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
있을 때는 소중한 줄 진정 모르는 것이 많다. 청력도 그중 하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젊을 때는 듣기 싫은 소리도 잘만 들리더니 나이 들면 간절히 듣고 싶은 소리도 슬프도록 아득하다. 이런 난청을 쉽게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보청기다. 그러나 이 고마운 보청기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나이 들어 보인다고 외면 받고, 걸핏하면 삐 소리가 나는 불편한 도구로 취급받는다. 오늘도 답답한 귓속에서 ‘열일하는’ 보청기는 억울하다. 보청기, 골칫덩이가 아닌 ‘내 귀에 캔디’로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뭐라고?” 늘어나면 난청 의심
2015년 봄 가수 노사연 씨는 방송을 통해 ‘보청기 커밍아웃’을 했다. 난청 때문에 청력을 잃어 보청기를 끼고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당시 노사연 씨의 나이는 50대 후반. 그래서 많은 이가 놀랐다. 하지만 노사연 씨에게 보청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는 “고령, 소음, 약물 등으로 인해 달팽이관 기능이 나빠지는 감각 신경성 난청은 한 번 생기면 약물이나 수술로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이런 난청이 생기면 초기에 적극적으로 난청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청력은 조금씩 감소한다. 보통 60대 이후 난청이 가속화되고 80대가 되면 90% 이상이 난청을 겪는다. 난청의 첫 번째 증상은 되묻는 것이다. 예전보다 “뭐라고?”라고 되묻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 정확한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 잘 못 알아듣는 일도 난청 초기에는 흔한 일이므로 이럴 때도 청력검사가 필수적이다.
김민범 교수는 “청력검사를 통해 40dB 이상의 청력 역치를 보이는 감각 신경성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잘 들리지 않지만 보청기를 끼면 나이 들어 보일까 봐 보청기 착용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력의 감소는 단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와의 단절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주변 사람과 이야기할 때 안 들려서 자꾸 되묻게 되면 대화에 소극적이 되고, 주변 사람도 못 알아듣는 사람과의 대화를 꺼릴 수도 있다. 이렇게 대화가 줄어들고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우울증이 오거나 자존감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심리적인 변화가 치매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안 들려서 불편하지만 그냥 참고 산다는 것은 본인의 건강을 계속 해치는 일이나 다름없다. 보청기도 안경과 똑같다. 눈이 안 보이면 안경을 끼듯, 귀가 안 들리면 보청기를 끼면 되는 것이다.
보청기 살 때는 사후 관리 확인 필수!
난청이라고 모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이염 등과 같이 고막이나 중이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전음성 난청은 수술, 약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단 난청이라고 판단되면 이비인후과 병·의원에서 청력검사를 포함해 귀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다. 이후 청력검사 결과가 보청기가 필요한 상태로 나오면 보청기를 착용하면 된다. 그럼 어떤 보청기가 좋은 보청기이며 어디에서 사는 것이 좋을까?
보청기는 한 번 사면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청력 정도에 아주 정밀하게 보청기를 맞추는 ‘적합’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민범 교수는 “보청기는 청력검사 및 보청기 접합 과정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곳에서 사도록 하고 기계 장비이기 때문에 추후 AS가 잘 되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간혹 가격이 싼 곳을 찾아 보청기를 샀다가 사후 관리가 안 돼 낭패를 보는 일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보청기, 오늘부터 내 귀에 캔디 되는 법
아무리 좋은 보청기라도 내 귀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 사용하면 불편해서 포기해버리고 마는 보청기를 믿음직한 제2의 달팽이관으로 만드는 법을 공개한다.
1. 초기 적응 과정을 통과하라!
보청기는 초기 적응 과정이 중요하다. 착용 초기에는 본인 말이 울리고 주변 잡음이 크게 들린다. 이러한 부분은 보청기 접합 과정을 통해 조금씩 교정하게 된다. 보통 이 과정이 2~3개월 필요하므로 이 기간에는 보청기를 가능한 한 오래 착용해야 한다.
김민범 교수는 “처음에는 하루 8시간 이상 착용하는 것이 좋고, 불편하다고 보청기를 빼면 계속 새로 보청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나중에 적응을 못 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반면 힘들어도 초기 적응 과정을 견디면 얼마 안가 듣고 싶은 소리가 편하게 잘 들리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2. 삐~소리가 나면 귓속으로 더 넣어라!
보통 귓구멍에 헐겁게 보청기를 착용하면 삐 소리가 많이 난다. 보청기를 꽉 맞게 밀어 넣어보고 그래도 삐 소리가 계속되면 보청기 몰드를 다시 제작하는 것이 좋다.
3. 충격과 습기로부터 보호하라!
보청기는 매우 작고 정밀한 기계라서 충격에 약하다. 떨어뜨리는 것을 특히 조심하자. 보청기는 스피커나 마이크로폰이 노출되어 있어서 물에 닿는 것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씻을 때나 수영할 때 보청기 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4. 귀에 염증 생기면 보청기 당분간 금지!
보청기를 착용한 귀에 염증이 있으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보청기를 끼지 않도록 한다.
5. 항상 같은 자리에 둔다!
크기가 작고 자거나 씻을 때는 빼야 해서 보청기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한참 찾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늘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래야 필요할 때 재빨리 찾아 쓸 수가 있다.
6. 예쁜 보청기보다 중요한 건 내 귀에 맞는 보청기!
최근 보청기는 소비자의 요구로 크기도 많이 줄어들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청력이 몹시 나쁘지 않고 보이는 것이 싫다면 이런 보청기를 활용해도 된다. 하지만 보청기는 난청 재활에 필수적인 도구다.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 후에 착용하고 모양만을 생각해서 본인의 청력에 맞지 않는 보청기를 한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김민범 교수는 어지러움, 보청기 및 인공와우, 중이염, 난청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청각학회, 대한이과학회, 대한평형의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