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
【도움말 | 정지행한의원 정지행 원장】
동안피부는 여성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얼굴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탄력이 떨어지면 한숨을 내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만 39세인 ‘미실세주’ 고현정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도자기 피부’ 덕분이다.
동안인 사람이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던 덴마크대 연구팀은 2001년 70세 이상 쌍둥이 387쌍의 얼굴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각각 나이를 추측하도록 했다. 7년 동안 쌍둥이 중 누가 오래 사는지를 조사한 결과 젊어 보인다고 평가된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보이는 쌍둥이 형제자매에 비해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세포의 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특수 효소인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늙어 보이는 사람보다 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안인 사람이 오래 산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피부가 자연적으로 노화되는 현상을 자연 피부노화 또는 내인성 피부노화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햇빛에 잘 노출되지 않는 엉덩이나 배, 겨드랑이 안쪽의 피부에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을 가리킨다.
또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 노화가 일어난다. 얼굴이나 손등, 팔과 같이 생활에서 늘 자외선을 받는 피부에서 생긴다. 태양광선에 의해 생긴다고 해서 ‘광노화(photoaging)’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선 피부를 오장육부의 거울로 본다. 정지행한의원 정지행 원장(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은 “신체의 모든 장기는 피부와 관련 있어 장기의 노화와 이상에 따라 피부 반응이 달리 나타난다.”고 말했다.
얼굴 노화는 피지선의 분비가 감소돼 건조해져 탄력을 잃고 주름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얼굴은 다른 부위에 비해 각질층이 얇고 자외선 노출 시간도 길고 화장이나 세안으로 외부 자극을 받는 부위이므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피부 밸런스가 깨지고 신진대사가 나빠져 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
피부 노화는 25세 이후 피부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20대 후반 피부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30대에 접어들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피부색도 칙칙하고 주근깨도 생긴다. 40대에는 갱년기를 전후해 검버섯, 기미, 심한 건조 등 노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깊은 주름이 팬다. 50대에는 피부 탄력이 아예 없다는 느낌이 들고, 건성 피부로 바뀌기도 한다.
사우나, 찜질방 피부에 좋을까?
햇빛은 피부 노화의 주범이다. 정 교수는 “피부 노화는 햇빛만 피하면 80?90% 예방이 가능하다.”며 “자외선 차단제는 가능한 한 많은 양을 바르고 자주 덧발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미와 검버섯은 자외선을 많이 쐴수록 많이 생긴다. 출퇴근 때나 비 오는 날뿐 아니라 형광등 불빛에 오래 노출될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에 따르면 열도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된다. 정 교수는 “찜질방에서 찜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부 온도를 측정해 본 적이 있는데 피부 온도가 40?42도 이상을 훌쩍 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며 “뜨거운 물에 목욕을 오래 하거나 사우나를 즐길 때도 피부 온도가 올라가므로 피부에 자외선을 쪼이는 것과 동일하게 피부 노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음주와 흡연은 피부에 가장 나쁜 독이다. 피부면역체계를 떨어뜨려 여드름이 생기고 피부 노화가 촉진된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피부는 늙는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소 조사결과 담배를 하루 한 갑씩 30년을 피우는 한국인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2.8배 이상 피부 노화가 촉진됐고, 하루 한 갑씩 50년을 피우는 경우 5.5배 이상 피부 노화가 더 생긴다.
정 교수는 “흡연자가 야외생활을 많이 해서 하루에 태양광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담배와 자외선이 함께 피부를 늙게 만들며, 각각을 합친 것보다 피부 노화가 훨씬 심하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30년간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 한국인은 피부 노화의 위험성이 2.8배 늘고 태양광선에 하루 5시간 이상 노출되는 경우 4.8배 늘지만, 담배와 태양광선의 영향을 둘 다 받은 경우 무려 11배 이상 피부 노화가 증가된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피부 노화 예방책!
레티노익 산을 주목하자
레티노익 산은 피부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 성분이다. 정 교수는 “매일 아침 외출하기 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저녁에는 레티노익 산을 일주일에 1, 2회 바르면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레티노익 산은 잠들기 전 바르는 게 좋다. 낮에 바르고 외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주름개선용 화장품에는 레티놀이 함유돼 있다. 레티놀을 피부에 바르면 피부 세포에 흡수된 후 레티노익 산이 만들어지므로 동일한 효과가 있다.
피부가 민감한 편인 정 교수는 0.025% 농도의 레티노익 산을 1주일에 한두 번 바른다고 한다. 피부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바르는 횟수는 자기 피부에 맞게 조절하는 게 좋다.
녹차 추출물을 활용하자
녹차의 주성분인 EGCG를 10% 용액으로 만들어 피부에 바르면 자외선에 의한 손상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정 교수는 “하루에 3, 4잔 이상의 녹차를 마시거나 녹자 추출물을 만든 즉시 피부에 바르면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름개선 화장품도 적절히 활용하자
피토 에스트로겐(식물성 에스트로겐), 오메가-3 지방산 등이 함유된 주름개선 화장품이 시판되고 있다. 이들이 주름살을 호전시키는 기전으로 TGF-베타의 작용을 늘려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색조화장품은 클렌징을 철저히~
자칫 모공을 막아 피부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육류보다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자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피부 노화를 늦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정 원장은 “야채가 많고 고기류도 굽기보다 삶아서 기름을 빼주는 한식을 섭취하면 좋다.”고 권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으면 피지분비량이 많아지면서 모공이 확장된다. 피부 노화의 지름길이다. 이때 여성들은 진하게 화장을 하는데 모공을 막아 피부트러블을 일으킨다.
정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생성이 줄어들어 탄력을 잃게 된다.”며 “피부가 건강했을 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수분 공급에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루에 생수 1.8리터를 마시자
얼굴 피부 노화를 막으려면 하루에 생수 1.8리터를 나눠 마셔야 좋다.
유산소 운동 적당히 하면 피부 노화 예방
피부 노화를 예방하려면 유산소 운동이 좋다. 땀을 통해 모공에 있는 찌꺼기를 빼주고 기혈순환을 촉진시켜 피부에 산소와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시켜준다. 운동량은 땀이 나서 상쾌할 정도면 적당하다.
한방에선 피부 노화의 원인을 찾아 한약을 처방하고, 침을 놓는다. 피부 탄력과 재생을 돕는 한방 팩을 사용하고 수기요법을 통해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요즘은 한약액을 도포한 약실을 침에 매단 ‘한방매선요법’을 통해 기혈 순환을 최대한 촉진시키고 늘어진 주름에 탄력을 주는 치료를 한다. 피부 진피층으로 삽입된 약실은 근육을 당기고 수축시켜 탱탱하면서 슬림해지는 효과를 낸다. 또 약실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자연스럽게 피부 속에서 녹는다. 이 약실이 녹기까지 1년 정도로 그 기간 내내 효과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의학에선 살이 찌면 담음이 많이 생겨 기혈순환을 방해하는 이유로 본다. 담음이란 신진대사에 장애가 생겨 수분이 정상적으로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됐다가 노폐물과 함께 걸쭉하고 탁한 상태로 인체에 쌓이는 것을 가리킨다.
정 원장은 “지나치게 많은 체지방은 체내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동시에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요즘 여드름 환자들이 청결하지 못한 손으로 짜는 등 잘못된 관리로 피부노화가 급격히 빨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여드름에 상처를 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피부 색깔이 검고 붉어지고 모공이 넓어지는 흉터가 남으며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울퉁불퉁한 자국을 중심으로 주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대한피부과학회 동아학술상, 유럽피부과학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늙지 않는 피부 젊어지는 피부>를 썼다.?
정지행 원장은 한방을 이용한 비만 치료로 경희대 한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브리지포트대 교환교수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