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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탈 도시 열풍 속에서… 몸 살림, 마음 살림 돕는 귀농 성공법

2014년 01월 건강다이제스트 신년호 114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건강을 위해 자연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필자의 저서 <암, 자연이 희망입니다>에서는 “자연이 자신의 질병이나 질환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과 마음에 깃든 대부분의 질환이나 질병이 자연을 만나게 되면 자연히 소멸하게 되는 예를 수없이 봐왔다. 자연, 그곳에서 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영양에 자리를 잡은 K씨는…

영양에서 만난 K씨,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홀연히 서울을 떠났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그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맛이 없어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하였고, 삶의 의욕은 점점 더 떨어져 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서점에 갔다. 암에 관한 서적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한 책이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수십 권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자연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고 서울을 떠났다. 차창으로 보이는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전국을 돌고 돌아 마지막 종착지가 된 영양. 그는 이곳에서 1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음식을 제대로 해 먹을 수 없어서 결국 아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빈집을 구하고 간단한 살림살이도 장만했다. 그의 아내는 처음 그집에 갔을 때 기겁을 했다.

그러나 남편의 표정이 편해 보여 그 불편함을 말로 뱉어내지 않았다. 남편이 수십 권의 책을 읽는 등 투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아내도 불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는 떨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와서 투병을 돕는 일을 했다.

봄이 되면서 조그마한 텃밭을 구해 여러 가지 모종을 사서 닥치는 대로 심었다. 물론 마을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서 씨도 뿌렸다. 뿌린 씨에서 얼마 안 돼 싹이 올라왔다. 너무나도 조그마한 싹이었다. 신기했다. 그 싹은 성큼성큼 자라 성체가 되었다. 그리고 심은 작물들이 하나둘 밥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내가 내려와서 밭에 나가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밭은 잘 정리돼 있었다. 아마도 남편은 밭을 일구며 암을 잊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가끔 텃밭을 분양받아 이것저것 심어보기는 했지만 모두 풀에 갇혀 제대로 수확한 게 없었다. 가끔씩 가 본 텃밭은 그야말로 풀밭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10평 남짓 텃밭도 제대로 못 일군 것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은 것은 농부로서의 탁월한 기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K씨가 농사짓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얼마 안 돼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도와주기 시작했다.

귀농의 실천자로 살아본 5년의 평가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저마다 사연도 가지가지다. 직종도 다양해 과거 도시에서 낙오돼 귀농하던 시대에서 새로운 삶의 전진기지로서 귀농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새로운 삶은 그들에게 건강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필자도 2005년, 서울에서 생태귀농학교 교육을 마치고, 2008년 충주로 1차 귀농을 했다가 정착하지 못하고 2009년 이곳 영양으로 옮겨 왔다. 그로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해 올해로 5년째. 아직은 어설픈 농부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당초 목표는 6개월은 유기농산물을 경작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6개월은 순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여행도 하고 글도 쓰며, 건강한 이웃과 왕래도 하고, 붕괴된 옛 농촌문화 복원운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그렇게 계획된 귀농은 도시에서는 감히 얻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얻게 해주고 있다. 이웃, 어울림, 시간적 여유, 공간적 여유, 그리고 마을, 아직은 부족하지만 행복을 수확할 충분한 여건은 만들어졌다. 도시에서의 삶이 돈으로 연명하는 삶이라면 이곳 마을주민으로서의 삶은 사랑과 정, 나눔의 삶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타의에 의해서 움직였다면 농촌에서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

귀농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자

귀농에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적용해보면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유기농산물, 비옥한 흙과 깨끗한 물 찾기, 텃밭, 소박한 밥상, 건강, 장수, 여유, 나눔, 석유화학제품 최대한 줄이기, 유해화학제품 줄이거나 사용 안 하기, 자급자족하기, 버킷리스트 작성하여실천하기 등등. 이러한 키워드 또는 어구들이 추구하는 것은 건강과 행복이다.

이 즈음에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니어링 부부의 삶이 귀농과 건강, 그리고 행복한 삶에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한다. 비록 타의에 의해서 귀농한 경우이긴 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활용, 조화로운 삶을 살다가 갔다. 이 부부의 건강과 장수는 밥상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목표로 하였으며 밥상은 가능한 한 소박하게 차렸다.

‘소박한 밥상’ 위에는 입맛을 돋우는 반찬은 하나도 없다. 채식주의자인 헬렌은 생야채와 약간의 곡물만으로 밥상을 차렸다. 밥상을 차릴 때도 요리를 가능한 한 하지 않았다. 육식이 건강한 삶에는 없다고 강변한다. 그녀는 되도록 날 것, 조리하게 되면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에 간단히 만들어 식사하고 남은 시간은 시를 쓰고, 음악을 듣고, 자연과 만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썼다.

그녀의 밥상에선 고기, 생선, 흰설탕, 흰밀가루, 달걀, 우유, 베이킹파우더 등을 볼 수 없다. 그녀는 지상의 모든 것에 연민을 갖고, 최대한 많은 것에 유익을 주고, 최소한의 것에 해를 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이 차려준 식탁, 샐러드

헬렌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원으로 녹색 잎채소를 즐겼다. 양배추, 비트, 당근, 사과 등 가을과 겨울에 나는 채소도 있고, 봄이 되면 민들레, 괭이밥, 명아주를 비롯해 상추가 나온다. 샐러드는 계절마다 나오는 채소를 활용하면 되므로 가장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이다. 양상추, 셀러리, 토마토나 들과 산에서 나는 다양한 풀들도 샐러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샐러드드레싱으로는 올리브유와 식초, 그리고 허브 약간이면 충분했다. 이들 재료는 신선도가 생명이니 채집해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바로 사용한다.

샐러드는 니어링 부부가 주식처럼 먹었다. 겨울에는 새싹채소를 활용했으며, 시금치, 양배추, 케일, 비트, 겨자잎, 근대, 무청 등은 두툼한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어 찌면 물로 씻을 때 잎에 남아 있던 수분만으로도 조리가 된다. 콩 같이 마른 종류나 근채류는 찬물을 붓고 끓이는 게 좋다.

니어링 부부의 귀농 후 생활사례를 간단히 언급했는데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것을 즐겼다는 점과 산과 들에서 나는 풀과 꽃, 나무, 그리고 텃밭에서 기른 다양한 제철 채소, 곡류만으로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런 생활은 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 식품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식품들은 몸에 독이 되는 다양한 첨가물들이 들어있고 농산물 시장에는 농약과 화학비료 범벅인 신선하지 않은 채소들로 가득 차 있다. 어느 한 가지도 마음 놓고 즐길 음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귀농을 하면 최고의 건강밥상을 내 마음대로 차릴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가 내 마음속의 병까지 치유해 준다. 이만 하면 “귀농이 건강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니어링 부부의 경우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철저한 철학과 가치 하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었겠지만 통상의 경우는 니어링 부부의 삶을 실천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원칙만은 지키며 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스케치하자.

그것은 자연은 소중하며 내 생명이라는 점이고, 내가 먹을 밥상차림에 있어서 일체의 유해화학물질(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등)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본 가치만 있으면 건강하고 행복한 귀농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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