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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집·직장에 우글우글~ 세균 건강 지키는 노하우, 혹시 당신도 세균 민감족?

2009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송년호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이재갑 교수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도움말 | 장희창 교수 전남대병원 감염내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소문난 ‘세균 민감족’이다. 재임 시절 세계 각국 정상들과 악수하는 부시 전 대통령 뒤에는 손 소독제를 든 비서가 늘 대기했다. 배우 캐머런 디아즈는 공공시설의 문을 팔꿈치로 여는 ‘깔끔녀’다.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스는 ‘세균 혐오증’의 지존이었다. 창문을 테이프로 발라 세균을 차단하고 일간지 3부를 산 후 가운데 것만 빼서 읽었다.

신종 플루로 인해 전염병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올 한 해만도 A형 간염, 인플루엔자, 수족구병, 노로바이러스장염 등 바이러스 질환이 유행했다. 세균성 질환인 성홍열 환자도 늘고 있고 중국에선 페스트가 발생했다. ‘미생물 과민족’이 늘어난 이유다. 인체에 유해한 ‘킬러’ 세균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에게 해법을 물었다.

집은 세균의 ‘스위트홈’ …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수은주가 떨어지는 한겨울에 난방을 지나치게 세게 틀지 말고 하루 두세 번씩 환기를 꼭 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기 환자가 있으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공기로 날아다니고 곰팡이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 이 교수는 “적당한 온도, 적당한 습도가 좋다.”며 “실내가 너무 건조하면 호흡기질환이 악화되고, 수분이 많으면 세균이 증식되기 쉬우며, 인간에게 쾌적한 환경이 세균에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방은 ‘세균의 온상 지대’다. 음식물 쓰레기는 곧바로 버리거나 건조시켜야 한다. 이 교수는 “냉동음식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바이러스·세균이 남아 있기도 하고 음식을 해동시킬 경우 세균이 증식된다.”고 말했다.

행주와 수세미는 2주에 한 번씩 바꾸고, 환절기에는 종이타월을 써야 한다. 행주나 수세미로 식탁을 닦지 않아야 한다. 늘 젖은 상태에 있는 수세미와 행주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들의 온상이다. 소독과 건조를 잘 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살균법은 전자레인지에 넣어 2분간 돌리는 것이다.

도마는 2개 구입한다. 하나는 육류용, 하나는 채소·과일용이다. 사용한 도마는 식기세척기에 넣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씻는다. 채소와 과일처럼 익히지 않고 먹는 음식을 오염된 행주로 닦은 도마에서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물을 내릴 땐 늘 변기 뚜껑을 닫아야 한다. 대변에 있는 세균이 변기나 화장실의 문손잡이, 수도꼭지에 묻어 있을 수 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도 꼭지를 한 번 비누로 씻은 뒤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공용 칫솔꽂이는 세균을 공유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수건 역시 가족마다 별도로 써야 한다.

전염성 질환에서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 씻기’다. 손은 인체에서 미생물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병균 창고’다. 한쪽 손엔 보통 6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양손을 합치면 12만 마리다. 아무 이유 없이 손으로 얼굴을 만져선 안 된다. 특히 손을 씻은 후엔 건조기나 일회용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야 한다.

독서할 때 침을 묻혀 책을 넘겨선 안된다. 손의 세균과 책의 세균을 함께 입안에 전달하는 셈이다. 지폐를 셀 때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도 금물이다. 지폐 한 장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수천 마리 있다. 자칫 폐렴이나 기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아이가 감기로 열이 나면 귀가 조치시키는데 우리나라는 학업열이 높다며 칭찬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족이 있으면 청결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병이 지속되는 동안 화장실과 주방에서 수건과 행주 대신 종이타월을 사용하는 게 좋다.

전남대병원 감염내과 장희창 교수는 “항균제품 효과를 과신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비누·치약·샴푸부터 의복·이불·매트리스, 식기와 우유병, 심지어는 학용품과 세탁기까지 항균 효과를 언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다.

장 교수는 “이런 제품이 도처에 널려 있는 미생물을 박멸할 수 없다.”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효과가 거의 없는 항균제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옷이나 이불에 있는 균이 병원균인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항균 식기를 깨끗이 닦아 사용하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비누와 일반 세제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항균제품은 없으므로 손과 식기를 깨끗이 씻으면 질병이 예방된다는 얘기다.

직장 PC 키보드는 세균의 온상

사무실은 ‘세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책상 표면을 만지면 세균이 옮겨져 최고 72시간까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균학 박사인 찰스 거바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무실 책상에는 화장실 변기의 깔개보다 무려 400배나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특히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에 세균이 득실댄다. 작업을 마친 후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흡연하는 남자 직원이 공용 PC를 사용하다 감염성 질환을 전파시킬 수 있다. 전화기와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는 하루 한 번씩 살균 세정제로 닦아야 한다. 회사에서 개인 머그잔을 사용하는 직장인이라면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머그잔에 장내 세균이 득실댈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이나 장염에 걸린 직장인은 결근하는 것이 동료를 위하는 길이다. 괜히 상사 눈치를 본다고 출근해서 균을 퍼뜨려선 안 된다. 이 교수는 “회사도 전염성 질환에 대한 건강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핑 카트도 세균 오염의 진원지

공중화장실에선 티슈 한 장을 손잡이에 얹고 문을 여는 편이 낫다. 물론 티슈는 곧바로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 이 교수는 “세면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중화장실이 많다.”며 “알코올성 손 세정제를 휴대해 화장실 문손잡이를 잡은 후엔 손을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시를 이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뒷좌석에서 기침을 해댔는지 누가 알겠는가.

공중화장실이나 도서관의 공용 수건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일회용 타월을 이용해야 안전하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중 할인점이나 슈퍼에서 사용하는 쇼핑 카트(손수레) 손잡이가 세균으로 가장 많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와 수도권 일대 버스·지하철· 화장실의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쇼핑 카트 손잡이, PC방의 개인용 컴퓨터 마우스 등 접촉이 많은 공공시설물 120곳의 세균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쇼핑 카트 손잡이에서 10cm²당 평균 1100CFU의 세균이 나왔다. 그 다음은 PC방 마우스(690CFU), 버스 손잡이(380CFU), 화장실 손잡이(340CFU), 엘리베이터 버튼(130CFU), 지하철 손잡이(86CFU) 순이었다.

할인점에 가면 카트에 아이를 앉혀 끌고 다니는 부모를 흔히 만난다. 이 교수는 “카트에 묻은 육즙으로 인해 세균이 증식하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장균이 득실대는 카트 손잡이를 잡은 손으로 시식 코너에서 조리 음식을 집어먹는다면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다.

식당에서 부대찌개나 김치찌개를 함께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술잔을 돌리는 것도 금기다.

병원 내 감염도 심각하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의 손 씻기 수행률을 조사한 결과, 간호사들은 40~80%에 달한 반면, 의사들은 20~30%에 불과했다.

2007년 1월 국회에서 열린 병원감염관리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만 5천 명이 엉뚱하게 병원에서 옮은 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병원에 병을 고치려고 왔다가 되레 병을 얻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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