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의규 기자】
【도움말 | 대한정형외과학회, 순천향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건국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 식품의약품관리처】
우리나라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노인인구 증가와 식생활 변화 등으로 인해 한 해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치료법으로도 퇴행성관절염을 정상 복구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하지 않은 관절염의 경우 생활습관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관절염의 추가 진행을 방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심한 관절염 환자에게 인공관절치환술을 권장한다. 실제로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의 인공관절을 사용해 수술을 받는 관절염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무릎관절 수술 환자만 해도 매년 5만여 명에 달할 정도다.
특히 인공관절 가격이 높고 시술비가 고가여서 전문병원, 대학병원 할 것 없이 인공관절수술로 인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는 재수술이나 수술 부위 감염 등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수술 선택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이 폭증하는 배경과 수술 선택 시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한국에서 유독 각광받는 무릎관절 수술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무릎관절 수술 건수는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최근 증가율은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2010 OECD Health Data’를 보면 2008년 영국, 프랑스 등을 포함한 EU 12개국의 인구 10만 명당 무릎관절 수술 건수는 107건으로 한국(92건)보다 다소 높았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19.2%로, EU(3.4%)보다 6배 높았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무릎 수술이 유럽보다 많아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미국의 2008년 수술 건수는 인구 10만 명당 191건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으나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92건에서 108건으로 17.4% 급증했다.
한국의 무릎관절 수술 환자는 최근 10년 간 평균 10% 가까이 증가해서 2012년 현재 연간 4만 7000명에 이르렀다. 여기에 수술 진료비는 3600억 원,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출하는 급여비만 한해 3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진료비나 급여비로 따지면 국내 주요 다빈도 수술 20개 중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무릎관절 수술이 한국에서 특히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인구 고령화 ▲영상의학의 발달 ▲수술 기술 및 치료 재료의 개발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우후죽순 생겨난 전문병원 등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무릎관절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병원급(전문병원 포함) 의료기관의 무릎관절 수술 건수는 2005년 1만 286건에서 2009년 2만 9494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증가율 186.7%). 이는 전체 수술 건수 증가율(112.9%)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며, 다른 요양기관의 증가율(상급종합병원 47%, 종합병원 94.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수술 건수 점유율로 보면 병원급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2005~2009년 동안 병원의 수술 건수 점유율은 40%에서 53.7%로 뛴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1%에서 14%로 추락했다.
특히 ‘전문병원’의 관절치환술 건수가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수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2010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수술 건수 상위 10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인공관절전문병원이었다. 이들 6개 병원의 수술 건수는 전체 수술 건수의 24.1%, 병원급 의료기관 수술 건수의 44.1%를 차지했다. 또한 2005년 상위 10개 기관 중 전문병원이 3개였던 데 비해 2009년에는 6개로 늘었다.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건강보험공단 전 초빙연구원)인 정형외과 전문의 김연일 교수는 2005년 이후 최근까지 무릎관절 수술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원(전문병원)에서 많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병의원 입장은 건강보험수가가 타 질병군 치료보다 높아 경영상 도움이 되어 인공관절치환술에 매달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또한 인공관절치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사들의 적응증 해석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전문의사들은 합리적인 자신들의 적응증 테두리 내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시행한다고 본다.”며 “그러나 일부에서는 좀 더 보존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는 환자에게 수술치료를 권유 내지는 시행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의 상술 주의해야
무릎관절 수술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비급여 시술의 증가로 인해 환자본인부담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요양급여 삭감 기준이 강화되고 수술기구 및 치료 재료 등이 개발, 보급됨에 따라 비급여 검사 및 수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실제로 급여항목에서 제외되는 PRP(Platelet Rich Plasma) 주사요법 등을 도입하는 전문병원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부 병원들은 인공관절의 수명을 대폭 늘린 지르코늄 계열의 세라믹 소재를 적용해 수술 연령대는 낮추고 수술 가격은 올리고 있다. 무릎연골재생을 위해 자가혈 주사요법이라 불리는 PRP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50~100만 원(1회 주사비)에 시술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사회적 이슈 등으로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진료행태 개선이 필요한 항목으로 무릎관절치환술 등을 선정하고, 의·약학적 타당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사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삭감이나 실사 위주의 정책이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증가율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부 전문병원들을 중심으로 남발되거나 변형되는 수술 행태를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공관절수술 여부, 선택은 신중하게
무릎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수술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환자라면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수술 가이드라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수술 부작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정확히 습득할 필요가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는 골관절염을 겪고 있는 환자라면 먼저 나쁜 습관이나 과도한 운동 등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생활습관을 고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허벅다리 앞쪽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통증 감소와 기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조언한다.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을 경우 관절경이나 절골술 같은 수술적 치료 방법을 권하는데, 인공관절치환술은 가장 마지막에 시행하게 되는 치료다.
하지만 인공관절의 수명이 제한적(평균 15년)이어서 재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고,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에 의한 세심한 진료 후 선택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학회는 당부하고 있다.
건국대의대 정홍근 교수(정형외과)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무릎관절수술 선택 시 “수술 후 인공 치환물에 따른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과 낮은 활동 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재수술의 원인 중 하나인 수술 부위 감염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학병원급의 인공관절 수술은 거의 완벽한 무균처치의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므로 수술 후 감염률은 0.1% 정도로 매우 낮으나, 2차병원인 종합병원에서는 수술 후 감염의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재수술이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식품의약품관리처의 전국 수술부위 감염 감시체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2012년 1년 동안 무릎관절 수술의 수술 부위 감염률은 수술 100건당 1.68건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의사(조우신 외 3명)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무릎관절 수술 후 재수술을 받은 환자 26명 중 3명이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는 건 환자의 몫이다. 통증이 너무 심하다고 무작정 수술을 선택하기에 앞서 꾸준한 식습관 및 운동을 실천해왔는지, 수술 시 위험군에 해당되지는 않는 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무릎관절수술 선택 시 주의를 요하는 환자
-최근 감염 기왕력이 있거나 신경병성 관절증을 앓았던 환자
-인슐린 부족성 당뇨병이나 말초혈관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
-불량한 연부조직, 운동 및 감각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
-환자가 젊은 연령이거나 높은 육체적 활동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경우
-과거 족관절의 골수염 또는 과거 심한 족관절 개방성 골절과 분절 골결손이 있었던 경우
-스테로이드를 장기 투여했거나 심한 골다공증을 겪은 환자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위한 식생활 실천사항
-다양한 식품 섭취를 통한 정상 체중 유지
-칼슘 및 비타민 D 꾸준히 섭취
-카페인 및 단백질 과다 섭취 금물
-저지방식 섭취
-녹황색 채소, 간, 곡류, 과일 충분히 섭취
-규칙적 운동 및 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