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Y연합 회장 P 여사는 속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뭔가 개운치 않은 것이 묻어있고 차가운 것이 흘러내리는 감을 느꼈다. 병원에 가면 염증이 있다며 치료하라는 처방이 매번 반복되는데 그것은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P 여사는 친구가 말하는 용하다는 의원에 찾아갔더니 “열이 위로 뻗치고 아래가 냉하여 생긴 것이므로 한 달간 약을 먹으면서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늘 세척하라.”고 하였다. P 여사는 쓰디쓴 약을 한 달간 거의 매일 억지로 먹으면서 가끔 질 세척기를 사용하였는데 냉증과 대하증이 다소 멈춘 듯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속옷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또 얼른 그 용하다는 의원님께 가서 물었더니, “지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였다. 그날 K대학부속병원에 가서 P 여사는 ‘자궁경부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런 일은 지금 수많은 중년여성들에게 매일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냉(冷 cold)과 냉증(冷症 leukorrhea)과 대하(帶下)와 염(炎 inflammation), 그리고 암(癌 neoplasm)을 구분하지 못하고, 잠깐 있는 것으로, 누구나 그런 것으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냉이나 대하, 염증은 모두 한 선상에 있는 대동소이한 표현이다. 이것은 자궁의 염증반응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표시다. 세상에 무엇이든지 차고 냉하면 굳어져서 흘러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뜨거워져야(炎) 흘러내리는 법이다.
염(炎)이라는 그 한문 뜻대로 불(火)이 두 개나 있어서 뜨겁고 열이 날 수 있다. 그렇다면 염증에서 왜 차가운 것이 아래로 흘러나오는가?
신체 어느 구석이든 염증이 생기면 그것이 온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 몸에서 제어반응(Defence Mechanism)이 나타난다. 감기가 들었을 때 차가운 콧물이 나오는 것이나, 세균에 감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설사가 쏟아지는 것이나, 자궁이나 질벽에 염증이 있을 때 냉이 나오는 것은 모두 같은 이치다. 인체가 병균에게 정복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당연한 반응이다.
자궁암은 자궁염증이 잦은 사람에게 찾아온다. 다른 암도 염증이 반복되어 발생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즉, 염(炎)이 암(癌)의 시작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자궁염증은 성 접촉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너무 어린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한 사람, 성병 경력이 많은 사람, 난산 횟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자궁암 확률이 높다. 불결한 생활습관, 이상한 성습관, 무절제한 성생활도 원인이 된다.
자궁암의 냉, 대하는 혈성대하(blood leukorrhea)가 비치고서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P 여사처럼 3기가 되어버린 이후다. 자궁암은 진단이 쉽고 치료 또한 어렵지 않으므로 혈액정밀검진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