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건강리포트] 지긋지긋~ 허리디스크 수술 대신 신치료법 어떨까?

2010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이상헌 교수】

【도움말 |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정석희 교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시피 하는 회사원 송기영 씨(32세)는 요즘 들어 부쩍 허리가 아파 고통스럽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허리에 조금만 무리가 가도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 송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술했다 재발해 고생한 아버지 사례도 있어 섣불리 수술할 엄두도 안 난다.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는 송 씨.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실제 수술은 5~7%만 필요

척추 수술을 하는 사람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 수술 건수는 지난 2003년 5만 2000여 건에서 2007년에는 10만 7000여 건으로 2배나 급증했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늘어난 것도 있다. 그러나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척추 수술을 주로 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은 ‘척추 수술이 지나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디스크 환자의 5~7%만 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통계를 지켜보는 환자의 마음은 부담스럽고 불안하다. 척추 수술 중 고질병으로 악명 높은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는 추간판이 손상을 입거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발생한다.

추간판의 외부를 구성하고 있는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무게를 지탱하는 힘이 떨어진다. 이때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지속하면 내부 구성 물질인 수핵이 섬유륜을 밀어버리거나 뚫고 나와 추간판 탈출증이 생긴다. 탈출한 수핵이 척추신경을 압박하고 요통이나 하지 통증을 일으킨다.

통증 때문에 괴롭지만 환자 입장에서 수술은 큰 부담이다. 대표 고질병 허리디스크, 과연 내 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나쁜 자세와 운동 부족이 디스크 불러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이상헌 교수는 허리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쁜 생활습관이 문제”라면서 “특히 나쁜 자세와 운동 부족”을 꼽는다. 무엇보다 척추를 바로 잡아주는 근육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운동부족으로 약해지고, 이 상태에서 허리에 부담이 가는 나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잘 생긴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정석희 교수는 “허리디스크 증상은 요통처럼 주로 허리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엉덩이에서 다리로 뻗쳐 내려가는 통증, 즉 좌골신경통을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누워서 다리를 천장 방향으로 90도로 들어 올릴 때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며, 들어올리기 힘들다. 발도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 발가락이 둔해진다. 발뒤꿈치를 들고 발가락으로만 걸어보거나, 그 반대로 발가락을 들고 뒤꿈치로만 걸어본다. 디스크 환자는 이 동작이 원활하지 못하다.

또 만성요통 환자는 디스크와 구별하기 어렵다고도 하는데, 보통 근육통이라면 1~2주 내에 나아져야 한다. 그런데 3~4주를 넘긴다면 디스크를 의심하고 자세한 검사를 받는다.

탈출형 디스크 비수술적 치료법 개발

이상헌 교수는 “디스크 환자 중 95%가 운동요법ㆍ물리치료ㆍ자세교정으로 치료 가능하다.”고 말한다. 내원한 환자들을 대부분 이렇게 치료하지만 문제는 낫지 않거나 증세가 심각해지는 경우다.

정석희 교수는 “전문적인 보존적 치료 3~6개월 후 구조적으로 상태가 심각하고, 근력이 많이 떨어졌으며, 감각마비증세 심화, 대소변을 자연스럽게 볼 수 없는 경우,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한다.

수술은 최후의 방법이다. 뼈와 근육 손상이나 출혈 등 신체적 손실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므로, 수술이 아닌 ‘시술’을 먼저 권한다.

디스크 병변의 크기가 작은 초기 돌출형 디스크 질환이라면 기존의 비수술적 디스크 치료방법인 수핵성형술이나 레이저감압술로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껏 디스크가 크게 탈출한 탈출형 디스크 질환은 수술을 해야만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허리디스크 비수술적 치료를 연구해 온 이상헌 교수팀은 탈출형 디스크까지 치료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자체 개발한 척추 치료기기(L’DISQ), 즉 방향제어형 바늘을 이용한 비수술적 디스크 제거술이다. 국제학회에서 발표했고 세계 특허를 받았다.

이 시술은 수술과 절개 없이 척추 통증을 유발하는 디스크 조직과 신경부위만 제거한다. 1mm 정도의 가는 관을 피부를 통해 삽입해 디스크 병소에 적합한 위치로 가져간다. 관 끝에 달려있는 방향제어형 휠로 고주파 에너지를 방출해 디스크 병변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주변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시술 환자들은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양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는 하지직거상 검사에서 다리 각도가 올라가봐야 49도 정도 밖에 올리지 못하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시술 3개월 후 85도로 거의 직각에 가까울 때까지도 통증이 생기지 않는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

이상헌 교수는 “시술 후 통증도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당일 퇴원도 가능할 정도로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시술 대상은 10대부터 고령자까지 나이 제한이 없다. 단 순수하게 디스크 탈출증만 있는 경우에 받을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거나 다른 조직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상헌 교수는 “이 시술은 신기술이기 때문에 아직 보급 단계”라면서 “2~3년 내 정착되면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허리디스크뿐만 아니라 목디스크 치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습관 교정해야 재발 방지

허리디스크는 치료를 하고 낫더라도 재발률이 높다. 이상헌 교수는 “무엇보다도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바른 자세로 앉고,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작업은 되도록 피한다.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로 몸의 유연성을 기른다. 보통 사람은 윗몸일으키기를 완전히 굽혀서 하지만 허리가 아픈 사람은 등을 굽히면 너무 무리가 갈 수 있다. 등이 바닥에서 살짝 떨어질 정도로만 반복, 강화하면 좋다. 근력을 강화하는 수영, 요가, 걷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 몸을 단련한다. 정석희 교수는 “걷기 운동을 할 때는 그냥 가볍게 걷지 말고, 시속 6km 정도로 빨리 걷는 게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피해야 한다. 디스크 환자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디스크 자체가 심해지지는 않더라도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肝기능과 신腎기능의 허약으로 외부 요인을 감당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고 본다. 간은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 능력으로, 근육이나 인대 등과 관련 있다. 신은 타고난 강인함과 이를 관리하는 후천적인 원기로, 뼈와 관련 있다. 정석희 교수는

“약한 부분을 한약으로 보완해 간신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사상체질 중 소음인은 소화기능이 나쁠 때 요통이 올 수도 있으니, 허리디스크가 걱정되는 사람은 소화력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상헌 교수는 한국척추통증중재시술연구회 학술이사, 대한재활의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 대한임상통증학회 국제교류위원장을 역임했다.

정석희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 연구교수를 거쳐 한방재활의학과학회 회장,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이다.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2010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통권 320호

    이달의 핫이슈 3월특집 | 식품첨가물 숨은 독 술술~ 배출법 | 허미숙 33 이달의 에세이 | 호감형 6가지 비결&비호감형 5가지 실수 | 프랑크 나우만 12 명의의 건강비결 | ‘하회탈 의사’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 | 박길자 16 투병체험기 | 직장암 이겨낸 박금순 씨 희망가 | 이은혜 20 이달의 건강요리 | 내 몸을 깨우는 봄철 약요리 4가지 |

  • [이달의 질병] 소리없이 급증세~ 결핵 똑똑한 대처법

    2010년 03월호 144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 공포의 ‘불주사’를 기억하는가?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바늘 앞에 내어 놓아야만 했던 두려운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 ‘결핵’. 지금도 해마다 전 세계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사그라든 줄

  • [설맞이 정보] 만성병이 있을 때 즐거운 설 명­­­­절 지혜

    2010년 03월호 50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설날 연휴(2월 13~15일)가 곧 다가온다. 만성질환자들의 건강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대 만성질환자들이 건강하게 설 명절을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 당뇨 평소 열심히 당뇨식을 한 환자도 ‘명절 연휴 며칠쯤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명절 음식은 고탄수화물, 고콜레스테롤이다. 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재혁 교수는 “명절 별식은 자신에게 처방된 열량 내에서 섭취해야 한다.”며

  • [명의의 건강비결]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

    2010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기자】 ‘하회탈 의사’의 걷기 예찬 “하루 1만보 걷기와 스트레칭으로 건강 지켜요” 故?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허내과의원 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워크홀릭(walkholic)’이다. 걷기 예찬론자인 그는 시간 날 때마다 도심을 걷는다. 자동차로 출근시켜주는 부인 이선희 씨(산부인과 전문의)가 매일 아침 연세대 앞에 내려주면,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있는 병원까지 30분간 걷는다. 1월 8일 오후 2시 인터뷰 전에도 점심식사

  • [투병체험기] 직장암 이겨낸 박금순 씨 희망가

    2010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20p

    【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하하 호호…눈만 뜨면 꼭 15초만 웃으세요” 탤런트 뺨치는 외모다. 옷차림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얼굴에선 하하~호호~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는 그녀의 지난 삶은 결코 녹록찮다. 시쳇말로 소설 몇 권 분량이다.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지난 삶, 설상가상 직장암까지….? 그래도 오늘은 웃고 사는 여자 박금순 씨(57세). 눈만 뜨면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