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
【도움말 |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정용재 교수】
주부 김혜선 씨(39세)는 봄만 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곤해 하고, 입맛 없어 밥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유난히 봄을 타는 식구들 때문이다. 별미 좀 만들어 먹자는 시어머니부터 입맛 없다고 아침을 거르는 남편에, 밥 먹기 싫다고 햄버거 타령만 하는 아들 녀석까지. 이번엔 또 무슨 음식으로 입맛을 살려야 하나 고민이다. 뚝 달아난 입맛을 살리는 ‘착한 봄철 별미식’을 소개한다.
겨우내 꼭꼭 감추고 있던 기운이 따뜻한 햇볕을 받아 생명력을 뿜어내는 봄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봄을 Spring(용수철)이라고 불러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표현했다. 그러나 겨울철에 건강관리를 잘 못해 피로가 묵직하게 쌓이면 피로,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춘곤증’이라 부른다. 운동이 부족하거나 과로하는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정용재 교수는 “봄이 되면 활동량이 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분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나물에 이런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대개 나물은 무쳐 먹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조금 별미식으로 즐겨보면 어떨까?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나른한 봄에 활력을 주는 나물을 반찬으로만 활용하기엔 아깝다.”며 “떡이나 한과로 만들어 먹으면 색다른 별미식이 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을 배워보자.
파릇파릇 영양식 쑥동아리
쑥의 진한 향에 견과류와 두류의 씹히는 맛이 잘 어우러진 영양떡이다. 윤숙자 소장은 “봄나물 떡 중에서는 쑥을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말한다. 옛날부터 음력 3월 3일인 삼월 삼짓날에 진달래화전과 함께 먹던 봄철 대표 떡이다.
<명의별록>에서는 “쑥은 백병을 구한다.”고 기록돼 있다. 과거 약국이 없던 시절에는 가정의 응급처치 약이었다. 칼에 베어 상처가 났을 때 쑥을 짓이겨 붙이면 지혈 효과도 있다. 특히 부인병에 좋고, 몸이 차서 일어나는 복통과 설사도 낫게 한다. 쑥에는 무기질과 비타민 A가 매우 풍부해 면역력을 높인다.
【재료】
멥쌀가루 4컵, 소금 1/2큰술, 설탕 1큰술, 데친 쑥 150g, 밤 2톨, 대추 6알, 삶은 팥 1/3컵, 검은콩(삶은 것) 1/3컵, 소금 1/3작은술, 설탕 1/3컵
【만드는 법】
1 멥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고루 비벼 섞어서 체에 내린다.
2 데친 쑥과 쌀가루를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서 고루 비벼 섞는다.
3 밤 껍질을 벗기고, 대추는 살만 돌려 깎아 6등분하고, 팥과 검은콩은 삶아서 소금과 설탕을 넣고 조린 다음 체에 밭쳐 놓는다.
4 쌀가루에 밤, 대추, 조린 팥, 콩을 넣고 고루 섞는다. 찜기 중간틀에 젖은 면포를 깔고 스테인리스 떡틀을 놓은 다음 쌀가루를 넣고 고루 펴서 평평하게 한다.
5 찜기에 물을 붓고 센 불에 올려 끓으면 찜기 중간 틀을 놓고 15분 정도 찐다.
내 마음을 평화롭게~ 상추떡
멥쌀가루에 상추와 거피팥고물을 켜켜이 얹어가며 시루에 안쳐 찐 떡이다. 정용재 교수는 “상추를 먹으면 졸음이 온다고 수험생들은 상추를 먹지 않는데, 실제 상추에는 진정작용이 있어 불면증이나 두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신경과민증 환자가 먹으면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상추는 근육과 뼈를 보강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통하게 하며, 가슴 속의 기운이 뭉쳤을 때 그 기운을 풀고, 혈맥을 통하게 하고, 치아를 하얗게 하며, 총명하게 한다.”고 했다.
피를 맑게 해 빈혈에도 좋다. 비타민 A와 E가 풍부해 살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피부미용 효과도 있다. 풍부한 섬유질이 장 활동을 돕는다.
【재료】
멥쌀 10컵(가루 20컵), 소금 2큰술, 상추(푸른색) 300g, 고물, 거피팥 4컵(찐 거피팥 1.2kg), 소금 1큰술, 설탕 1/2~1컵
【만드는 법】
1 멥쌀은 3~4회 깨끗이 씻은 후 물에 8~12시간 담갔다가, 소쿠리에 건져서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다.
2 거피팥은 깨끗이 씻어서 하룻밤 충분히 물에 불려 찜통에 쪄낸 다음, 뜨거울 때 소금을 넣고, 절구에 찧어 체에 내려 설탕을 넣고 고루 섞어 고물을 만든다.
3 상추는 2cm 폭으로 썰어 분량 중 반만 쌀가루에 훌훌 섞어 놓는다.
4 시루에 시루밑을 깔고 거피팥고물을 충분히 덮은 뒤 상추를 섞은 쌀가루를 1cm 두께로 넣는다. 그 위에 남은 상추를 고르게 펴서 깐 다음, 다시 2cm 두께로 쌀가루를 더 덮고 팥고물을 얹는다. 4회 반복해 떡을 안친다. 거피팥고물을 고루 덮고 시루를 솥 위에 올린 후 시룻번을 붙인다.
5 베보자기를 물에 적셔 위를 덮고, 센 불에서 찌다가 김이 오르면 15~20분 정도 더 쪄 낸다.
* 상추에 수분이 충분하므로 쌀가루에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된다. 떡을 만들 때 상추를 큼직하게 손으로 뜯어 가루에 섞지 않고, 켜켜이 안쳐서 쪄내도 초록색 켜가 보여 아름답다.
기관지를 튼튼하게~ 섭산삼병
섭산삼병은 껍질을 벗긴 더덕을 넓게 펴서 쓴맛을 뺀 후, 소금을 뿌리고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한과다. 더덕은 열을 내리며 폐의 기운을 채워주기 때문에 예부터 기관지염의 약재로 썼다. 고름이나 종기도 없애준다. 위를 보하고 진액이 생겨나게 한다.
정용재 교수는 “명치 밑이 묵직하게 아프고, 입과 목 안이 건조해지며, 잠을 자고 나면 입 마름이 한결 더 심해지면서 입맛이 없을 때 달여 마시거나 반찬으로 먹으면 식욕을 돋운다.”고 설명한다.
또 부인들의 유선염이나, 젖 분비가 적은 경우, 산후 몸조리에 효과 있다. 그밖에 혈액순환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분해해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것은 물론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재료】
더덕 1.2kg, 소금 3작은술, 찹쌀가루 2컵, 설탕(또는 꿀) 1컵, 튀김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
1 더덕껍질을 벗긴다. 두꺼운 것은 1/2 길이로 잘라 방망이로 자근자근 펴준다.
2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 물기를 제거한 후, 소금을 약간 뿌린다.
3 살짝 절인 더덕에 찹쌀가루를 고루 묻히고 손바닥으로 눌러서 기름(160℃)에 노릇하게 튀겨낸 후, 설탕을 뿌린다.
4 술안주로 낼 때는 초간장을 곁들인다.
※?더덕은 뿌리가 굵으며 곧게 뻗은 것일수록 영양이 풍부하고 약효가 있다. 껍질을 벗겨 끝이 떨어지지 않게 반으로 가른 뒤, 도마 위에 놓고 방망이로 얇게 두드려 펴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 낸 다음 사용한다. 껍질을 벗길 때는 살짝 구워 동글리면서 칼로 긁으면 손가락에 진이 묻지 않고 껍질이 터지면서 잘 벗겨진다.
윤숙자 소장은 전직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전국 조리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가고시 감독위원, 대한민국 명장 심사위원, 한국농식품 홍보대사.
정용재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 부속 한방병원 사상체질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사상체질을 활발히 연구, 교육, 진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