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
최근 MBC TV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에서 각막이식 프로젝트를 진행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나아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막이식 이외에 다른 장기이식에 관한 관심까지 불러모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장기 기증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정부의 정책 또한 소극적이다.
그중 간이식은 장기부족현상이 심각해서 중국으로 원정 수술을 떠나는 환자가 해마다 두 배 이상 급증하고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문제시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중국원정수술을 결심한 간이식 환자들. 과연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꼼꼼 챙겨보자.
중국 원정수술 부작용 심각?
현대의학의 발전은 실로 놀랍고 위대하다. 간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으로 간주됐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신문기사에서 ‘사경 속 아버지에게 두 딸이 `듀얼’ 간이식’ , ‘수능 뒤 아버지에게 간 이식하는 여고생’, ‘희귀병 생후 7개월 딸에 간이식…’이라는 기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병증에 노출된 간을 잘라내고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간을 옮겨 붙이는 수술을 실행한다는 것이….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간이식은 주로 말기 간경변에 적용하는 수술이다. 간은 혈관이 무척 발달한 장기여서 이식한 간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출혈을 억제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초기에는 이런 문제로 환자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수술 기술은 물론 수술장비도 예전과 크게 달라 수술 후 1년 생존율이 90%나 된다.
더불어 간이식의 성공률도 높아져 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약 없이 기증자를 기다리는 간이식 대기자들은 많고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궁여지책으로 간이식 원정 수술행을 택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으로 가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는 “중국에 장기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원정을 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장기이식 등록을 해둔 상태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중국행을 택했을 것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약 500여 명의 한국인이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갔다는 중국 텐진의 한 종합병원에는 인근 호텔에서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한국인 환자 수만 50명이 된다고 합니다. 간이식 수술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약 10∼20% 정도 병원비가 싼 편이지만 세계적인 이식수술의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보다 의료수준이 떨어지며 사형수들의 장기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라고 말한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간 수급이 수월하지만 장기 공여자 신원이 불확실하고 위험 부담이 높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보다 의술이 낙후돼 있고, 비위생적이어서 수술 완성도도 크게 떨어지고, 치명적인 감염을 얻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조사자료로 서울대병원 하종원 교수가 지난 9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장기 이식환자 236명을 조사한 결과 32%인 76명이 합병증을 앓았다는 발표가 났다.
이미 숨진 사람이 8명이나 됐고 거부반응으로 수술효과를 못 본 환자도 14.4%나 됐으며 이는 모두 국내 장기 환자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처럼 중국 원정수술은 간 수급이 수월하고, 단순하게 수술비만 보면 저렴할지 모르지만 체재비 등을 감안하면 싸지도 않을 뿐더러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기증의 활성화 필요
최후의 수단으로 중국 원정수술까지 결심하는 이식환자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전문의들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유도하는 등 국내의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간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만도 67명이 뇌사자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서울 중앙병원, 서울 삼성병원에도 각각 100여 명 이상의 환자들이 대기상태에 있다.
이와 함께 어려운 의료현실도 문제이다. 간이식 수술은 평균 10시간 이상이 걸리는 대수술인데 수술실이 항상 모자라는 병원 상황 때문에 생체 간이식을 받으려는 환자들도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4,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 또한 부담스럽다. 간이식 수술은 아직까지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덕종 교수는 “솔직히 이식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사로서 답답한 심정입니다. 현재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아주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보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리고 뇌사자 장기기증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국내 의학계의 간 질환 치료제 개발 및 수술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최근 한국에도 생체부분 간이식을 하는 곳으로는 지난 88년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중앙병원 등이 있다. 더불어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최근에는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간이식 팀은 지난 1992년 처음으로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이래 13년 동안 1,000번째 간이식에 성공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간이식 성공률도 95%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수술을 먼저 시작한 선진국(평균 85%)에 비해 훨씬 높다.
우선 국내의 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1년 생존율은 약 75%, 10년 생존율은 65% 정도이다. 또한 생체부분 간이식의 경우 소아는 90%, 성인은 85%의 1년 생존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성적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간이식의 경우 대부분의 사망은 시술 초기 2개월에 발생하고 1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수술 후 회복되어 퇴원한 대부분의 경우는 1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믿어도 무방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보다 진보된 면역 억제제 및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정상인의 수명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한덕종 교수는“우리나라 이식수술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국내에서 이식수술을 받기를 권합니다. 중국 원정 수술의 합병증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장기이식 수술은 수술만큼 사후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철저한 평가와 검토를 거친 후 이식수술대에 오르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한다.
간이식을 간절히 바라는 환자는 살 수만 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중국원정수술을 결심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원정이식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이 속출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전과 달리 요즘은 사회지도층과 연예인의 움직임을 시초로 일반 시민들까지 자발적인 장기기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좀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을 한다면 밝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지 수술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예후의 합병증을 갖은 고초를 겪으며 감내해야 하는 환자, 이를 돌보는 헌신적 가족애를 통해 새생명을 갈구하는‘간이식’의 의미를 새로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