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아들의 지극 정성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겁니다”
강한 의지만 있다면 못 이루어 낼 것이 없다고 말하는 백양자 씨(64세). 그도 그럴 것이 췌장암 진단 후 전혀 살 가망성이 없었던 그녀가 살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수술도 하지 않은 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늘 곁에서 도와주는 아들과 함께 시작한 자연요법 또한 그녀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피와 살이 됐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절망보다는 희망만을 생각하겠다는 그녀의 좀 특별한 투병이야기를 들어본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평창에 사는 백양자 씨는 1남 2녀의 어머니요, 평범한 농부의 아내로 늘 집안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2005년 12월 그날 역시 다른 날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집안 일에 바빴고 노랗게 잘 익은 유자로 유자청을 담기 위해서 부엌에서 유자를 썰고 있었던 찰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힌 것처럼 소화가 안 되는 통증이 왔고 그 증상은 며칠 내내 이어졌다.
갑작스레 찾아온 췌장암
“속이 계속 더부룩하더니 급기야는 얼굴이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변해서 남편과 함께 강릉에 있는 큰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어요. 초음파며 X-ray 등 여러 촬영을 했는데 췌장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남편과 자식들은 그녀가 걱정할까봐 암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10일 만에 그녀의 상태는 더욱더 악화되었고 몸에 호수를 꽂은 채 서울에 있는 큰 대학병원으로 이송이 됐다. 옮겨진 병원에서는 다시 정밀 검사를 했고 이번에도 췌장암이라는 똑같은 절망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백양자 씨는 10일이 넘게 밥도 못 먹고 검사를 받으면서 점점 몸은 지쳐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힘겹게 검사를 받는 그녀를 도저히 보지 못한 자식들은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엄마 놀라지 마세요. 중한 병이지만 고칠 수 있는 병이래요. 수술을 원하시면 수술을 해서 병을 이겨내요. 엄마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살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약해지지 않으시면 꼭 암을 이겨낼 수 있어요.”
암 선고와 함께 자신을 생각해주는 자식들의 고마운 마음에 혼자서도 많이 울었다는 백양자 씨. 그런 그녀는 수술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나기로 결심을 했다. 수술을 해도 얼마나 더 오래 살겠냐 싶기도 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오히려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아들의 지극 정성은 일등공신
그때 당시 병원에서는 수술을 계속 권했지만 백양자 씨의 확고함을 느낀 아들은 요양하기에 좋은 최적의 장소를 찾으러 백방으로 찾아 다녔다. 이윽고 경기도 안성에 있는 건강원을 찾게 되었고 백양자 씨와 그의 아들도 한줄기 희망을 얻은 것 같았다.
“반신반의하는 저를 보더니 아들이 더 열심히 배우고 따라하는 거예요. 솔직히 처음에는 자연요법 프로그램들로 병이 낫겠냐 싶었거든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니 놀라웠어요.”
이렇게 꾸준히 요양원에서 생활을 하고 일주일에 3∼4번은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항암치료와 함께 병행했다. 모든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고 좋은 공기와 좋은 음식으로 요양하던 그녀에게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4개월 만에 암의 크기가 줄었다는 것이었다.
이 놀라운 소식에 그녀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서울근교인 일산으로 이사를 하고 철저한 투병이 다시 시작됐다.
“저의 상태를 보더니 병원에서도 놀란 눈치였어요. 그러더니 지금 수술을 하면 좋겠다고 또 권유를 했지만 저는 아직도 수술을 할 생각이 없어요. 몇 달 동안의 규칙적인 생활로 암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보면 희망이 있겠다 싶거든요. 그리고 지극 정성으로 돌봐준 아들이 있어서 수술도 필요 없었어요. 병원보다 더 잘 챙겨줘요. 틈틈이 전화해서 음식도 운동도 늘 적당히 하라고 당부해주는 고마운 아들이에요.”
야채즙으로 건강 지켜
아들이 챙겨주는 보양식과 관심 때문이라도 더 오래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그녀. 요즘은 잡곡밥에 채식 위주의 식단 외에도 야채즙을 꼭 챙겨 마신다. 샐러리, 당근, 브로콜리, 색색의 파프리카를 넣고 갈아 마시거나 돌나물과 미나리를 갈아서 마신다. 3시간마다 마시는 데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갈아 마시는 것이 그녀의 노하우다.
또 저녁에 자기 전에 치커리액을 마시는데 속이 편안하고 피로가 확 풀린다고 한다.
“아프기 전에는 육식과 회를 참 좋아했는데 아프고 난 뒤부터는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바꿨어요. 토마토랑 마즙은 하루에 꼭 한 번씩 먹어요. 운동도 귀찮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아침, 저녁으로 1시간 이상씩 해줘요. 아들도 이렇게 신경 써주고 평창에서 지금 혼자서 지내고 있는 남편과 딸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급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만 강하다면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백양자 씨. 수술이 아닌 스스로 암을 이겨내겠다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 비록 투병은 끝이 나지 않았지만 사는 동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암을 이길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오늘도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