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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우울증에 대한 우울한 편견들

2005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상큼호

【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도움말 |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민성길 명예교수】

얼마 전 영화배우 이은주 씨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이 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씨의 죽음을 두고 안쓰럽다는 의견과 우울증으로 왜 죽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우리는 흔히 우울증은 자기 맘먹기에 따라 스스로 자가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우울증은 엄연한 질환이다. 평소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우울증의 우울한 편견들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즐겁고 기쁜 감정, 우울하고 슬픈 감정, 화나고 짜증나는 감정 등 다양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때에는 즐거웠다가도 금방 우울해지고, 어떤 때에는 화가 나다가도 금방 좋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고, 이러한 변화는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정서적으로 우울하며 슬픈 느낌을 가질 때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도 하기 싫고, 말하는 것도 귀찮고, 먹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저 우울하기만 하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평소 해오던 직업을 포기하려고 하고, 대답을 할 때에도 최대한 단답으로 느리게 대답한다. 미래의 실패나 거절 등에 대한 불안과 우려 때문에 무슨 일이든 결정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체중이 감소하고 변비, 소화장애, 식욕부진, 두통, 수면장애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정서적 고통은 훨씬 심각해진다. 우울상태 중 가장 심한 혼수성 우울증이 되면 환자는 말이 없어지고, 죽음에 대한 생각에 강하게 집착하게 된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자살이나 살인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편견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민성길 교수는 말한다.

우울증 악화시키는 편견들

편견 하나, 우울증은 병이 아닌 우울한 마음상태이다?

일부 사람들은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울증은 한때의 그저 우울한 기분 상태일 뿐이다. 그들은 그러한 기분은 환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를 약한 소리나 하는 의지박약으로 치부해버린다.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도 우울증은 마음상태일 뿐이므로 스스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울증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단순한 기분 상태가 아니다. 엄연히 하나의 정신과적인 장애이며, 질환이다.

민성길 교수는 “실제로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상태가 아닙니다. 우울증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체질이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편견 둘, 정신과 치료는 미친 사람들만 받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가 방치되는 가장 큰 요인은 치료를 위해서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 = 미친 사람’이라는 이상한 공식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가족이 우울증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사람이라는 편견에 시달릴까봐 무서워 병원을 찾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개 중에는 우울증 환자는 정신병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가장 좋지 않은 편견이다.

“우울증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환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다 미친 사람도 아닙니다. 이 같은 편견은 많은 우울증 환자들을 방치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라고 민성길 교수는 이야기한다.

편견 셋, 우울증은 치료받아도 좋아지지 않는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전문의들은 “이 말만 보더라도 우울증은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쾌될 수 있는 병”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치료받는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편견은 왜 생겨난 것일까? ?아마도 우울증이 재발률이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민성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울증은 한 번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재발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울증은 치료받으면 확실히 좋아지는 병이다. 우울증은 특히 약물 치료 때 완치율이 높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인지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치료 등을 통해서 충분히 완쾌할 수 있는 병이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03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모두 1만 932명이라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의 단계를 거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평생동안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은 남자 5∼12%, 여자 10∼25%일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만 보더라도 우울증은 누구나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나약한 사람이라고,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했다 해서 나 같으면 죽을 용기 갖고 살겠다고, 죽어도 싸다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민성길 교수는 “우리는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함부로 평가하거나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옆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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