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
최근 발기부전으로 비뇨기과를 찾은 김세훈(43세) 씨. 어쩌면 자신은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일지 모른다며 남몰래 속앓이를 하던 그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너무 다양해 깜짝 놀랐다. 의사와의 상담·진료를 통해 적합한 약을 처방받은 그는 다시금 아내와의 뜨거운 밤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종류가 많은 총 6종류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물 없이도 입에서 금방 녹여먹을 수 있는 필름제형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더 오래, 쉽게, 간편하게 성생활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혁신, 비아그라
1998년 3월 27일 ‘신의 선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다이아몬드 모양의 파란색 알약이 미국에서 시판됐다. 바로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10월 15일 첫 선을 보였으며, 당시 딱히 발기부전을 신체의 원인보다는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던 의학계에서는 가히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해피드럭(Happy drug·행복을 주는 약)’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바로 이때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그전까지 발기부전에 처방할 수 있는 약은 항우울제 정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리적인 기전에 의해 발기를 시켜주는 비아그라의 등장은 일대 혁신을 가져온 사건”이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발기부전 치료는 1970년대부터였지만, 비아그라의 등장 전에는 기본적인 보형물 삽입 수술이라든가 80년대 혈관 확장제에 의한 음경 내 자가주사요법 등이 전부였다. 이는 혈관수술 시 혈관확장제를 사용하면 수술 후 부작용으로 발기가 되는 것에서 착안한 치료법이다. 여러 가지 불편함이 많았고, 문제점들도 많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발기부전 치료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아그라처럼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교적 자연발기와 비슷하고 의사들도 처방하는 데 거부감이 적어 널리 처방되기 시작했고, 비아그라에 의해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지금의 상황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은 더욱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가짜 비아그라의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짜 비아그라 부작용의 무서움
‘100% 정품 보장합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하며 손쉽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광고성 메일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들은 절대로 복용하면 안 된다. 약의 출처도 불분명하거니와 함량도 기준치 초과이거나 미달인 경우가 많아 심혈관 질환이나 중금속 중독을 유발하거나 발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김세웅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전문의약품이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다.”며 “처방 없이 임의대로 약제를 계속 복용해 과량 함유된 약제의 부작용으로 심혈관 질환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여성용 비아그라’라며, 여성이 복용하면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약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약들 역시 ‘가짜’다.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남성처럼 발기나 조루와 같은 단편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여 치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남성과 달리 여자의 불감증 원인이 너무 다양하고 같은 약이라도 여자마다, 또는 같은 여자라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여성용 불감증 치료제는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 길게, 오래, 간편하게~ 다양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발기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비아그라 이후 더 진화되고 효과적인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현재 6개의 제약사가 경쟁을 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내놓은 비아그라(한국화이자), 시알리스(한국릴리), 레비트라(바이엘)가 있고, 국내 제약사에서 내놓은 제피드(JW중외제약), 자이데나(동아제약), 엠빅스(SK케미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아그라 이후 등장한 시알리스(한국릴리)는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최대 36시간까지 늘렸다. 또 저용량 시알리스와 자이데나(동아제약)는 꾸준한 발기기능, 성욕 개선 효과를 위해 매일 복용할 수 있게 나왔다. 최근 배뇨기능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두 제품도 성관계가 필요할 때만 먹는 고용량 제품이 나온다.
또 레비트라ODT(바이엘)와 엠빅스S(SK케미칼)는 물 없이 먹을 수 있다. 입에 넣으면 침과 결합해 녹아 흡수된다. 필요한 시점에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이러한 제품은 약을 먹다가 중간에 분위기가 깨진다거나 타이밍을 놓쳐 허겁지겁 먹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최근 나온 제피드(JW중외제약)는 기존 치료제들보다 약효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이 짧고, 성인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다가올 5월에는 비아그라의 물질특허 만료로 여러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라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발기부전치료제도 결국 약, 올바른 용법 지켜야
이렇듯 치료제가 다양하지만 딱히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발기부전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발기부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발기부전을 일으킨 원인을 파악한다. 혹시 심인적인 문제가 있는지, 당뇨·비만·고혈압·고지혈증 등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지 등 상담과 진단을 통해 환자에 따라 치료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 교정하고 치료한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맞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처방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다른 혈관들도 확장시킨다. 때문에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가벼운 두통과 안면홍조, 소화불량,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증상이 심하지는 않다.
김세웅 교수는 “치료제가 다양한 만큼 전문의와의 상담·진료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고르는 것이 정답”이라며, “발기부전 치료제 역시 약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비아그라 같은 약을 함께 복용하면 혈압이 너무 떨어져 복상사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복용 중에도 정해진 용법을 지키지 않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오남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다.
김세웅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샌디아고대학교 비뇨기과 교환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과장을 맡고 있다. 2008년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우수논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