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규남 교수】
건강 회복 프로젝트의 첫 주자는 ‘금연’이다. 식상함을 넘어서 이젠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그 굴레에서 헤어나오기란 그리 쉽지 않다. 1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연기로 승천하지 못하고 손이나 가위로 잘리며 생을 마감한 담배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찰거머리 같은 담배와 쿨하게 헤어질 수 있을까?
그 비법들을 준비했다. 새해 결심이 백 일도 못 채우고 꺾여 몸도 마음도 우울하다면 살랑이는 봄바람에 우울은 날려버리고 따사로운 봄 햇살에 마음을 한껏 데워 다시 한 번 불타는 의지를 끌어올려 도전해보자.
흡연 나쁜 거, 다들 알잖아~
폐암, 심근경색, 호흡기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남성의 성기능 약화 등등. 대한민국에서 흡연 나쁜 거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즐기며 피우다 병에 걸렸대도 억울한 마음에 “왜 나야?” 하며 울분을 터뜨릴 것이다. 그러나 담배를 입에 대본 적도 없는데 속수무책으로 건강상의 피해를 보는 쪽도 있다. 바로 아빠와 엄마의 흡연에 건강을 희생당하는 아이들이다.
부모 어느 한 쪽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자녀를 살펴보자. 중이염이나 폐렴, 기관지 관련 질병을 앓고 있지 않은지. 내가 좋아 피우는 담배가 내 자녀를 병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명이 길어질수록 재산보다 건강이 더 큰 가치의 유산이 될 것이다. 건강을 물려준 부모가 되는 것, 금연해야 할 하나의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어떤 흡연자?
왜 나는 담배를 피울까? 금연은 이 물음의 답에서 시작한다. 흡연자들 대부분은 흡연의 이유로 ‘스트레스’와 ‘습관’을 꼽는다. 이 단순한 대답에 금연의 열쇠가 들어있다. 스트레스가 이유인 흡연자는 스트레스를 잘못된 방법으로 푸는 것이니 스트레스를 풀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습관이 이유인 흡연자는 이미 니코틴에 중독됐음을 자인하는 것과 같아서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1. 스트레스가 원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자
스트레스 때문에 흡연한다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자연히 금연도 된다는 의미다. 그러면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취미생활, 운동, 봉사활동, 종교 활동, 복식호흡, 요가 등 담배와 술이 아닌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규남 교수는 “스트레스는 안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잘 풀어야 하는 것”이라며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다면 운동을 취미로 갖는 게 좋다.”고 말한다.
2. 습관이 원인? 4전 5기 정신으로 도전하자
습관이 원인인 흡연자는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날 때 금연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하기도 어렵고 금연 기간 중 단 한 대도 안 피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4전 5기’와 ‘앗, 나의 실수!’이다. 김규남 교수는 “대개 담배는 한 번에 끊기 어렵고 4~5번 만에 끊는 것”이며 “금연 과정 중 피운 담배 한 대는 ‘실패’가 아니라 ‘실수’일 뿐이니 개의치 말고 금연을 밀어부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걸 ‘순간의 실수’ ‘앗, 나의 실수야’ 하고 넘겨야 하는데 그걸 실패라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다.
금연 방법에는 단번에 담배를 끊는 단연법과 서서히 니코틴 양을 줄여가는 절연법이 있다. 둘 중 단연법이 성공률이 높다. 그러나 니코틴 중독이 아주 심할 경우 절연법을 쓴다. 김규남 교수는 “절연법의 경우 개비 수보다는 니코틴 양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개비수를 1/6로 줄여야 니코틴 양이 1/2로 준다.”고 한다. 만약 한 갑 반(30개비)을 피운다면 5개비만을 피워야 니코틴 양이 1/2로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먼저 나의 니코틴 의존성부터 체크하자.
단연법? 절연법? 금연법 선택을 위한 테스트
* 나의 니코틴 의존도는?
1.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 만에 첫 담배를 피우십니까?
□ 5분 이내(3점) □ 6~30분 이내(2점)
□ 31분~1시간 사이(1점) □ 1시간 이후(0점)
2. 지하철, 버스, 병원, 영화관 등과 같은 금연 구역에서 흡연 욕구를 참는 것이 어렵습니까?
□ 예(1점) □아니오(0점)
3. 가장 포기하기 싫은 담배, 다시 말해 가장 좋아하는 담배는 어떤 것입니까?
□ 아침 첫 담배(1점) □ 그 외의 담배(0점)
4. 하루 담배를 몇 개비나 피우십니까?
□ 31개비 이상(3점) □ 21~30개비(2점)
□ 11~20개비(1점) □ 10개비 이하(0점)
5. 오후와 저녁 시간보다 오전 중에 담배를 더 자주 피우십니까?
□ 예(1점) □ 아니오(0점)
6. 몸이 아파서 종일 누워 있을 때에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 예(1점) □ 아니오(0점)
*니코틴 의존도 판정
* 3점 이하 : 낮음 – 행동요법으로 금연 가능
* 4~6점 : 중간 – 행동요법 + 약물요법 권장
* 7점 이상 : 높음 – 행동요법 + 약물요법 필수
TIP. 6점 이하는 단연법을, 7점 이상이라면 심각한 니코틴 중독으로 금단현상이 심할 수 있으니 절연법을 택하는 것이 수월하겠다.
금연에 성공하는 준비전략 3가지
1. 금연 선포식, 나의 금연을 방방곡곡 알리자
금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첫 단추는 무엇일까? 바로 금연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연인과의 약속 때문이든, 천식인 자녀를 위해서든 ‘금연 동기’를 정하자. 동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성공률은 높아진다.
탄탄한 동기가 생겼다면 ‘금연일’을 정하자. 1월 1일, 설날, 삼일절, 결혼기념일 등 자신에게 중요한 날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김규남 교수는 생일을 금연일로 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금연일이 정해지면 니코틴 의존도에 따라 약을 먹을지를 정하고, 복용할 경우 금연일 1주일 전부터 먹기 시작한다.
금연일을 정하고 나서는 ‘금연 선포식’을 한다. 내가 담배 피우는 것을 아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금연을 알린다. 가족이 모여 담배와 재떨이를 버리고 금연 서약을 하는 이벤트를 갖거나 지인들에게 “제가 O월 O일부터 금연하니 담배를 권하지 마세요.” 등의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좋다.
김규남 교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금연을 알리면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깨기가 어렵고, 자신에게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성공률이 열 배나 높아진다.”고 말한다.
2. 금연 중 흡연 유혹을 이기는 법
금연을 잘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흡연충동이 온몸을 사로잡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규남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서 했던, 흡연충동을 일으키는 행동들이 있다면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방법을 마련해 옛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점심 후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면 커피를 녹차로 바꾸거나 아니면 식사 후 바로 양치질을 해서 담배 피우기가 꺼려지게 하는 것이다.
흡연을 대체할 방법에는 물 마시기, 껌·사탕·은단 등 먹기,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하기, 심호흡, 푸시업, 줄넘기 등 다양하다. 손을 놀릴 수 있는 작은 스펀지 공을 휴대하는 것도 좋고 손목에 고무줄을 차고 흡연충동이 있을 때마다 고무줄 튕기기를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김규남 교수는 “담배 피우고 싶을 때 흡연을 대체할 행동을 본인 스스로 개발을 해놓아야 한다.”며 “흡연충동은 오래가는 게 아니므로 그 순간을 잘 넘길 방법이 필요하고, 그 순간을 잘 못 넘기면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고 말한다.
3. 금연의 완성, 금연 전도사가 돼라
금연에 성공했어도 다시 재흡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금연에 성공했다면 금연 전도사가 되자. 방법은 간단하다. 주변의 흡연자 한 명을 정한다. 그리고 그에게 집중적으로 금연을 권하는 것이다. 김규남 교수는 “금연 전도사는 사실상 자신의 재흡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은 재흡연을 안 하고 주변 사람은 금연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효과가 있어 흡연 성공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흡연하고도 장수했다더라?
흡연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옆집 할아버지는 담배 피우고도 90세까지 사셨다.”는 말이다. 김규남 교수는 “90세까지 사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 훨씬 크다.”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 팔팔 100세이지 골골 100세는 아니다. 90세까지 살더라도 담배를 피우면 건강한 노년은 기대할 수 없다.
알코올 중독은 병! 니코틴 중독도 병?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은 병임을 알고 있다. 반면 흡연은 병이라기보다 기호의 문제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김규남 교수는 “담배로 인한 니코틴 중독은 개인의 습관이 아니라 ‘정신과적 중독성 질환’”이라며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못 끊게 되고, 아예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흡연은 수명도 단축한다. 흡연으로 수명을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는 30대에 끊어야 한다. 40세에 끊으면 평균 수명에서 1년 정도 손해 보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큰 손해가 난다. 우리가 스스로 수명을 늘릴 방법은 단언컨대 ‘금연’임을 잊지 말자.
김규남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며 금연클리닉, 운동의학클리닉을 진료하고 있다. 현재 KBS 1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건강정보를 폭넓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