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최명기 원장】?
주차를 할 때 우리는 비이성적이 된다. 어떻게 해서든 가까운 곳에 세우고자 한다. 10미터 더 먼 곳에 주차하고 집까지 걸어와도 시간으로 따지면 10초밖에 더 안 걸린다. 그래도 골목을 돌면서 10미터 더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자 한다. 골목을 한 바퀴 더 도는 데 드는 시간이 걷는 시간보다 더 걸린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자 하는 심리는 뭘까?
먼 곳에 세워 놓고 걸어서 집까지 가려면 왠지 손해 본 느낌이 들어서다.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사소한 일에도 싸움을 불러일으키면서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해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상대방 부탁을 들어주면 자신이 손해만 본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줬는데 상대방이 내 부탁을 거절하면 손해 본 것 같으면서 기분이 나쁘다. 다음에 부탁을 하면 시간이 있어도 바쁘다고 거절한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는 물건을 집어달라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도 “너도 손 있잖아!” 하면서 짜증을 내게 된다.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삶의 행간행간에서 부딪히게 되는 손해 보는 이 느낌, 과연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손해 보며 사는 내가 싫다고?
TV에도 나오던 나름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디에 가서든 유명인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가격을 깎기로 유명했다. 음식점에 가서는 항상 소문내 줄 테니까 싸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백지에 이름과 날짜를 사인해서 주고는 음식 값을 덜 내고는 했다.
그의 이런 행동을 창피해 하던 부인이 하루는 자식들과만 간단한 외식을 했다. 그 사실을 알고 그 배우는 자기와 함께 가면 싸게 먹을 수 있는데 가족들끼리 가서 비싸게 먹었다면서 부인에게 생각이 없는 여자라며 다그쳤다.
결국 그 배우는 평소의 인색한 태도 때문에 인심을 잃고 안 좋은 소문이 나고 부인과도 이혼을 하면서 인기가 뚝 떨어져 버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항상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서 병원을 경영하던 원장이 있었다. 직원들이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번번이 직원이 원하는 대로 월급을 올려줬다. 환자들에게도 비싼 비급여 시술을 권하지 않았다. 입원비를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손해만 보면 어떻게 하냐고 주위에서는 잔소리를 해댔다. 이익이 안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병원장들에 비해서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어서 원장은 병원을 다른 원장에게 양도했다. 새 병원장은 경영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였다. 원가계산을 전부 다시 해서 손해를 보는 진료부분은 확 줄였다. 직원들의 임금도 재조정해서 낮췄다. 과거 같이 직원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는 대신 원장이 업무를 직접 감독했다. 고가의 비급여 진료도 환자에게 많이 권했다. 입원비가 밀리는 환자는 가급적 퇴원을 시켰다. 그렇게 소위 합리적으로 경영을 하면 이전 원장이 할 때보다 경영이 더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병동을 운영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돈만 밝히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면서 환자들도 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자가 누적이 되면서 결국 병원문을 닫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항상 손해 보는 것 같던 병원장이 오히려 경영을 더 잘한 셈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길게 보면 손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매사에 이기려고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큰일을 하지 못한다.
큰일을 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무관심해야 한다. 사소한 이익과 손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1.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져서는 안 된다. 2.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대개 남도 싫어한다. 3.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4. 인생에서 가장 큰 이익은 즐거운 순간 그 자체다.
1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져서는 안 된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나 일본은 전투에서는 초기에 연전연승을 했지만 결국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다. 전쟁물자가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요한 군수품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
마음이 넓고 여유가 있는 이들은 개개의 사안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 하지만 마음이 좁고 여유가 없는 이들은 개개의 사안에서는 안달복달하면서 이익을 얻을지 몰라도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다.
직장에서는 나름 성공하는 것 같지만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식 하나는 공부 잘하고 성공한 듯해도 부모의 통제와 닦달에 지친 다른 자식이 속을 썩인다. 자잘한 일 하나 하나에 이겨 먹으려고 들다 보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무언가에 신경을 쓰고 이익을 꾀하는 동안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들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삶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된다. 반면 사소한 일에 손해를 감수하는 이들은 동시에 삶의 여러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2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대개 남도 싫어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직장 어느 부서에나 얌체가 한 명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익이 되는 일에는 미친 듯이 달려든다. 조금만 손해가 나는 일이 있으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남한테 곤란한 일을 부탁하고는 나중에 누군가 자신에게 곤란한 부탁을 할 때는 이런 저런 핑계로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생색은 더럽게 많이 낸다. 윗사람에게는 잘 보이고 동료나 부하직원에게는 막 대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손해 볼 일밖에 생기지 않는다. 진짜 밉상이다. 이렇게 얄미운 인간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더럽다. 이런 이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부서를 옮길 때도 있는 자랑 없는 자랑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분을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런 이를 좋아하겠는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대개 남도 싫어한다. 얌체들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억지로 좋은 인상을 주고자 노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얌체로 10년, 20년 생활을 하다 보면 이기적 태도가 표정과 몸짓에 배게 된다.
처음 만나는 상대방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딱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 옆에 있으면 나중에 손해 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잘 나가는 것 같던 얌체들도 나중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반면 손해를 봐도 툭 털어버리는 이들 주위에는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혹은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기에 이런저런 제안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다 인생도 결국 언젠가 활짝 피게 된다.
3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는 자신이 지금 현재 같이 살게 될지 몰랐다고들 한다. 직장인들은 대학생 때는 자신이 지금과 같이 살고 있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 결혼을 한 커플들은 미혼일 때는 자신이 지금처럼 이렇게 살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 노년이 되어서는 자신이 젊었을 때 늙어서 이렇게 살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이런 생각을 한다. 인생이 뜻대로 안 된다고. 인생이 안 풀리는 사람은 안 풀리는 사람대로 생각할 것이 많다. 그때 이것을 안 했더라면, 그때 이것을 했더라면 생각한다.
인생이 잘 풀리는 사람도 잘 풀리는 사람대로 생각할 것이 많다. 그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때 그 기회를 놓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즉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고, 매일 매일 이기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이들은 그러한 순간순간이 쌓여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된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자잘한 것에서 이익을 봐도 큰 거 한방에 날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남편, 아내, 자식, 부모형제로 인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즉 인생을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서 빡빡하게 굴어도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행운과 불행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행운과 불행이 작용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삶의 태도에 대해서 스스로는 완벽주의라고 합리화할지 몰라도 옆에서 보기에는 피곤하기 짝이 없는 강박적 삶에 불과하다.
4 인생에서 가장 큰 이익은 즐거운 순간 그 자체다
매순간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이들 옆에 있으면 항상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항상 남을 이겨먹으려 드는 당사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우선 절대로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 혹은 그녀 역시 머리가 터질 지경일 것이다. 항상 사소한 이익까지 모두 계산해서 움직여야만 하기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따라서 누군가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자신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니까 힘들 때 기댈 사람도 없다. 일을 하나씩 놓고 보면 손해 보지 않기에 똑똑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삶에는 즐거움이 없다. 얌체들은 얌체들끼리도 서로 싫어한다. 자신은 잘나고 남들은 못나서 안 만난다고 스스로를 속이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얌체들은 세상으로부터 따돌림 당한다.
반면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누구나 손해를 보면 당연히 기분도 나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이다.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불쾌함을 잊으면 된다. 별것도 아닌 일에서 지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혹시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억울해서 잠을 못 자는 삶을 사느니 그냥 손해보고 그 시간에 나 좋은 일을 하는 것이 낫다. 까짓것 좀 손해 봐도 나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 있다. 눈앞의 일에서 이익을 얻고자 인생의 궁극적인 즐거움을 희생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손해를 보더라도 가치 있는 삶을 살자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사고처리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한 번씩 갓길에 처리된 사고차량을 보기 때문이다.
그 한 번 고개 돌리는 데 들어간 몇 초의 시간들이 누적되어서 도로를 정체시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이익에 목을 매고 신경을 쓰는 순간들이 누적되다 보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삶은 끝없이 달릴 수 있는 무한도로가 아니다. 어느 순간 끝나게 되어 있다. 뭔가에 대해서 손해를 안 보기 위해서 아득바득 노력해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때 만약에 내일 죽는다고 해도 매달릴 정도로 이 일이 나에게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에 이 일 때문에 억울해서 죽지 못할 것 같다면 더 치열하게 끝까지 한 번 가봐야 옳다.
하지만 내일 죽는다고 상상을 하고 보니 왜 이 따위 일에 지금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면 포기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래서 머리에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금 하는 일을 내던지자. 그리고 머리에 떠오른 진정 나에게 중요한 일을 바로 지금부터 하도록 하자. 그렇게 손해 보며 사는 미학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음 네 가지 사항을 꼭 숙지하자.
1.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져서는 안 된다. 2.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대개 남도 싫어한다. 3.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4. 인생에서 가장 큰 이익은 즐거운 순간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