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유기농 채소와 명상은 완쾌 도와준 일등공신이에요”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슬며시 꺼낸 마음고생이란 말에 대해 “그런 얘기는 하지 말지요. 이 사람도 나도 힘들었지만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어요. 그게 서로를 약하게 만드는 일이거든요.”라며 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최규석 씨와 이화자 씨. 간암과 4번의 재발을 이겨낸 닮은꼴 부부의 투병담을 들어본다.
암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 고생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으리라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암을 이겨냈든 그러지 못했든 상관없이 그들에게 그 마음의 상처를 다시 한 번 기억하고 말해 달라 부탁하러 가는 마음은 늘 편치 않다.
양산에 살고 있는 최규석 씨를 만나러 가는 길도 그랬다. 무려 만 4년의 암 투병을 겪은 그에게 가슴아픈 그때의 일을 설명해달라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지하철 만남의 광장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 최규석 씨의 모습에는 지난날의 어두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암 투병하느라 고생한 지난날을 가슴속에 묻고 있을 그는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일생의 피곤함을 주름 속에 감추고 살아가는 강인한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 비쳤다.
간암 그리고 4번의 재발
겨울동안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다니기 시작한 한의원의 의사가 진맥을 해보더니 간이 좋지 않다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최규석 씨는 별일 아닐 거라는 생각에 그 말을 무시했었다.
그러나 점점 몸 상태가 좋지 않게 되자 그는 병원을 찾았고 혈액 검사, MRI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2000년 7월 모두가 휴가 생각으로 들떠 있을 여름, 그는 병원에서 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한의사의 권유에도 병원에 가질 않았습니다. 내가 암일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병원에서 검사 결과 간암, 그것도 3기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놀란 것은 부인 이화자 씨도 마찬가지. 그녀는 설마했던 남편의 병이 암이라는 사실에 그저 멍할 뿐이었다.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간암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단다. “병원에서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우는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이도 울고 나도 울었어요.”
간암 판정을 받고 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최규석 씨는 치료를 서둘렀다. 병원에서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최규석 씨에게 불리하게 움직였다. 마침 터진 의료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부부는 부랴부랴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고 가까스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수술 경과는 좋았다. 병원에서는 최규석 씨에게 몸무게를 불려 오라고 당부했고 그는 의사 말대로 열심히 체중을 불려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완치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이후로도 4번의 재발이라는 아픈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식이요법의 시작
고단백질의 음식을 먹고 체중을 늘리라는 의사의 말에 최규석 씨는 보신탕을 비롯해 몸에 좋다는 음식은 모두 먹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체중이 5kg이나 늘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하라고 시키는 것은 모두 철저하게 지켰다.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암이 재발되었다. “이때부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암은 고단백질 음식과 날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음식을 먹고 다녔으니 재발이 됐겠지요. 3번의 재발 끝에 식이요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규석 씨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그렇게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고 모임도 나가지 않으면서 철저한 식이요법을 실시했다. 그는 육류, 흰밀가루, 흰설탕, 백미, 유제품, 계란 등의 음식을 철저하게 먹지 않았다. 오로지 채식을 위주로 한 식이요법을 실시했다.
아침에는 호박이나 잣 또는 각종 야채와 현미를 이용하여 끓인 죽과 메주콩을 믹서에 갈아서 깨와 꿀, 약간의 소금을 넣은 것을 우유 대신 마셨다. 콩은 직접 재배해서 키운 유기농 콩만 사용한다고 한다. 점심으로는 찹쌀 현미, 멥쌀 현미, 율무, 검은콩, 수수, 조, 보리 등 7가지의 잡곡으로 지은 밥을 먹었다. 잡곡밥은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꼭꼭 오래 씹어서 먹어야 하므로 공복감이 생기지 않아 좋다고 한다. 반찬은 주로 버섯이나 상추순 등의 채소류를 먹었다. 저녁은 고구마나 감자 또는 계절 과일을 먹었는데, 절대로 위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 외에도 집에서 직접 간장, 된장, 청국장을 담가 먹었으며, 청국장 가루와 영지버섯과 대추를 넣어 달인 물을 자주 마셨다.
“식이요법을 할 때에는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식이요법을 하고 나니 우선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한 6개월 하니까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습니다.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니 정말 좋더군요.”
산에 올라 하는 명상 즐겨
최규석 씨는 매일 아침이면 산에 오른다. 그는 1시간 정도 산에 올라 좋은 공기를 마시고 명상에 잠긴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이화자 씨에 따르면 남편이 식이요법과 명상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남편의 성격이 원래 자로 잰 듯 똑바르기만 했지요. 다른 사람이 흐트러져 있는 것도 못 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성격 탓에 스트레스가 많아서 암이 걸린 게 아닐까 생각했었죠. 그런데 식이요법과 명상을 하고 난 뒤 성격이 많이 누그러지더라구요.”
산에 오르면서 최규석 씨는 마음을 편안히 정리한다고 한다. 명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스런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덧붙인다. “설사 암에 걸리더라도 조금은 초연해지라.”는 것이다.
“물론 암에 걸리면 대부분 자포자기한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나 암세포도 내 몸에 생긴 내 세포라는 생각으로 살살 구슬려 더불어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기지 못할 암이라면 마지막까지 함께 가자라는 다부진 의지로 자신의 삶을 희망차게 꾸려나갈 것을 최규석 씨는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