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많이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르는 건강 상식 중 하나가 호르몬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에 따른 기능도 많아서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성을 유지해야 할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은 균형점을 잃고 건강을 잃게 된다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호르몬인 것이다. 하지만 호르몬이라는 것이 노력해서 조절도 하고 관리도 할 수 있는 것일까? 익숙한 듯 낯선 호르몬. 현명한 호르몬 관리법에 관해 알아보았다.
왜 호르몬인가?
매일 넘쳐나는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팔팔 백세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바쁘다. 새로운 건강정보가 나왔다 싶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스펀지처럼 흡수해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호르몬’이다. 콜레스테롤이나 헤모글로빈 등은 익숙하지만, 호르몬은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알고 있는 호르몬 몇 가지는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멜라토닌, 에스트로겐,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등등. 이렇게 꼽아보니 적잖이 알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이 어려워 보이는 호르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걸까?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우리는 당뇨병은 잘 알면서도 당뇨병이 호르몬 질환이라는 점은 잊고 있다.”고 말한다. 당뇨 전단계 환자들까지 생각하면 당뇨 관련 환자는 천만 명을 육박한다. 피해 가기 힘든 병이 당뇨병이다. 호르몬은 어렵고 건강과 동떨어진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건강에 밀접하게 작용하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을 모르고선 우리 몸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호르몬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호르몬에 생로병사의 비밀이 있다는 것일까?
안철우 교수는 “생기를 일으키는 호르몬은 젊음과 활력을 불러일으키고(생生), 반대로 노화를 일으키는 호르몬들도 있으며(로老), 어떤 호르몬은 심지어 병을 일으키고, 병적인 상태에서 악순환이 계속되면 호르몬의 균형이 더 깨진다(병病).”며 “따라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바로 호르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사死).”고 설명한다.
특히 우리 몸은 여러 개의 인형이 포개져 있는 러시아 인형처럼 몸속에 여러 시스템이 겹쳐 있고, 각각의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신호가 전해져야만 하는데 이 신호는 두 가지 형식이 있다. 하나는 신경계이고, 또 다른 하나가 호르몬이다.
신경계는 가느다란 전선으로 이뤄져 있어 유선전화라고 한다면, 호르몬은 와이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돌면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은 사실 화학물질이고,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들은 이런 화학물질이 전해주는 신호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 신호전달의 중심에 호르몬이 있다.”고 말한다.
호르몬도 관리할 수 있을까?
우리 몸속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 관리가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호르몬은 타고나는 것이라 후천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 호르몬의 양과 기능도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르몬을 잘 분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호르몬을 뺏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노후를 위한 재테크가 필요하듯이 나이가 들면 호르몬에 대한 재테크도 필요하다.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에 대해 이해를 하고 공부하다 보면 호르몬이라는 게 주홍글씨처럼 타고난 게 아니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호르몬은 관리의 대상이 된다.”며 “따라서 호르몬도 잘 관리해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호르몬 관리법
생로병사의 비밀을 쥐고 있는 호르몬! 이 호르몬을 잘 관리할 방법은 무엇일까?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 관리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다음의 지침을 참고하자.
1 식사는 양보다 질!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을 잘 지탱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으며, 또 필요하면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는 식사가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식사를 했는지에 따라 식후 방출되는 호르몬이 혈당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식욕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당 지수가 높아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인슐린이 급격하게 나오면 이차적으로 다른 호르몬의 변동이 일어난다. 특히 먹어도 배고픔을 계속 느끼게 하는 액상과당이나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음식은 피해야 한다.
식사 시간도 중요하다. 호르몬은 생체시계처럼 특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1일 1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보다 호르몬이 고정적으로 나오는 리듬에 따라서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2 하체 근육을 강화하라
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유산소 운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근육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도 중요하다. 안철우 교수는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전반적인 노화현상에 따른 호르몬의 불균형에 균형점을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며 “나이가 들었다고 근력 운동을 피하지 말고, 하체 근육 위주의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운동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과격하고 고강도인 운동을 하기보다는 가늘고 길게 오래 할 수 있는 ‘빠르게 걷기’와 같은 저강도의 운동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3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라
늦어도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정상적인 분비를 도와야 한다.
4 15분간 스트레스를 잊어라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모든 스트레스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떨어뜨리고, 코르티솔 호르몬을 높인다. 코르티솔 호르몬이 올라가면 인슐린을 비롯해 우리 몸에서 필수 기능을 하는 여러 호르몬이 균형을 잃게 된다.
안철우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15분 후면 사라지므로 최소한 15분간은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도록 하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자꾸 기억해내고 또 계속 얘기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밖에 반신욕, 음악감상, 명상, 악기 연주 등 나름대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약물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약물에 취약해지거나 중독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하라
전문적인 약물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서 처방받고 복용해야 한다. 또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장기 복용할 때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하며, 무심히 복용하는 약물들이 호르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염두해 두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
안철우 교수는 연세대 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객원 교수를 지냈다. 다수 언론 및 방송 매체에서 대중에게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혈관대사연구소장, 융합의학센터 소장, 내분비내과 교수로서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골다공증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