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
【도움말 | 한국금연연구소 최창목 소장?】
이 땅의 모든 흡연자가 짊어지고 있는 숙제 ‘금연’.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다면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끊고 싶어도 마음대로 끊을 수 없는 것이 담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담배를 끊게 해준다는 도구에 마음이 가고 지갑도 덩달아 열린다. 최근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핫이슈는 단연 ‘전자담배’다. 연일 TV, 신문, 인터넷 등에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을 준다고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본다.
전자담배의 현주소
전자담배는 2003년 중국의 루옌(Ruyan)사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전자담배는 궐련 형태로 연초를 태우는 것이 아닌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켜서 인체로 흡입하게 하는 휴대용 전자기기다. 니코틴 용액이 들어있는 카트리지 부분을 입으로 빨아들이면 수증기가 나온다. 또 기기 끝에서 빨간 LED 불빛이 나와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정부에서는 전자담배가 처음 수입됐을 때 니코틴이 들어 있는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세금을 징수하고 판매를 제한했다. 그러자 전자담배업체들은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전자담배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니코틴이 들어있는 전자담배는 기획재정부 담배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허가된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전자담배는 의약외품으로 식약청에서 ‘전자식 흡연욕구 저하제’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인터넷 등을 통해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
안전성 논란 여전히 현재진행형!
전 세계적으로 전자담배가 유통된 지 7년이 넘었지만 그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는 “전자담배의 안전성에 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09년 4월 세계보건기구는 전자담배의 안전성이 공인되기 전까지 기존의 연초담배와 비교해서 건강에 이롭다는 홍보 활동과 판매를 금지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권고안에는 전자담배 이용자가 내뿜는 증기 성분에 대한 독성 검사 등의 검증 절차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간접흡연의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전자담배업체가 정식으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제조 과정에서 안전성을 증명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뉴욕, 오리건, 뉴저지 등에서는 이런 미국 식품의약국의 규제활동을 지지하여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브라질, 우루과이 등에서도 전자담배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자국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유진 교수는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연구한 결과는 발표되고 있지만 공인된 정보로 보기엔 그 횟수와 양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전자담배 제품의 독성을 대상으로 분석연구를 진행한 국제적인 연구기관은 세 곳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일반 담배에 비해 양이 적긴 하지만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담배회사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뉴질랜드의 한 사설기업연구소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적은 양의 발암물질의 가지고 있으므로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그리스의 한 공공연구기관은 앞서 두 연구의 중간 정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론으로 보면 세 가지 연구결과가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그 해석이 달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금연연구소 최창목 소장은 “전자담배 업계의 안전성에 대한 과대광고와 그로 인한 구매자의 오남용이 걱정된다.”며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의 경우도 하루빨리 식약청의 관리 하에 보다 엄격한 독성학적 연구와 광범위한 임상시험 등을 실시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도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식약청에서 허가된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 10개 품목 중 9개 품목이 품질 부적합으로 허가 취소 또는 허가 취소 예정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금연에 효과 있다는 뚜렷한 연구 결과 없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전자담배. 그럼 담배를 끊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최창목 소장은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는 흡연량이 많은 사람이 담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금연보조역할로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니코틴이 있으면 담배대용품, 니코틴이 없으면 금연보조제로 이용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창목 소장은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는 금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일반 담배보다 더 쉽게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는 끊어도 전자담배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전자담배를 10번 흡입하더라도 니코틴의 체내 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돌발적인 흡연충동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경우엔 사용자들이 배터리가 다하거나 카트리지가 마를 때까지 지나치게 흡입할 수도 있다. 특히 담배를 끝까지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이런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커서 과다 흡입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 소장은 “니코틴이 없는 제품도 금연성공률이 낮다.”고 설명한다. 이 제품들은 주로 니코틴 대신 타바논이라는 흡연 욕구 저하제를 사용한다. 앞에서 언급한 식약청의 품질 부적합 판정의 주요 이유가 이 타바논 함량 미달 때문이다. 타바논의 금연보조 효과를 믿을 만한 연구결과가 부족하고, 금단 증상 경감에도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없다.
백유진 교수도 “현재까지 전자담배가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는 결과의 대단위 임상시험은 없다.”며 “두 차례의 기초적인 연구 논문이 발표됐지만 이 조차도 결과가 다르다.”고 덧붙인다.
전자담배는 출시된 후 짧은 시간 만에 국민의 생활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러한 보편화가 가능했던 것은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고 금연을 도와준다는 효과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효과의 증명은 미비한 상태다.
백유진 교수는 “전자담배에 의지하느라 정작 금연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목 소장은 “전자담배는 무해함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금연을 할 때는 본인의 강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IP. 돈 안드는 금연법
1.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보건소 클리닉, 금연콜센터(1544-9030)를 이용한다.
2. 금연하겠다고 가족이나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3. 금단 증상이 있으면 가벼운 산책, 명상, 심호흡, 스트레칭 등을 한다.
4.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담배가 더 생각나므로 입안이 깔끔한 콩류, 야채, 과일을 즐겨 먹는다.
5. 당분간 담배를 부르는 술과 커피는 자제한다.
6.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자주 마신다.
백유진 교수는 건강증진과 금연에 관하여 진료하며 현재 대한금연학회 정보이사,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업위원장 겸 이사, Society for Research on Nicotine & Tobacco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창목 소장은 청소년 선도 및 범국민 금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금연연구소 소장이며, 사단법인 부산청소년연합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