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원장】
먹고 또 먹고,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고,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하루라도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고, 하루라도 초콜릿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지 않을 수 없을 때 나오는 말이 있다.
“나 탄수화물 중독인가 봐.” “난 단맛 중독!”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중독은 의학적 진단명, 즉 전 세계가 인정한 ‘병’이다.
반면에 탄수화물 중독이나 단맛 중독 등 음식에 관련된 중독, 즉 ‘음식 중독’은 아직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음식 중독’이라는 말에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야말로 중독이야!”라고 할 정도로 크게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음식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시쳇말로 “미친 듯이 먹고는 미친 듯이 후회한다.”며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사람들…. 음식이 다이어트의 방해꾼인 것은 그야말로 애교라며, 다이어트는 바라지도 않으니 음식 중독에서만 벗어나면 좋겠다는 사람들….
이보다 정도는 약하더라도 음식이라는 올가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사람들도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블랙홀 같은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음식 중독 탈출 노하우를 알아보았다.
음식 중독 탈출 노하우~
비만과 다이어트 분야의 명의로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음식 중독의 치료법은 아주 단순하다.”고 말한다. 만성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수면 장애를 극복하고, 탄수화물 음식만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 중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이 단순한 방법이 그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것을. 그러나 25년 이상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원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는 음식 중독 탈출법을 익히며 따라가다 보면 음식 중독에서 탈출할 비상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우 원장이 제안하는 음식 중독 탈출법을 소개한다.
1 만성 스트레스를 다스려라
스트레스와 음식 중독! 불가분의 관계다. 둘 다 제로섬 게임을 하면서 건강을 망친다. 따라서 음식 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만성 스트레스 다스리기다. 구체적인 실천 지침은 다음과 같다.
● 인식 전환하기
출근 때 숨도 못 쉴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전철을 탔다고 해보자. 누군가는 “아침부터 완전 지옥철이구만! 왜 자꾸 밀치는 거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다른 누구는 “오늘도 사람이 많네!”라며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는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즉 상황이 아니라 ‘내 생각’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이다.
박용우 원장은 “스트레스 조절의 출발은 인식의 전환에 있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순간 시작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만 있다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아져 단 음식이 당기는 상황도 생기지 않을 수 있다.
● 플러스 음식 YES! 마이너스 음식 NO!
박용우 원장은 “만성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완에 도움을 주는 플러스 음식에는 비타민과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이 좋다.”고 말한다. 또 좋은 지방이 풍부한 견과류, 아마인, 생선, 해산물도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반응을 줄여준다고 한다. 이와 달리 정제 가공식품, 식품첨가물, 화학색소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은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설탕이나 흰 밀가루 음식은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를 높이지만, 중독으로 이어지면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마이너스 음식이다.
2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는 열쇠, 숙면을 취하라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머리와 가슴에 꽉 차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한다. 그리고 수면 부족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신체적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숙면뿐이다.
● 일정한 수면 시간 유지
체중 감량에 도움되는 수면 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박용우 원장은 “최소한 남성은 6시간 이상, 여성은 7시간 이상 자야 건강이나 체중 감량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 잠들기 4시간 전에 저녁 먹기
배고픈 채로 잠자리에 들면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 숙면을 방해하고 중간에 잠에서 깬다.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에 저녁을 먹도록 하고, 그 사이에 배가 고프다면 3시간으로 간격을 줄인다.
● 저녁식사 땐 GI 지수 낮은 음식 먹기
저녁식사로 GI지수(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높아져 숙면을 방해하므로 현미, 잡곡, 고구마 등 GI지수가 낮은 음식과 양질의 단백질 음식을 먹는 게 좋다.
● 운동은 저녁식사 전에~
숙면에 도움을 주는 운동 역시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에 하는 게 좋다.
● 자기 전 칼슘·마그네슘 보충제 먹기
자기 전에 칼슘 200~400mg, 마그네슘 100~200mg을 먹으면 신경과 근육을 진정, 이완하는 데 효과가 있어 숙면에 도움이 된다.
● 카페인 음료는 오후 2시 이전에~
각성제인 커피 속 카페인은 숙면에 영향을 끼치므로 오후에는 커피는 물론 에너지 음료, 박카스,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도 먹지 않도록 한다.
● 잠자리에 들기 전 음주 금지
술을 마시면 금방 잠들지만, 술이 깨면서 잠도 깨기 때문에 토막잠을 자게 되고 다시 잠들기도 어렵다.
3 세트포인트를 조절하라
세트포인트(set-point)는 ‘체중 조절점’이다. 우리 몸은 어느 시점에 자신에게 맞는 체중이 정해지면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체중을 조절한다. 그래서 체중을 감량했더라도 우리 몸은 자신이 기억하는 원래의 세트포인트로 돌아가려고 체중을 조절한다.
한 번 올라간 세트포인트를 낮추기란 쉽지 않지만, 일단 세트포인트를 낮추면 우리 몸은 여분의 지방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기에 식욕 조절이 쉬워진다.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실천 지침은 다음과 같다.
●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음식, 흰 밀가루 음식, 트랜스지방이 든 음식을 피한다.
설탕과 액상과당이 들어간 청량음료, 과자, 케이크, 도넛, 빵, 초콜릿 등.
● 양질의 단백질을 먹는다.
닭 가슴살, 삶은 달걀 흰자, 두부, 생선, 해산물, 회, 보쌈 살코기, 안심 살코기 등.
박용우 원장은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면 음식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며 “무조건 탄수화물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보다는 단백질 음식으로 허기와 탄수화물 욕구를 달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때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해도 상관없다. 단, 지방을 모두 없앤 살코기를 양념하지 않고 소금에도 찍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좋다.
탄수화물을 먹고 싶을 때마다 단백질 음식을 찾아먹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식사 때 단백질 위주로 먹되 하루 한두 번 단백질 셰이크를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 배고플 틈 없이 하루 네 끼를 먹는다.
박용우 원장은 “배고픔 신호가 강해지기 전에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4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시간에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혈당이 떨어지는 주기인 4시간마다 음식을 먹고, 특히 매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빨리 찾아와 탄수화물 섭취량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박용우 원장이 추천하는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 아침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점심과 오후 간식은 그 사이에 4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아침식사와 오후 간식은 단백질 셰이크나 삶은 달걀, 두부 등이 좋다고 한다.
● 12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박용우 원장은 “저녁을 오후 7~8시에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오후 11~12시에 잠자리에 들고, 6~7시간 숙면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 7~8시에 아침식사를 하는 생활 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살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트포인트가 올라가는 이유 중에는 저녁식사 후 12시간 공복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즉 세트포인트를 조절하려면 야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박용우 원장은 “음식 중독은 니코틴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보다 빠져나오기 쉽지만 음식 중독이 심해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더 심해지기 전에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지배할 수 있으면 된다. 만약 자신이 음식에 지배당한다고 생각을 하면 그때는 그 음식을 피해야 한다. 굳은 의지와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벗어나지 못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박용우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1991년 ‘메덱스 건강증진센터’를 개설, 국내 최초로 비만클리닉 진료를 시작했으며, 성균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비만체형관리클리닉 소장을 역임한 뒤 현재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KBS, MBC, SBS 등 각종 건강 프로그램에서 비만과 다이어트 분야 최고의 명의로 선정됐으며 활발한 방송과 강연,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 <음식 중독> <신인류 다이어트> <원시인 다이어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