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명지대 사회교육원 컨텐츠과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 조대현 교수】
건강도 챙기고, 약초도 캐고…. 일석이조 취미 하나가 소리 없이 인기다. 일명 ‘약초 캐기 산행’이 바로 그것이다. 강태공이 낚시하면서 시간도 낚으며 마음을 치유하듯, 약초 산행자들도 산행을 통해 약초도 캐고 체력도 단련하며 대자연 속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약초 산행이 인기를 끌면서 약초 산행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기관도 생겼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컨텐츠과에는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이 개설,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나도 한 번?’ 하며 약초 산행을 꿈꾸거나 계획 중인 독자들을 위해, 화창한 주말에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응복산으로 약초 산행을 떠나는 명지대 사회교육원 컨텐츠과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 학생들의 약초 산행을 동행 취재했다. 약초 산행 입문자를 위한 전문가의 어드바이스와 선배 약초 산행자들의 체험담을 안내 삼아 약초 산행의 꿈에 도전해보자.
PART 1. 약초 산행 입문자를 위한 전문가 어드바이스
1 약초 산행, 어떻게 시작할까?
약초 산행을 계획했을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약초 공부를 시작하는 것과 약초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약초 공부는 약초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거나 인터넷을 통해 약초에 관한 정보를 익힌다. 약초 산행일 경우 드물게 혼자 산행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등의 약초 산행에 참가한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컨텐츠과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 조대현 교수는 “심마니 약초 산행은 처음에는 무척 어려운 과정이기에 독학으로 공부하고 홀로 산행하기보다는 경험자와 함께 산행하면서 약초의 실물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학할 경우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고, 또 사진으로 약초를 아무리 세밀하고 정확하게 공부했더라도 실제 산행에서 실물을 보았을 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초 산행 초기에는 반드시 경험이 많은 사람의 지도를 받는 것이 독초를 식용으로 착각하는 위험한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2 약초 산행에 필요한 장비는?
약초 산행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산행 시 길을 안내해줄 GPS, 발목보호대인 스패츠, 약초 채집에 필요한 호미 정도를 준비하면 된다. 조대현 교수는 “물리적인 장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행을 함께 하는 팀원들 간의 상호 보호정신이다.”라고 말한다. 산행 중 팀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모든 산행을 중단할 수 있을 정도로 팀원 간에 안전을 우선시하는 마음, 서로 보호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약초 산행, 어디서 누구와 할까?
약초 산행을 결심했을 때 사회적으로 공인된 조직 혹은 단체에서 운영하는 팀 혹은 동호회를 활용해야 한다. 약초 산행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면서 인터넷상에는 수많은 카페와 동호회가 생겨나고 있다. 어떤 카페나 동호회에 가입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조대현 교수는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비공인 조직과 단체 혹은 동호회들이 서로 자신이 최고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산행에 처음 참여할 경우에는 반드시 공인된 교육기관이나 전통심마니약초협회에서 인정하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산행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4 봐도봐도 헷갈리는 약초들, 공부는 어떻게 할까?
조대현 교수는 “숲속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약초들이 계절마다 그 모습들을 달리하기에 1~2년의 짧은 산행으로 이들을 전부 익히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인터넷 이나 책에서 여러 형태의 다양한 약초들을 볼 순 있지만, 약초의 자생지를 보는 경험은 쌓기 힘들다. 따라서 현장실습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식물 속에서 약초를 찾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조대현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수년간 선배와 지식이 많은 사람과 함께 하면서, 그들로부터 자신의 현장 경험에 대한 평가와 지도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약초를 채취할 때는 자신이 배우고 경험했던 약초만을 채취한다. 모르거나 분명치 않은 약초를 채취하면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5 약초 산행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조대현 교수는 “사람이 근접하기 어려운 곳에 오래된 약초가 자생하므로 산행 중 무리한 행동이나 자만하는 산행은 절대금물”이라고 말한다. 또한, 발생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약품을 꼭 준비한다. 팀원을 책임질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하며, 팀원들 간에 연락할 수 있는 무전연락 등의 수단이 확보되어야 한다.
6 약초 산행을 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약초를 채취한 후에는 원상복구 하고 ▶어린 식물을 보호하고 ▶약용식물 씨앗을 뿌린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 약초의 싹을 말려서는 안 된다.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것, 약초 산행 시 꼭 명심하자.
PART 2. 약초 산행에서 만난 사람들!
윤평식(65)
산행 참가자 중 최고령자로 친구 소개로 약초 산행을 시작했다. “약초 산행은 웰빙이고 힐링”이라는 그는 약초를 잘 캐는 고수에 속한다. 약초 잘 캐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약초가 잘 자라는 지형을 미리 공부하고 열심히 두 눈으로 잘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종오(62)
15년째 당뇨가 있고 심장수술도 2번이나 했다. 약초 산행 전부터 꾸준히 등산을 했고 지금은 등산과 약초 산행을 시간 날 때마다 한다. 등산만 할 때는 아무리 산을 많이 다녀도 살도 안 빠지고 뱃살도 안 빠졌다. 그런데 약초 산행을 시작한 후부터는 둘 다 빠졌다. “약초 산행이 운동 효과도 좋고, 혈당 조절도 아주 잘 되는 것 같다. 당뇨환자라면 약초 산행이나 등산을 꼭 하라고 말하고 싶다.”
임성묵(61)
신문기사를 보고 알게 되어 시작했다. 올 3월에 35년 근무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했다. “약초에 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퇴직 후 취미생활로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건강한 편이었지만 매주 하는 약초 산행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김대희(59)
“꼭 약초만 캐려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약초도 배우고, 산행을 하면서 몸 관리도 하고, 건강을 관리하려고 다닌다. 약초 산행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참 보람된 일이다.”
▲묵묵히 약초 산행을 즐기는 김대희 씨
김민(54)
약초에 관해 관심이 있어 인터넷으로 관련 학과를 찾다가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을 시작했다. 약초 산행을 시작한 후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이 사라졌고, 생활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약초 산행 과정에 등록한 여성 1호인 그녀에게 첫 산행에 관해 물었다. “첫 산행이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겁이 나서 산행을 못했다. 그런데 다시 가게 되더라(웃음).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한 번 더, 한 번 더 하다 보면 산행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나처럼.”
이부영(52) 2기 과대표
농협에 근무하면서 농산물과 약초에 관심이 많아 시작했다. “심마니 약초 산행을 하면 전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산이 주는 혜택이라든지, 우리가 산에 베풀어야 할 것, 우리가 삶 속에서 베풀어야 할 것들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에 한 번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세종(52)
극기훈련 교관으로 산을 많이 타기에 TV에서 소개하는 약초 산행에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교육과정이 있다는 걸 알고 신기해서 시작했다. 첫 산행이 무척 힘들어서 초기에는 포기할 생각도 했으나 조대현 교수의 관심과 격려, 일취월장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약초 산행에 재미를 붙였다. 직접 캔 산삼과 더덕으로 담은 술이 보물 1, 2호가 되었다. “고혈압으로 8년간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데 약초 산행을 시작한 후 140~150이던 혈압이 120대로 떨어졌다. 혈압이 좀 더 떨어지면 고혈압 약을 끊을 계획이다. 매주 하는 약초 산행과 산행 때 캔 약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손석일(50) 5기 과대표
아내 소개로 시작했다. 등산을 좋아하고 운동 전공을 해서 건강에 관심이 많았기에 약초에도 관심이 많았다. 입학 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조금씩 약초 공부를 하곤 했다. “약초 산행으로 약초도 캐고 운동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산에 오면 힐링이 되어서 좋다.”
양미진(48)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첫 산행 후 겁이 나서 한 달 동안 산에 못 왔다.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이 없다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하면서 힐링도 되고 약초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나이도, 약초 산행을 시작한 계기도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첫째, 첫 산행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약초 산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둘째, 약초 산행할 때 약초만 캐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산을 즐기고 힐링을 하고 마음을 비우고 가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하면 오래 할 수 있지만, 약초를 많이 캐겠다고 욕심을 내면 오래 하기 힘든 게 약초 산행이라고.
PART 3. 약초 산행을 동행하며…
첫 약초 산행이 만만치는 않았다. 약성이 좋은 약초를 캐기 위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그것도 등산로가 아닌 비등산로를 이용해서 간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 산행 후에 한동안 약초 산행할 생각을 못했다는 학생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약초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 간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상호 보호정신’이라던 조대현 교수의 조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럿이 그런 험한 길을 웃으며 함께 갈 수 있는 것은 팀원 간에 긴밀한 유대와 두터운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또한, 약초 산행을 하면서 약초에 욕심내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약초를 얼마나 캤느냐보다는 숲속의 많은 식물들 사이에서 자신이 배운 약초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자신이 캔 약초를 기꺼이 서로 나누는 모습은 또 다른 힐링이었다.
그럼에도 약초 산행을 굳이 학교에 다니면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맴돌았다. 이 질문에 이부영 2기 과대표는 “이론과 실습을 겸한다는 장점이 있고 특히 담당 교수님들이 제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는 점이 일반 카페나 동호회와 크게 다르다.”라고 말한다.
심마니가 업인 사람들은 생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구광자리(약초를 캤던 자리)는 물론 약초 지식도 쉽게 풀지 않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아 자신이 노력만 하면 아주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부영 과대표는 “또한, 약초를 캐기만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약초 캐는 실습을 하는 동안 교수님께선 약초 씨를 뿌리는 일을 하신다.”며 “자연에서 얻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자연에게 베풀 수 있는 일도 함께 배운다.”고 말한다.
약초도 캐고, 운동도 하고, 자연에서 힐링까지 할 수 있는 약초산행,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한 번 시도해보아도 좋을 듯 싶다.
TIP.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컨텐츠과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이란?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은 주중에는 이론 수업을, 주말에는 약초 산행 실습을 한다. 총 3학기 과정으로 약초 재배와 가공에 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조대현 교수는 경북 김천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하였고, 전통심마니협회 인천지부장(2005)을 지냈다. 2500회 이상의 심마니 산행을 해왔으며, 현재 명지대 사회교육원 컨텐츠과 심마니 약초 산행 과정 외래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