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전주대 궁중 약고추장 학교기업 추정임 실무책임 연구위원】
“고추장 단지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춘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고추장을 담그는 일은 까다롭기 짝이 없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고추장 담그는 계절이 돌아왔다. 고추장은 대개 날이 더워지기 전인 3~4월에 담근다. 서방님 비위는 물론이고 왕의 비위까지 맞추던 궁중 약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공개한다.
늦둥이 장 고추장, 영양 만점 인기
우리나라 3대 전통 장은 바로 간장, 된장, 그리고 고추장이다. 그중 고추장은 늦둥이다. 고추가 임진왜란(1592년) 때 일본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귀한 식품이라 하여 ‘번초’ 혹은 ‘약초’로 불렸다. ‘고추’라는 이름은 후추와 비슷하면서 맵다 하여 ‘매운 후추’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조선의 대표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남만초는 일본을 거쳐 온 것으로서 ‘왜개자’라고도 한다.”고 소개했다.
고추장은 늦둥이지만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어려운 보릿고개 때 쌀이나 보리가 없어도 산에서 캐 온 푸성귀만 있으면 장으로 비벼 반찬을 했고, 그 자체로 식량이 됐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오늘날에도 고추장의 인기는 여전하다. 오히려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추장에 있는 캅사이신(capsaicin) 성분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고추장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국제규격위원회(CODEX)는 지난해 6월 고추장(Gochujang)을 국제식품규격으로 등록했다.
고추장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활발하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고추장의 암 예방 및 다이어트 효과>라는 논문에서 “숙성된 고추장은 지방 성분을 많이 섭취하더라도 체중이 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런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캅사이신이 지방 합성을 방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대 약학과 서영준 교수는 <고추의 매운 성분, 캅사이신의 발암 억제>에서 “캅사이신이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한다.”며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등 항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라상에 오르던 궁중 약고추장 부활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식품산업 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산학협동 전문가 풀을 구성해 한식 메뉴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중 전통 맛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주에서 조선시대 수라상에 오르던 전통음식 ‘궁중 약고추장’을 부활시켜 주목받았다. 궁중 약고추장은 전주대 전통음식문화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조리연구동아리 ‘맷돌’에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이를 재가공했다. 찹쌀고추장에 꿀과 쇠고기, 참기름 등을 넣고 배즙으로 농도를 맞춘다. 파와 마늘, 양파, 깨소금이 기본양념으로 포함된다. 이를 비빔밥에 넣거나 쌈장, 떡볶이, 각종 구이와 조림 등 다양한 음식의 소스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주대 궁중약고추장 학교기업 추정임 실무책임 연구위원은 “전통 약고추장은 검붉은 색깔에 칼칼한 매운맛과 풍부한 감칠맛, 은은한 전통의 향기가 살아있다.”며 “순수 천연재료로만 만들어 웰빙식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전주대 궁중 약고추장은 2004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IFFE)에 참가해 우수 발효식품으로 선정됐다. 2008년에는 농림수산식품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추정임 위원이 소개하는 내 손으로 만드는 궁중 약고추장
찹쌀고추장 만들기(50kg 분량)
【재료】
메줏가루 4kg(8.5%), 고춧가루 12kg(25.5%), 찹쌀 10kg(21.3%), 소금 4kg(8.5%), 물 12kg(36.2%).
【만드는 법】
1 찹쌀 10kg을 불린 후(불린 쌀 15kg) 시루에 찐다. 고슬고슬 쪄지면 물 5L정도(바가지로 1개)를 부어 주며 더 찐다. 이때 약간 질어진다.
2 메줏가루는 물을 끓인 후 식힌 다음, 물에 풀어준다. 농도는 보통 부침개를 부칠 정도로 반죽을 걸쭉하게 맞춘다.
3 메줏가루 풀어놓은 것을 찐 찹쌀밥(19kg)과 섞은 후 하루 동안 삭힌다. 빨리 삭히려면 분쇄기로 갈아 3시간가량만 기다린다.
4 소금 4kg을 넣고 저어주며 소금을 녹인다. 짜지 않고 삼삼하게 담그려면 3kg 정도만 넣는다.
5 소금이 녹은 후 고춧가루 12kg을 넣어주며 손으로 젓는다. 한 군데로 뭉쳐 넣지 말고, 두 군데로 나눠 한 곳은 약간 되게, 한 곳은 덜 되게 저어주면 좋다.
6 항아리에 담을 때 먼저 된 고추장을 담고 나머지를 담는다.
7 다 담은 후 물엿과 물을 같은 양으로 끓여서 식힌 후 위에 입혀준다.
궁중 약고추장 만들기
【만드는 법】
다진 쇠고기에 각종 양념(파, 마늘, 설탕, 간장, 참기름, 깨소금, 배즙, 후춧가루 등)이 첨가된 양념장을 혼합해 볶는다. 갈아 만든 배즙을 넣고 잘게 풀어준다. 여기에 숙성된 찹쌀 고추장을 넣어 저으며 볶는다. 조청,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고 혼합한 후 저어주면서 가열해 약고추장을 만든다. 마무리 단계에서 꿀을 첨가한다.
추정임 위원은 “고추장은 담근 후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먹으면 좋다.”며 “단지뚜껑은 간장과 달리 열어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전통고추장은 다른 고추장과 달리 엿기름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 감미가 필요하면 물 대신에 엿기름 푼물을 써도 좋다. 엿기름을 쓴 고추장은 (반찬)조림용으로 사용한다. 찹쌀은 품질이 우수한 찹쌀을 써야 맛이 있다. 멥쌀이 섞여 있으면 잘 삭지 않는다.
추정임 위원은 전주대에서 궁중 약고추장을 연구 개발하며, 한식의 맛과 영양을 살려 한식 세계화의 활로 개척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