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아이돌 부럽지 않다… 나만의 매력으로 승부할 터”
요즘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아이돌’이 대세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10대 모델이 흔하다. 패션모델 이상미는 다소 이단아적 존재다. 스물넷인 지난해 엘리트모델선발대회에서 우정상을 받으면서 데뷔했다. 스스로의 표현을 빌면 “막차를 탄 셈”이다. 초등학교 때 이미 남학생을 눈 밑으로 내려다 볼 만큼 훌쩍 컸던 ‘키다리 소녀’는 그렇게 모델이란 꿈을 이뤘다.
눈썰미 밝은 독자라면 KBS 2TV ‘세상의 아침 – 박둘선의 스타일’에서 톱모델 박둘선과 호흡을 맞추는 그녀를 떠올릴 것이다. 178cm, 53kg. 모델로서의 신체조건은 완벽하나 호리병같은 몸매는 아니다. 글래머러스한 스타일. ‘공주과’ 모델인 게 오히려 약점이다. 그녀가 ‘정신적 스승’이라 부르는 박둘선이 “넌 예쁘장한 얼굴이 단점이야”라고 했을 정도이다. 섹시하고, 지적이고, 도도한 이미지는 가능하지만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는 연출하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그녀는 노력으로 이겨냈다. 패션쇼 무대나 화보 촬영이 있는 날엔 5시간 전부터 준비한다. 늦게 출발한 만큼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땀을 흘렸다. 아침부터 밤까지 워킹 연습을 했다. 무엇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힘들어도 밝게 웃는다. 가끔 패션쇼를 보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델의 표정이 어두울 때가 있다. 그녀는 “요가와 명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답게 애교가 많다. “모델보다 개그맨 하라”는 권유를 받을 만큼 유머감각도 있다. “요즘은 개그 유전자가 사라졌나봐요. 재밌는 얘기를 했는데도 주변이 썰렁해요.(웃음)”
“축복받은 유전자? 몸무게 25kg빼고 모델 됐죠”
엘리트모델선발대회 당시 그녀는 남자 후보들에겐 ‘이모’로, 여자 후보들에겐 ‘엄마’로 불렸다. 나이 탓만은 아니다. 넉넉한 마음씨 덕분이다. 요즘은 후배들을 가르치는 트레니어 일도 하고 있다. 내년 3월 부터 마산 창신대에서 실기강사로 강단에 선다. ‘모델을 가르치는 모델’이 된 것이다.
축복받은 유전자 같지만, 그녀는 사춘기 시절 비만녀였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몸무게가 72kg. 꾸준한 다이어트로 25kg까지 뺐다가 6kg를 다시 찌웠다. “탄수화물을 줄이려고 밥 대신 옥수수와 고구마를 먹었어요. 소식 습관이 굳어져야 요요없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요.” 일정이 비면 등산과 요가를 했다. 워킹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쏘다녔다. 한겨울에 영등포에서 집(서울 강서구)까지 3시간을 걷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봤다. 웃으면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딥에서 엄마와 “하하~” “호호~” 크게 웃었다. “체질만 바꾸면 의외로 다이어트가 쉽다”는 게 그녀의 지론.
대학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그녀는 스튜어디스 대신 모델이란 직업을 택했다. 카메라 앞에 서면 피사체로 머물지 않는다. 온전히 쇼의 주인이 된다. 그녀의 마음엔 욕심이 꿈틀거린다. 대학 강단에서 후배 모델을 가르치겠다는 포부다. 꿈을 향해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다. 25세의 늦깎이 패션모델, 이상미의 도전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