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2010년 새해 시작부터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찾아온 드라마가 있다. 실존 인물 최국선을 중심으로 역사 속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경주 최 씨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KBS 1TV 대하드라마 ‘명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중 주인공 최국선(차인표)의 아내로,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눈길을 끄는 정씨부인 역의 고정민을 만났다.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주로 단정하고 참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 때문에 1등 신붓감으로 불리거나 양갓집 규수 역의 달인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까만 눈동자에 선해 보이는 눈, 야무진 입매를 보면 기품 있는 안방마님 태가 난다. 그녀는 “정씨부인은 그저 착하기만 한 여인으로 단순하게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 속에 숨은 단단함이 있는 외유내강 형이에요.”라며 곧은 성품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도전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 겨울에 시작한 촬영, 유례 없는 혹한에 손발이 꽁꽁 어는 등 고생도 많이 했다. 힘들게 찍은 보람이 있는 걸까?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 도전한 사극이라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진지하면서도 역동적인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 기분 좋네요.”
20대 초반에 들어선 배우의 길. 10년가량 꿋꿋이 연기를 했다. 그녀가 맡은 드라마 속 역할은 그때마다 배경도, 이름도, 직업도 달랐지만 주로 착한 역할이었다.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데, 스스로 캐릭터 변신을 한다는 것이 두렵긴 해요. 그래도 이제 악역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새카맣게 나쁜 역할 말고, 발랄하면서 엽기적이고, 욱하기도 하는 얄미운 캐릭터 말예요.”
10년간 연기를 해 오면서 크게 유명세를 탄 것도, 많은 돈을 번 것도 아니다. 그런 그녀가 꾸준히 연기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연기는 마약같이 빠져드는 끊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냥 고정민으로 살면 한 가지 인생밖에 살 수 없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살아보지 못한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덧붙인다. “가정교사부터 안방마님이며 귀신 (‘전설의 고향’ 출연)도 될 수 있잖아요. 매번 배역을 맡을 때마다 두근거려요. 이번엔 또 어떤 삶을 사는 누구의 이야기일까….”
일하는 게 즐겁다는 천상 연기자, 고정민. 그녀가 일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건강이다. 촬영이 없을 때는 기상부터 식사, 운동 등 생체리듬이 비슷하다. “생체리듬을 잘 조절해서 그런지 이번 겨울엔 감기도 안 걸렸다.”며 활짝 웃는다. 그녀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30분씩은 스트레칭과 러닝을 한다. 헬스장에 가면 웨이트트레이닝과 스쿼시 등을 두 시간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지만 하다보면 기량이 생긴다고 한다.
“작품 들어가면 밤낮없이 촬영하는데, 체력이 없으면 못한다.”며 운동을 강조하는 그녀. 게다가 등산 마니아라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한 번꼴로 산을 탄다고 말한다. 한 매체의 ‘등산칼럼’에서 연락이 왔을 정도다. 그녀가 좋아하는 코스는 서울 북한산 독바위로 올라가 정릉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6~8시간 정도 걸린다. 너무 험하지도, 쉽지도 않은 등산로에 경치도 좋아 지인들을 자주 데려간다.
단정한 이미지만큼 맑고 건강한 연기자 고정민. 10년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꾸준히 모남 없이 편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잔잔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