 찾아온 것이다.

갑작스런 하혈로 시작된 암과의 투쟁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서 큰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갱년기가 와서 자궁에도 작은 문제가 생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집 근처의 작은 병원에서 간단하게 검사를 받았는데 자궁에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하더군요.

단순히 자궁의 염증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돌아갔지만 왠지 모르는 피곤함과 하복부의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5개월 후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검사결과를 받아든 김옥분 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궁암이라는 선고가 내려졌던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내가 자궁암이라니…. 곧바로 소견서를 받아들고 큰 병원으로 달려가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기 시작했죠.”
몇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정밀검사는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됐다. 그리고 이미 암 세포가 많이 퍼진 자궁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밖에 안 나오더군요. 줄줄 타고 흐르는 눈물은 흘려도 흘려도 멈추지 않을 것처럼 흘러내리는데 어쩜 그렇게 아득할 수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도 아직 4살바기인 막내아들과 연로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넋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우선은 항암치료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항암치료라는 게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토록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줄 줄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몸무게는 40kg도 채 되지 않았고 머리는 듬성듬성 전부 빠져 버렸죠. 가족들이 이런 제 모습을 보면 가슴 아파 할까봐 일부러 면회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직 4살밖에 안 된 막내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놀랠까봐 일부러 매정하게 집에 돌아가라고 했었습니다. 그때 울면서 엄마를 부르던 막내 아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파 옵니다.

가족들의 사랑과 민들레 식이요법

3개월 동안의 항암치료 끝에 선택한 수술은 집도하는 의사가 두 명일 정도로 대수술이었다. 2001년 12월 18일,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수술은 오후 5시까지 계속될 정도로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
가족들은 수술실에 들어간 제가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수술이 실패한 줄 알고 병원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수술이 끝나고 처음에 눈을 뜨자마자 제가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달려온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또다시 눈물만 흘렀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워낙 큰 수술인 데다가 수술 중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김옥분 씨의 몸은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수술을 하고 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수술 후 걷지도 못할 만큼 몸이 약해졌고 때때로 견딜 수 없는 하복부의 통증으로 잠조차 이루지 못하기 일쑤였다.

”퇴원하고 처음 5개월 동안은 집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요. 골반이 너무 아파서 똑바로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죠. 그때마다 남편은 저를 부축해서 걷는 연습을 시키고 공기가 좋다는 산이나 소나무 숲에 데려가 주곤 했습니다. 특히 여자에게 좋다는 쑥과 민들레 잎을 달여서 자주 마시도록 해주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이때부터 점차 기운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이때부터 김옥분 씨는 집 근처의 공원에서 운동도 하면서 주변의 민들레를 뿌리째 뽑아서 식이요법에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잎은 깨끗이 씻어서 밥을 먹을 때 쌈을 싸먹거나 나물처럼 양념을 해서 먹고, 뿌리는 햇빛에 잘 말린 후 보리차처럼 끓여 마셨다. 물론 현미밥에 야채 위주의 식단은 기본으로 하였고, 수시로 녹차와 쑥을 끓인 물을 마셨다고 한다.

자전거로 다시 찾은 젊음과 행복

민들레를 활용해 많은 효과를 보기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러기 시작한 김옥분 씨는 특히 운동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스포츠댄스를 배우다가 하체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엔 동네만 왔다갔다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매일매일 3~4시간씩 중랑천에서 집까지 자전거로 왕복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심심했던 김옥분 씨는 중랑구 자전거 연합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과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기분도 상쾌해지고 건강도 좋아져 이제는 비 오는 날이 너무 싫다고.
”자전거를 타면서부터는 골반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오면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 생각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더군요. 요즘은 인라인도 배워서 휴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곤 합니다.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행복이죠.”

작년 6월, 그녀는 드디어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긋지긋했던 암 세포가 이제 김옥분 씨의 몸에서 완전히 떠난 것이다.

저는 한 번 죽었다 태어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더욱 더 뜻깊고 알차게 살아야죠.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준 가족과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은 아마도 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그녀에게서 병마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줌마처럼 넉넉한 그녀의 웃음만큼이나 앞으로 행복이 가득한 나날들만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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