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예방치과 교수)】
흡연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흡연을 줄이는 절연, 처음부터 담배를 안 피우게 하는 금연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건강 캠페인으로 시작한 금연, 절연 과정이 이제는 하나의 진료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서 의료기관이나 보건기관에서 진료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치과 진료기관에서도 이러한 금연, 절연 진료를 행하고 있는 곳이 상당히 있음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치과에서도 금연 진료를 하나의 진료 행위로 행하고 있는 곳이 상당히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기간 교육과 훈련 받은 의료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은 일반 의료기관이나 한의원에서의 금연 진료와 비슷하다.
금연, 절연 진료를 치과에서도 담당할 수 있는 근거는 흡연으로 인한 엄청난 질환들이 구강 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이다.
흡연은 일반적으로 니코틴, 타르 그리고 일산화탄소를 비롯하여 20여 가지의 독극물질을 발생시키기에 폐 등 호흡기관을 비롯하여 뇌, 소화기관, 심지어는 임신과 출산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구강 내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흡연이 구강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
첫째, 흡연자의 구강은 불결하다. 담배에서 나오는 니코틴과 타르가 치아 표면에 잘 붙는다. 그것만 붙으면 큰 상관없으나 거칠어진 치아 표면으로 인해서 구강내 치면세균막, 즉 프라그가 잘 붙는다. 이것은 수개월이 지나면 타액 중 칼슘과 인 성분을 흡수하여 마치 작은 돌멩이처럼 변한 채 치간 사이에 치석으로 부착되어, 주위의 잇몸과 치주 조직에 위해를 가한다.
그러므로 흡연자는 보다 연마도가 센 치약과 고강모의 칫솔을 사용토록 권장하기도 한다. 치석 제거 같은 스케일링도 자주 받아야 한다.
둘째, 흡연자는 치은염이나 치주병이 잘 발생하고 심해져 있다. 흡연자의 치은염은 거친 치아 표면으로 치면세균막이 쉽게 부착되고 잘 씻겨 나가지 않는다. 치면세균막 내에 있는 진지발리스 같은 치주병 유발 세균들이 주위 잇몸에 독소 작용으로 염증을 유발시키거나, 석회화된 치석이 주위 잇몸을 지속적으로 찔러서 물리적 자극으로 잇몸에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잘 발생된다.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만성적 치주병을 갖고 있다고 보면 거의 맞다.
셋째, 흡연자들은 구강암 발생 확률이 상당히 높다. 우리 신체에는 여러 가지 암이 있어 전신의 각 장기에 발생한다. 그중에는 위독성이 다소 덜한 암도 있고 맹독성이 강해서 치명적인 암도 있다. 흔히 폐암, 췌장암, 식도암 등은 위험도가 높은 암이라 하는데 그중 구강에서 생기는 구강암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암들이 많다.
구강암은 입술, 구강 점막, 잇몸, 그리고 혀나 편도, 목젖 등 구강 내 여러 곳에 발생하는데 그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흡연이다. 특히 인도나 파키스탄, 동남아시아, 서유럽 등지에는 피우는 담배도 있지만 씹는 담배나 입술이나 구강 점막, 혀 밑에 붙여 놓는 담배도 있는데 구강 점막암을 일으키는 강력한 원인이 된다.
넷째, 임신 중 흡연은 신생아의 구강 기형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근래들어 남성 흡연율은 줄어드는 추세이나 여성과 아동 흡연이 다소 늘고 있다고 걱정이다. 특히 임신 중 여성에서 임신 3개월 또는 입덧 무렵이라고 흔히 말하는 임신 8주에서 12주 사이에는 태아의 외모와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때 흡연이 계속 되거나 심지어 아내는 비흡연자이지만 남편의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으로 태아가 다소 잘못 형성되어 기형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언청이로 불리는 입술이 찢어져 보이는 토순 또는 입천장이 파열되어 있는 구개파열 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산모 등의 흡연을 들 수 있다.
담배로 잃은 건강은 산삼으로도 못 찾는다
치과에 금연·절연 진료 차 방문하면 니코틴 의존도 같은 여러 가지 문진과 함께 일산화탄소 양을 측정한다. 금연하면 점차 잔여 일산화탄소가 줄어들기에 진료 효과를 확인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니코틴 양도 측정하고 적절한 교육과 함께 보조제를 공급해준다. 보조제는 금연 후에 수일 만에 나타나는 불안 초조감을 다른 손동작이나 몸의 움직임으로 해소·처리하는 금단현상 극복을 위해 자주 사용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치료법으로 니코틴 패치를 가슴이나 팔뚝에 부착하도록 한다. 금연은 갑자기 시도해도 대다수는 본인의 의지가 매우 강하지 못해서 다시 중독된 니코틴을 찾기 마련이기에 차라리 안전한 양만큼을 미리 다른 경로로 투여해 줌으로써 담배를 안 피워도 담배 생각이 덜나게 하며, 차차 그 양을 줄여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증상에 따라 5, 10, 15mg짜리 등 패치가 있는데 점차 사용량을 줄여가도록 한다.
아예 약물을 써서 금연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부푸로피온이란 약물을 치과의사로부터 처방받아 보통 금연 계획 시작 2주 전부터 매일 한 정씩 복용하다가, 처음 일주일은 한 정씩, 그 후는 두 정씩 복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한두 달을 사용해야 금연에 성공할 수 있으니 그 과정이 참 어렵다. 대개는 한두 번 실패하고 매년 초에 새로이 시도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치과의사들은 계속적인 반복 시도를 권한다.
그리고 손이 심심할 때, 초조할 때 손 운동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작은 인형이나 고무 등으로 만든 용품들을 손에 쥐고 움직여 보는 강화요법을 병행하도록 한다. 그만큼 금연이 끈질기고 어려운 것이니 치과에서도 금연진료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사실 모든 일에는 동기 유발이 제일 큰 효과를 나타낸다. 암 환자가 되면 금방 금연이 된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필자도 고교시절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피우기 시작한 흡연이 30년이 되었다. 수년 전 이로 인해 심장 대동맥에 불순물이 잔뜩 끼여 혈관이 막히고 부풀어져 생긴 복부대동맥 파열이라는 너무나 끔직한 병으로 죽음을 앞둔 수술로 기사회생 후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싹 끊어졌다.
여러분들은 제발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에 어느 지방 담배인삼공사에서 본 “담배로 잃은 건강 인삼으로 되찾자”라는 표어가 참 거슬린다. 담배로 잃은 건강은 산삼으로도 절대 못 찾는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다. 치과 환자 중에 흡연자가 보이면 금연부터 적극 시도하고 치과 진료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