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
시력과 청력의 감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눈이 나쁘면 생활의 불편을 바로 자각한다. 때문에 즉각 돋보기나 안경 등을 착용함으로써 불편을 해소한다. 하지만 귀가 어둡게 되면 눈이 어둡게 되는 것보다 생활의 불편을 크게 자각하지 못한다. 단지 이를 노화현상으로만 여기고 병원 방문이나 보청기 착용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귀는 현대화 사회가 내뿜는 각종 소음공해와 노화라는 세월의 무기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쉿~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지금 당신의 귀가 SOS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안 들리는 건 당신 탓!
“얘야, 뭐라고? 좀 크게 말해봐. 피죽도 못 얻어먹고 다닌 사람처럼 젊은 사람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작니?”라며 핀잔으로 딸과의 통화를 시작하는 65세의 J 씨. 혹시, 당신도 J 씨처럼 다시 한 번 상대의 목소리 듣기를 갈구하지 않는가, 혹은 잘 들리지 않아서 답답한가?
상대의 말소리에 잡음이 일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상대의 작고 기운 없는 목소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한테 있을 수 있다. 대개 우리는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착용하고 청력이 나빠지면 보청기를 착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김성근원장에 따르면 “시력이 나쁜 경우 눈의 감각세포나 시신경은 정상이므로 안경을 통해 물리적으로 빛의 굴절을 정상으로 해주면 정상적인 시력을 바로 회복할 수 있지만 잘 안 들리는 경우는 감각세포뿐만 아니라 청신경에도 손상이 있으므로 아무리 비싼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정상 청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청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청기를 착용하는 즉시 정상 청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는다. 김 원장은 “국내의 경우 이런 오해와 선입견, 보청기에 대한 낮은 인식률 등으로 인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실제 인구의 10% 정도만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안 들린다고 무조건 보청기 착용?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성근 원장은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난청이라고 하는데, 난청의 원인에 따라 수술, 약물치료를 통해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 제한적으로 보청기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각감각세포나 청각신경에 문제가 있을 때 야기되는 감각신경성난청은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다.
또한 청각신경의 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분간하기 힘들어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따라서 청각감각세포의 이상으로 난청이 있으나 청각신경의 기능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경우에 한해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청기, 너를 알고 싶다!
보청기는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증폭하여 리시버를 통해 소리를 배출하는 기계다. 증폭하는 과정에 따라 ▷아날로그형 ▷프로그래머형 등으로 나뉘며 다양한 종류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요즘 보청기 시장의 대세는 ▷디지털형이다. 디지털형은 소리의 다양한 조절과 음의 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독특한 난청에 맞게 세밀하게 자신만의 ‘맞춤보청기’를 착용할 수 있다는 점, 기존의 보청기 착용자가 느끼던 불편을 크게 개선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디지털 보청기는 과거의 아날로그형이나 프로그래머형 보청기에 비해 △음질을 결정하는 채널의 수 △하울링을 없애는 기능 △소음과 말소리를 인식하여 소음은 줄이고 말소리를 더욱 크게 하는 기능 △여러 방향의 소리를 걸러주는 다마이크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
보청기를 착용하고자 한다면 전문의의 검진과 청력검사를 통해 보청기 착용 후 예상되는 보청기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보청기를 선택할 때는 자신의 청력 정도, 생활 활동범위와 환경, 본인이 듣고자 하는 정도가 중요한 결정 요소다.
일례로 청력의 정도가 경도나 중등도인 경우 청력이 그보다 더 나쁜 경우에 비해 다양한 기능의 효과를 백분 활용할 수 있는 고가형 보청기 착용이 권장된다.
또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대화가 필요한 경우라면 다기능의 고가형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반면 경도나 중도인 경우라도 생활환경이나 본인의 듣고자 하는 정도가 사회활동이 별로 없고 실내에서 단순한 일대일 대화나 TV시청이 대부분인 사람이라면 기능이 별로 없는 단순한 저가형 보청기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굳이 기능이 다양한 고가의 보청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30대 이후부터 검진 필요
보청기의 착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생리적으로 30대 이후가 되면 청력의 노화가 시작된다. 여기에 외부 환경적으로 소음에 노출되거나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에는 노화의 변화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빨리 온다.
김 원장은 “가까운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20~30분 정도의 간단한 청력검사로 얼마든지 난청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치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청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검진과 청력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초치 및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당신의 청력지수는? 스스로 체크법
♤ 전화통화에 어려움이 있나요?
♤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할 때 어려움을 느끼나요?
♤ 주변사람들과 함께 TV시청 시 주변인들에게 ‘크게 듣는다.’는 소리를 들었나요?
♤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이 있나요?
♤ 전화소리나 초인종소리와 같은 흔한 소리를 간혹 못 듣나요?
♤ 모임과 같이 여러 사람이 웅성대는 곳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나요?
♤ 대화 시 말의 내용을 다르게 들었거나 상대방에게 다시 이야기 해달라고 한 적이 있나요??
♤ 여자나 아이들의 말을 알아듣기가 힘든가요?
♤ 3년 혹은 그 이상 시끄러운 장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나요?
♤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 같이 느낀 적이 있나요?
♤ 대화에 장애가 있어 사람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운가요?
♤ 가족 중 한 사람이나 친구가 당신의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한 적이 있나요?
☞ “예”로 대답한 문항이 △0~3개일 경우 정상이나 △4~6개일 경우 청력검사 및 귀에 대한 진찰이 필요한 상태이고 △7개 이상일 경우 병원을 방문하여 난청 및 난청재활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