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늘 웃고 사세요!”
나쁜 일은 언제나 소리 없이 슬며시 찾아온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불쑥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영화 속 악당처럼 말이다.
서른 여섯이라는 창창한 나이에 위암 판정을 받은 김규동 씨(38세)에게도 불행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영화 속 주인공처럼 분연히 일어섰다.
결국 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김규동 씨의 투병담을 들어본다.
불현듯 찾아온 불행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김규동 씨의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했기 때문에 그는 어머니를 대신해 병원으로 약을 타러 다녔다. 2년 전 우연히 수면내시경 검사를 했던 날도 그는 원래 어머니의 약을 타러 병원을 찾은 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난히 병원 벽에 붙어 있는 ’수면내시경검사’ 안내벽보에 자꾸 눈길이 가더란다.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자꾸 수면내시경 검사에 대해서 궁금해지더군요. 제가 워낙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내친 김에 검사를 결심했습니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으러 간 날 그는 의사에게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위암 선고를 받았다. 술과 담배 때문에 간이 안 좋다는 결과가 나올 것만 예상하고 병원을 찾은 그는 위암 말기라는 소리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배가 아픈 적도 없는데 위암, 그것도 말기라고 하는데 눈앞이 정말 말 그대로 캄캄해지면서 사지의 맥이 탁 풀렸습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지요.” 그러나 마냥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야 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나이가 억울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일찍 죽기에는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암에 걸렸는지 세상과 신에게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지요. 살아야겠다고, 이겨내야겠다고 말입니다.”
교통사고로 장남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그 여린 가슴에 자신마저 묻어달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내 살 길은 내가 찾아야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그 순간부터 김규동 씨는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고 살 길을 모색했다.
우선 의사의 권유대로 위의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위암은 수술만으로 깨끗이 낫는 병은 결코 아니었다. 몸은 점점 더 야위어갔고,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하면서 수술 뒤에 가졌던 그의 반짝 희망도 점점 퇴색해갔다.
“하루하루 나빠지는 몸의 상태를 느끼면서 마냥 이렇게 병실을 차지하고 누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살아 남기 위해서 암에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암 환자에게 좋다는 것은 안 해본 것이 없고, 안 먹어본 것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내 살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 거죠.” 김규동 씨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시작한 것은 식이요법이었다.
”암환자에게 있어서 식이요법은 기본입니다. 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었습니다. 미나리와 신선초, 케일 등을 간 녹즙도 꼬박꼬박 마셨지요.”
현미밥과 각종 채소의 녹즙으로 몸 속의 피를 깨끗하게 했다. 물도 약수나 그냥 끓인 물이 아닌 표고버섯 달인 물을 마셨다. 표고버섯을 달여 항아리에 담아놓고 물대신 마셨다. 그러다가 한 번씩 가슴이 답답해지면 대추 달인 물로 바꿔 마시기도 했다. 식이요법을 하면서 그는 암에 좋다는 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기공요법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한의원에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뒤져 자신에게 맞는 한약재를 찾아내 스스로 먹을 한약을 조제하기도 했다.
”한약재에 관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유근피, 어성초, 백화사설초, 겨우살이 등 약 20여 가지 약재를 배합해 한약을 만들기도 했지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한의사들도 혀를 내두르더군요.”
아침마다 산에 오르는 것도 건강을 되찾는 데 크게 한몫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에 오르기는커녕 산에 오를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었다는 그가 지금은 등산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설파하고 다닌단다.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아십니까? 특히 나무에서 방출되는 산소의 양이 가장 많은 11시에서 2시 사이에 산에 올라 단전호흡으로 기운을 받아들이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웃음을 잃지 말아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규동 씨의 건강을 되찾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늘 감사하는 마음가짐’이었다고 한다. 이전의 그는 사업을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성격도 지고는 절대 못 사는 다혈질이었다고 한다. 술도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한 번 마셨다 하면 손발이 뒤틀리고 몸이 저리고 헛것이 보일 정도였다.
”아마도 스트레스와 폭음 때문에 암에 걸렸었나 봅니다. 암에 걸리고 나니까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겠더군요.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항상 모든 것에, 심지어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장기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김규동 씨. 그는 마음가짐이 병을 일으키는 근본이므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
내가 한번 씨익~ 웃을 때마다 내 몸의 세포들도 따라 웃습니다. 언제 어느 때고 항상 웃으십시오. 그러다보면 바라지 않아도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의 아들이 암이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환하게 웃는 김규동 씨. ”병원 침대에 누워 내게 남아있는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보자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년이나 지났다.”고 회고하는 그는
”암에 걸렸다고 자포자기부터 하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