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현아 기자】
【도움말 |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입원 질병 1위, 사망 원인 6위. 매년 25만~27만 명 입원. 고령층에선 암보다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질병.’ 건강장수를 가로막는 이 질병의 이름은 무엇일까? 답은 폐렴이다. 폐렴은 2002년만 해도 사망 원인 12위였으나 2012년 6위로 훌쩍 올라섰다. 2002년에는 인구 10만 명 당 폐렴 사망률은 5.6명이었으나 2012년 4배 가까이 늘어 20.5명에 이른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로 인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폐의 염증이다. 암환자, 뇌혈관환자도 마지막에 폐렴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만 65세 이상 노인층은 생명까지 위협 받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폐렴 환자가 이렇듯 급증한 이유는 뭘까?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의약품이 좋아지면서 만성질환자의 기대여명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다.
PART 1. 암보다 무서운 폐렴? 왜?
폐렴은 만 5세 이하에서 발병률이 확 높지만 사망률은 낮다. 이에 비해 만 65세 이상 노인은 발병률도, 사망률도 모두 높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만성질환과 상관없이 연령만으로 폐렴 위험군이다.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므로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건강할 때와 달리 노화가 오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때 폐렴균이 신체를 공격해 생명을 위협한다. 연령과 무관하게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어도 폐렴의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그런데도 “폐렴은 약 먹으면 낫는 병 아니냐?”고 오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재갑 교수는 “며칠 약을 먹으면 열이 나다가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젊었을 때 이야기”라며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폐렴에 걸리면 대개 입원하고 일부는 중환자실에 가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므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감이 유행할 때 폐렴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폐렴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경우는 감염성 폐렴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등 감염성 병원균에 의해 생긴다. 드물게 곰팡이, 기생충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성 폐렴, 흡인성 폐렴도 있다. 노인과 어린이는 폐의 방어 능력이 젊은이들보다 떨어져 있어 폐렴에 잘 걸린다. 노약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독감에 걸리면 폐렴에 대한 방어력이 더 낮아진다.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 종류가 많아 A균에 걸렸다고 해서 다음에 B균에 아예 안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균주가 다르다 보니 여러 차례 걸릴 수 있다. 폐렴은 생각만큼 만만한 질병은 아니다. 암보다 무서운 질병인 폐렴에 걸리지 않는 노하우, 과연 없을까?
PART 2. 폐렴에 걸리지 않는 노하우 6가지
1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라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을 완전히 방어하진 못하지만 심각한 폐렴구균 감염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폐렴구균은 전체 폐렴의 20∼40%를 차지하는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중증감염을 잘 일으킨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국가필수예방접종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현재 보건소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무료로 하고 있다.
폐렴구균 예방백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1983년부터 사용된 폐렴구균 예방백신은 폐렴구균 세포벽의 주성분인 다당을 이용해서 개발해 다당백신(PPV)이라고 한다. 폐렴구균 세포벽의 다당은 94개 혈청형이 존재한다. 이 모든 혈청형에 대해 항원을 분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질병을 일으키는 23개의 다당을 이용해 백신을 만든다. ‘23가 백신’으로 부르는데 면역력은 5년밖에 되지 않는다.
TV 광고를 해서 낯익은 프리베나13은 폐렴구균의 13개 혈청형이 일으키는 폐렴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이론적으로는 효능이 평생 간다지만 검증이 필요하고 최소 10∼20년은 문제없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현재 만성질환자나 만 65세 이상 노인은 프리베나13을 먼저 맞은 다음 두 달 뒤 23개 혈청형을 예방하는 백신을 맞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병원에서 프리베나13을 먼저 맞은 후 두 달이 지난 뒤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한 번 더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 두 달은 지나야 두 백신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령과 무관하게 면역억제제를 일반적으로 복용하거나 항암 치료 중인 환자, 에이즈 환자, 만성콩팥질환 중 신증후군 환자와 투석을 요하는 신부전증 환자 등 면역 저하자는 반드시 두 백신을 모두 맞아야 한다. 만성질환자도 두 백신 모두 맞으면 좋다. 신장병을 동반한 고혈압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간경화, 간염을 앓는 환자가 만성질환자 범주에 포함된다. 다만 단순 고혈압이나 단순 고지혈증 환자는 만성질환자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2 독감 예방접종도 함께 받아라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폐렴구균 예방접종과 함께 독감 예방접종도 받아야 한다. 환절기가 되면 면역력은 더욱 떨어진다. 이때 폐렴균이 신체 여러 부위로 침투한다. 연령과 무관하게 면역 저하자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함께 받아야 한다. 만성질환자도 두 백신 모두 맞는 게 좋다.
3 면역력을 높여라
면역력은 건강에 비례한다. 평소 영양 섭취를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 관리를 잘해야 폐렴이나 독감에 덜 걸리고, 걸린다 해도 가볍게 앓는다.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자주 손을 씻는 게 좋다. 비누를 칠한 뒤 최소한 30초 이상 구석구석 문지르며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밤에는 충분히 잘 자야 몸의 저항력이 높아진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하는 것도 좋다.
4 흡연과 음주를 주의하라
흡연자와 음주자는 폐렴 고위험군이다. 흡연자는 연령과 무관하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술을 마시거나 식사할 때 반주를 하면 알코올중독으로 본다. 우리나라 문화와는 딴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미국 기준으로는 죄다 알코올중독이다. 전부 폐렴 고위험군이다.
5 감기가 길어지면 폐렴을 의심하라
감기가 오래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통 사나흘 지나면 증상이 좋아진다. 그런데도 계속 악화되면 단순한 감기가 아니다. 폐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재갑 교수는 “발열과 기침이 2∼3일 내에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에 오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폐렴 증상이 모호할 때가 많다. 만성질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열도 잘 나지 않고 기침도 많이 하지 않는데 시름시름 앓고 음식도 잘 못 먹어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중증 폐렴인 경우가 있다. 갑자기 밥을 못 먹거나 활동을 잘하던 노인이 누워서 처져 있다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별로 없다고 가볍게 판단하면 안 된다.
6 항생제 오용을 주의하라
얼마 전 항생제를 써도 거의 듣지 않는 일명 ‘슈퍼 폐렴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감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항생제 남용과 오용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재갑 교수는 “폐렴으로 진단되면 최소 5∼7일 항생제를 쓰고 중증은 14일까지 사용한다. 그런데 증상이 좋아지니까 사나흘 약 먹다 끊어버리는 이들이 있다.”며 “이는 내성균을 키워내는 원인이 된다. 항생제 사용 기간과 용량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감염질환, 성인예방접종 분야 전문가다. 고려대 구로병원 전임의를 거쳐 현재 한림대 의대 교수로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과장 겸 감염관리실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