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한양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김윤신 교수】
황사와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주의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하면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외출한다. 실외 공기에 관해서는 이토록 민감하게 대처하지만 집안에 들어서면 이런 경각심은 자취를 감추기 일쑤다. 집안과 사무실과 같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음에도 실내 공기에는 둔감하다. 집안의 독소를 없애는 홈 디톡스 케어법의 시작… 우리 집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왜 홈디톡스인가?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음식에서 명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홈 디톡스 역시 그 중 하나다. 하루 중 3분의 1 이상을 이상 머무는 ‘우리 집’이 건강해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인 ‘우리’도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지금 우리 집은 가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와 침대, 소파 등에 번식하는 집먼지진드기, 세균, 곰팡이 등으로 인해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는 경우 많다.”며 “그 결과 아토피, 천식, 비염 등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의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종 오염물질로 병든 우리 집을 되살리는 일이다. 우리들 생활 전반에 포진돼 있는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집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적인 유행어로 떠오른 말, ‘홈 디톡스’다. 직역하면 ‘우리 집 해독’ 쯤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홈 디톡스의 핵심은 ‘실내 공기의 질’
우리 집 해독법의 시작이자, 끝은 하나로 집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집 공기다. 우리 집 공기의 질이다. 깨끗하고 청정한 공기가 소통되는 집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새집증후군을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생경한 단어만큼이나 잘 알지 못했던 이 증후군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비로소 집안의 인테리어, 생활용품, 건축자재, 그리고 가구들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친환경 자재, 친환경 가구 등 ‘친환경’이란 말이 대히트를 쳤다.
지금도 여전히 ‘친환경’은 인기 검색어로 링크돼 있고, 친환경적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 중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여전히 값싼 건축자재로 집을 짓고 있고, 집안 구석구석 화학물질로 도배가 돼 있다. 그것들은 지금 우리 집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들로 눈총을 받고 있다. 값싼 화학자재로 만든 건축자재와 집안의 가구들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김윤신 교수는 “화학성분으로 만든 건축 자재나 가구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들은 제한된 공간에 뭉쳐있는 경향이 있고, 장기간에 걸쳐 그런 실내 환경오염물질을 흡입하게 되면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호흡기 질환 또는 다른 질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한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의 경우 건강에 굉장히 취약할 수 있다. 우리가 실내 공기의 질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실내 공기오염을 줄이는 대책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마련할 방법과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윤신 교수가 추천하는 대책은 크게 5가지다.
1. 되도록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자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마련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 소재로 인테리어를 할 시, 원료뿐만 아니라 시공까지 친환경임을 확인해야 한다.
거주지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집 지을 곳이 공장지대 같은 곳이라면 공기오염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집을 얻는 경우라면 가능한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한 집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국공기청정협회 사이트(www.kaca.or.kr)를 방문하면 실내공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인증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참고하자.
2. 친환경 가구와 벽지를 사용하자
건축자재가 좋다 해도 안심할 순 없다. 집안을 채워줄 가구 역시 친환경 가구를 들여놓아야 오염이 덜 된다. 김윤신 교수는 “시멘트 주택과 각종 화학약품을 처리한 가구 등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며 이 성분이 없어지는 데는 5년 이상이 걸린다.”며 “새 가구를 구입한 후에는 환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가급적 합판이나 MDF가구보다는 천연 원목 가구와 친환경 벽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3. 환기는 필수!
환기는 집을 해독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침실과 주방, 욕실까지 모두 환기해야 한다. 김윤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환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최소 2번 이상 집안의 모든 창을 열어 30분씩 환기해주는 것이 좋다.”며 “이 시간에는 햇볕이 강해 대기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므로 짧은 시간 내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4. 공기청정기 활용하기
깨끗한 실내 공기 유지를 위해서는 실내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다. 김윤신 교수는 “건조할수록 오염물질이 잘 떠다니고 쉽게 흡입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유해성분과 불쾌한 냄새를 흡착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하면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냄새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여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제습기나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거나 집안에 공기를 정화하는 특정 식물을 두거나 빨래를 널어두는 것도 좋다.
5. 집안에서는 반드시 금연하기
실내에서의 흡연 역시 실내 공기오염에 한몫 한다. 건축자재나 가구 등은 우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지만 흡연은 통제가 가능한 것이므로 가정에서의 금연을 반드시 지키자. 흡연은 흡연자 외에 간접흡연자인 가족들과 이웃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으니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 공기 정화 시 주의사항
– 실외 공기가 나쁠 땐 창, 열지 말자
실내 환기는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정반대다. 이런 날에 창을 열어 환기를 한다면 오히려 바깥 미세먼지가 실내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정기 등 사용 시 기기관리 철저히 하자
바깥 공기가 안 좋다고 마냥 창문을 닫고 있으면 실내 미세먼지가 농도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창문을 잠깐 열어둔 뒤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 등으로 실내 공기를 세척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하지만 이러한 가전용품을 사용할 때는 기기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기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물로 세척하는 필터는 물걸레로 닦아 햇볕에 완전히 말린 다음 다시 사용하고, 교환 필터는 기간 내에 새 필터로 교환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료와 벽지, 가구는 친환경제품을 사용하자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해 당장 친환경건축자재로 집안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특별히 신경 쓸 만한 부분은 있다. 집의 가장 넓은 부분에 적용되는 도료나 벽지, 그리고 부피가 큰 가구를 구입할 때는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자. 넓은 범위와 큰 부피로 집안을 차지하는 것들을 친환경 제품으로 할 때 그만큼 실내 공기오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집. 가장 편하게 머무는 집안이 건강할 때 우리의 건강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김윤신 교수는 “우리가 외부 공기에는 민감하면서 실내 공기에는 무감한 편”이라며 “다양한 실내 공간, 특히 주택은 건강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곳임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바깥 공기가 나쁘지 않다면 지금 당장 창을 열어 실내 환기를 시켜보자. 이것이 건강한 집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윤신 교수는 서울대 보건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에서 보건학 박사학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와 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 소장이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으로 한양평생배움대학, 융복합연구지원센터, 산학봉사지원센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