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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간암 이겨낸 권오상 씨 희망보고서

200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파릇호

【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죽마고우의 간이식으로 새 삶을 얻었습니다”

과도한 업무의 스트레스와 끊임없는 술자리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심한 간 손상으로 간이식밖에 살길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권오상 씨(43세). 가족들조차 나서기 힘든 간이식 수술을 죽마고우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치고 이젠 새삶을 살고 있는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귀여운 두 아이와 자상한 아내,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권오상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체질이었다. 업무의 스트레스와 과음하는 날이 많아도 워낙에 운동을 즐기면서 잘 먹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불행의 그림자는 어느날 갑자기 그를 찾아왔다.

건강에 소홀했던 지난날

2003년 1월, 평소 등산을 즐겨하던 권오상 씨는 지인들과 함께 한라산 등반길에 올랐다. 여느 때처럼 산을 오르고 있던 그때, 갑자기 다리가 떨리기 시작하면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백록담까지 거의 이르렀는데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힘이 쭉 빠지더군요. 그러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죠. 다행히 같이 있던 분들이 응급조치를 잘해서 바로 몸을 따뜻하게 감싼 상태에서 119 구조대에 실려갔습니다.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더군요.”

응급실에서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후 간 수치가 안 좋은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서울에 올라와 종합병원에 가서 간수치 검사를 받았다. 단순히 ’안정을 조금 취하면 괜찮겠지’하고 안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0∼40 정도여야 할 정상적인 간 수치가 1.000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의 간은 어떠한 치료를 해도 어찌해볼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마음 가볍게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간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간이식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말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과로해서 어느 정도의 휴식을 취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간수치가 1,000을 넘었다고 하더군요. 이대로 두면 간경화와 간암까지 여러 가지 합병증이 와서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2년 안에 사망할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으니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어지럽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을 보면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권오상 씨는 우선 몸을 추스르기 위해 회사에 병가를 내고 강원도의 백담사로 내려갔다고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자연을 느끼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몸을 추스려도 몸 상태는 좀체 좋아지지 않았다. 아니 점점 더 악화돼 갔다. 갈수록 몸의 힘이 빠지고 먹지도 못하게 되면서 결국 의식을 잃고 다시 한 번 응급실로 실려가기에 이르렀다.

죽마고우의 간이식으로 새삶 찾아

응급실로 실려온 권오상 씨를 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그의 건강상태에 가족들과 지인들은 놀라기도 잠시, 어떻게든 치료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간이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에 또다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소식을 듣고 자신의 간을 이식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간이식을 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미안한 마음에서 권오상 씨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친구는 자신의 간을 이식해주고 싶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다.

”미안한 마음에 간이식을 거절하자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앞으로 우리가 살면 20년 정도밖에 더 살겠니? 네가 없이 혼자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은 20년을 둘이 10년씩 나눠살자.’ 결국 친구의 이 말에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간이식을 하기로 결정했죠.”

친구의 끈질긴 설득으로 간이식을 결정한 후, 친구의 간을 권오상 씨의 간에 이식할 수 있는지 검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가족들도 일치하지 않았던 간이식의 조건이 맞아 바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6월, 새벽 5시쯤 시작돼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끝난 간이식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둘이서 아무 말도 못한 채 서로 얼굴만 응시했죠. 간 제공자인 친구가 먼저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그 뒷모습을 보는 것이 참 가슴 아팠습니다. 친구를 위해서라도 꼭 건강하게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

그렇게 죽마고우의 간을 이식받은 권오상 씨는 현재 정상적인 간수치를 유지하며 별다른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물론 간이식을 받은 이후에는 좋아하던 술도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중이다. 수술 직후에는 체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지금은 예전부터 해오던 등산을 다시 시작할 만큼 건강해졌다.

”간이식을 받고 퇴원할 당시 간수치는 300 정도로 수술 전보다 낮았지만 역시 정상수치에서는 벗어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퇴원 후에는 잡곡밥과 채식으로 식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걷기운동을 꾸준히 했죠. 그랬더니 간수치는 점점 떨어져서 지금은 정상인과 똑같은 간수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간이식 수술은 권오상 씨의 생활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게 했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으로 감정표현이 서툴고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꼼꼼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간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그에게서 더 이상 예전의 성격은 찾아볼 수 없다.

”한 번 죽다가 살아났기에 이젠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언제나 모든 일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소 급한 성격이었지만 요즘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한 번 더 참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간이식을 해준 친구와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는 권오상 씨. 도움을 받은 주변 분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며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처럼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래본다.

※암을 극복한 사례 인터뷰는 대한암협회(www.kcscancer.org)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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