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아동상담전문가 이영민 연구원】
곧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성민(가명)이는 개학이 다가오자 “방학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며 울상이다. 작년엔 개학 전날 배가 아프다고 했다가 당일엔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의 눈치를 봤다. 엄마는 유난히 내성적인 성민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올해도 걱정이다.
‘새 학년 증후군’ 앓는지 살펴봐야
새 학년 새 학기가 성큼 다가왔다. 이 시기만 되면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해하는 아이가 적지 않다. 직장인들이 여름휴가 후유증을 겪듯, 긴 겨울방학을 보낸 학생들도 방학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가량이 개학을 두려워하는 ‘새 학년 증후군’을 보인다고 한다.
‘새 학년 증후군’은 새로운 학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1년 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낯선 교실에서 지낸다. 게다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학교 공부도 두려움을 유발한다.
저학년일수록,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한 자녀일수록 등교를 부담스러워 하는 현상이 더 심할 수 있다. 성민이처럼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실제로 배탈이나 설사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지, 직접적으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보통 3~4월에 잠시 보이다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문제는 적응이 많이 느리거나 내내 또래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의 경우다. 이영민 책임연구원은 “초등학생은 성취감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부모가 아이를 잘 관찰하고, 문제점을 살펴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형별 원인 알면 해결책 보인다!
내성적인 아이일 때
말을 별로 안 하는 스타일이라 신체적으로 암시를 준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특징이 있다. 길면 3달까지 갈 수도 있다. 내성적인 아이를 활발하게 움직여 보겠다고 반장 선거에 나가보라는 둥 등을 떠밀면 아이의 부담감은 극도로 가중된다.
이영민 연구원은 “부모가 초조하다고 아이를 압박하지 말고, 믿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며 “나중에 아이가 적응을 잘하면, 용기를 주며 2학기에 반장 선거를 권해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산만한 아이일 때
초기엔 새롭고 신나서 적응이 빠른 반면 쉽게 지겨워하고 흥미를 잃어버린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4~6월부터) 적응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싫은지 좋은지 표현이 분명한데 인내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학교에서 산만함 때문에 지적받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덩달아 지적하기 보다는 잘한 면을 칭찬하는 게 좋다. 주로 남자아이가 이런 경우를 많이 보인다. 아이가 학교에서 맞았다고 함께 선생님을 비난하거나 그대로 학교에 달려가는 일은 삼간다. 선생님도 지칠 수 있고, 아이가 반성하고 자랄 기회가 없어진다.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지적 받는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본다.
왕따 경험이 있는 아이일 때
따돌림이 반복될까봐 두려워한다. 거절에 대한 상처가 심해 다른 아이에게 잘 다가가지 못한다. 친구 사귀는 시간이 너무 괴롭다. 왕따 문제는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몇 년간 계속된다.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 아이는 내내 자신 없어 할 것이다. 왕따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와 받는 아이 모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영민 연구원은 “부모가 아이의 친구를 관찰하고 아이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는 계획을 함께 세울 것”을 권한다. 아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외모나 청결도, 말투나 습관, 취미를 비교해 아이들이 싫어할 만한 요소를 개선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냥 잘 해봐.”라는 무책임한 말은 아이의 적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일 때
왕따는 아니고 친구가 있지만 또래와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다른 취미나 활동을 하는 것을 즐긴다. 방에 틀어 박혀 책만 읽는다거나, 혼자 하는 게임을 즐긴다거나, 골똘히 생각하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대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그만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라.”고만 잡아끄는 것은 피한다.
먼저 아이의 세계를 인정해 줘야 한다. 아이가 학교를 거부하지 않고 가는 것만 해도 큰 힘이다. 천천히 친구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나씩 권한다. 인기 있는 만화영화, 게임, 다 알 만한 책까지…. 아이가 관심 없을지라도 사놓고 또래 문화를 체험하게끔 열어준다. 좋아하는 것만 계속하면 비사회적으로 자랄 수 있다. 자기 세계가 확고한 아이는 친구를 오랫동안 사귀기 힘들어 한다. 친구를 아주 싫어하지 않지만 관심사가 다르니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면 소외감과 친구 사귀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 수 있다. 아이가 재미없더라도 조금 참고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길러줘야 한다.
이영민 연구원은 “자기세계가 있는 아이 중 간혹 영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영재는 단순한 것을 싫어하고, 학교시스템이 시시하다. 영재인지 판별해 영재성을 기를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포자기형 아이일 때
공부도 잘 못하고, 친구도 별로 없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로, 특별히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다. 저학년 때는 잘해 보려 마음먹고 나름 목표도 세워보지만 해결이 안 된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포자기 상태가 될 수 있다.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 가기 싫은 내색을 잘 안 한다고 해서 적응을 잘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앞길은 더 험난하다. 이영민 연구원은 “수준별 학습과 작은 목표라도 정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체득하게 도와줄 것”을 당부한다.
이영민 연구원은 전직 초등학교 교사로 이혜련 소아정신과와 이효경 소아정신과에서 발달심리사로 활동했다. 현재 ‘인지학습치료’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