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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만의 이달의 특선] 명기는 명연주자가 만든다

2005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1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정만 (비뇨기과 전문의, 준남성클리닉 원장)】

명기를 논할 때 남성들이 최고로 꼽는 것은 역시 ’속 좁은 여자(?)’다. 아무리 촉촉한 습도와 따뜻한 온도를 갖추었다 해도 통이 크고 속이 넓다면 남성의 쾌감은 반감되고 만다. 그러나 이렇듯 좁은 속을 소유한 질 좋은 여자는 아무에게나 걸리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명기를 연주할 줄 아는 명연주자에게만 명기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명기란 무엇이며, 명연주자는 누구일까?

우리는 이점에 있어 대단히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녀간 교합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단지, 볼트를 너트에 끼워넣는 식의 섹스로는 곤란하다. 너트는 볼트가 제 몸속에 제대로 맞추어질 때만이 그 역할을 다한다. 즉 빠지지 않게 조여주는 것이다.

굿 섹스의 요건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장의 크기와 여성의 죄는 힘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질 좋은 여자와 장대한 남자의 결합이 최상의 맞춤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속설은 거의 고정관념이 되어 지금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이쁜이 수술 유행을 낳았고, 오늘날 성기 확대수술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페니스의 체형과 크기, 속 좁은 여자가 정말 훌륭한 최고의 성적 요건일까?

굿 섹스의 핵심은 성적 상상력. 로마시대엔 비대한 체형의 남성이 여성의 인기를 모았고, 19세기만 해도 살이 찌고 비만한 남성이 여성의 시선을 끌었다고 한다. 부티의 싸인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다가 1960년 중반에는 마르고 굶주린 표정, 뭔가를 갈구하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의 남자들이 여성의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선진국의 이야기이지만, 1970년 중반부터는 다시 근육질의 스포츠맨 타입이 이상적인 남성 체형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체형의 변천사와는 사뭇 달리 가장 바람직한 페니스 체형은 전혀 유행을 타지 않은 채 오직 ’장대한 페니스’ 일변도였다. 오늘날 페니스 장대화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붓는 뭇 남자들. 뭔가 집어넣고 노상 잡아당기며 부풀리고, 늘려대는 대근술에 여념이 없다. 바디 빌딩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헤라클레스의 근육질과 같은 울퉁불퉁한 페니스가 될 수만 있다면 아마 오늘날 피트니스 클럽의 웨이트 트레이닝장은 근육질 페니스를 만들기 위한 페니스 역사들이 비지땀을 흘려가며 아랫도리에 힘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페니스 발기 근육은 운동으로 단련되는 골격근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수축, 이완되는 평활근육으로 이루어져 이와 같은 물리적 운동에 의해 근육질 덩어리가 되길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성교시 페니스 목을 휘어 감싸는 여성의 질은 튜브 형태로서 질내 공간의 용적은 상황에 따라 다분히 가변적이다. 분만할 때 아기나 산모가 다치는 일 없이 태아의 머리는 물론 어깨까지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하는가 하면 손가락 크기의 가느다란 구조도 감쌀 수 있는 놀라운 신축력을 지닌 기구가 바로 여성의 질이다.

섹스의 크기와 색깔을 좌우하는 열쇠가 이와 같은 하드웨어적 인자라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굿 섹스의 핵심이란 성적 환상과 성적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성적 분위기를 조성, 오직 섹스에 몰두할 수 있는 음란성에 있기 때문이다. 섹스의 본질은 ’음탕한 것’이며, 이야말로 굿 섹스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음란성의 정도가 진할수록 내적으로 충실한 섹스가 된다. 음란성을 제거한 섹스는 무미건조한 기계적 결합일 뿐이다.

이런 식의 섹스가 상상력을 창출할 리 없다. 음심을 자극할 리 없다. 굿 섹스란 자신을 숨기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드러내 보여주며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커플에게만 그 진가가 터득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난 사람들은 섹스의 음란성을 비하하며 비판한다. 마치 식순에 의한 형식적 섹스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식사도 하고 성공을 위한 기도로 드리고…. 그리고 삽입순에 따라 결합하고…. 그것이 가능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섹스에 씌워진 이중 잣대 때문이다.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갈증나고 배고파 걸신들린 듯 정신없이 먹어대는 생리현상에 그 누가 감히 윤리의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섹스의 참모습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죄의 채찍을 휘둘러 댈 수 없을 것이다. 성적 환상이나 성적 분위기는 음란성을 증폭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다. 섹스란 순수하고 절대적인 것이다. 섹스에 참여하는 순간만은 섹스의 의미나 가치 따위의 이성적인 척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남자의 성욕은 배설욕의 변형이다.

젊은 남자는 한 번 사정한 후 3~5일 동안의 생물학적 기간이 지나야만 정액 성분이 정상화된다. 3~5일이 경과하면 전립선이나 정낭, 정관 팽대부와 같은 성 부속기관 내부에 정액 성분이 충만되어 내부 압력이 증가한다. 이 내부 압력과 충혈현상이 성욕의 형태로 감지되는 것이다. 성욕은 성행위의 모티브이며, 성 실행력의 에너지다. 성행위의 만족도나 충실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필수 영양소다. 절제와 통제, 그리고 순화된 섹스를 외치는 입도 음탕한 성 놀이에 마냥 탐닉하는 육체의 시달림을 잘 알고 있다.

입과 육체의 어긋난 틈새에서 혼동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섹스의 원형, 그 참모습을 변형시키려는 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덧칠하지 않은 원래의 색깔과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환상적인 섹스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적 욕구, 성적 환상, 성적 공상은 섹스의 필수적인 양념이다. 이와 같은 양념을 치지 않고는 맛깔나는 섹스가 불가능하다.

속좁은 여자는 당신의 테크닉이 좌우

그러나 아직도 성적 만족도를 발기의 질, 질내 체류 시간, 사정의 분출력, 오르가즘의 강도와 같은 주관적 척도와 상대 여성의 성적 만족도라는 객관적 증후에 그 기준을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든 기준들을 제어하는 인자는 단연코 성적 상상력과 성적 욕구이다. 세련된 테크닉과 풍부한 상상력은 성기의 하드웨어적인 요인을 압도하며, 고음란?고품질의 섹스를 이루는 관건이다. 남성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속좁은 여자는 당신의 테크닉에 의해 오늘밤 더욱 좁아진 질을 소유한 채 당신 품에 안겨 있을 것임을 의심치 말라.

글쓴이 정정만 박사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연대 의대 외래 교수 및 이화여대 의대 임상 교수이며 대한 남성과학회 감사, 대한비뇨기과학회 감사, 대한 비뇨기과 개원의 협의회 공보이사, 대한 불임협회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준 남성클리닉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바로 서야 바로 된다>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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