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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자율신경조절제? 내분비보조제? 그런 게 어디 있어!

2007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푸름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자율신경 이상으로 오는 질병은 수십 가지요, 내분비기능 이상은 수백 가지로 많고도 많은데, 정확히! 그 중에 어떤 기관이, 무엇 때문에,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되는 것이거늘, 그저 “내분비기능저하”라고 해버린다면, “당신은 병 걸렸다”라는 엉터리 말장난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해석과 연주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그의 부인도 한때는 유명한 성악가였고, 두 딸도 미국 쥴리아드 음악원에 재학 중이다. 가족 모두 얼마나 하모니가 잘 맞을까 부러워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혼자 살고, 아내와 두 딸은 이미 미국사람 된지가 오래 되었다.

그는 늘 바빴으나 문득문득 고독하기도 하였다. 텅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 교수실 소파에서 새우잠으로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입맛이 없고 몸이 전 같지 않았으나, 좀 더 기다려 보자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눈의 초점이 흐려지고, 음식을 먹으면 중간에 걸리는 듯하고, 만사가 귀찮고 피곤하여, 강의는 물론 피아노도 칠 수가 없게 되었다.

몇 군데 병원을 찾아갔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고 피곤하여 그렇다. 신경성 식도염이다.”라고 하였다. 정히 견디기 어려우면 병원에 입원하라고 하여 그렇게 해보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기를 계속 반복하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이 원장으로 있는 유명한 의원에 가게 되었다. 자세한 진찰 후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멋진 진단명에 구체적인 치료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복잡한 치료를 많이 받고 약도 먹고 기치료까지 받았으나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기력과 의욕까지 잃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증상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지나서야 장 교수는 HLA-B8 항원이 강 양성을 보이는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라는 자가면역성 질환임을 진단받을 수 있었고, 진단이 옳으니 치료 또한 옳게 접근되었다.

삶을 포기하는 사태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일 정확한 진단이 더 늦어졌더라면 돈, 약, 생명을 손상하며 그는 불구자가 되어 생을 마감해야만 했을 것이다.

요즘들어 장 교수 같은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 ‘자율신경실조증’도 있을 수 있고 ‘내분비기능저하증’도 있을 수는 있으나, 정녕 그런 진단을 붙이고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자율신경 이상으로 오는 질병은 수십 가지요, 내분비기능 이상은 수백 가지로 많고도 많은데, 정확히! 그 중에 어떤 기관이, 무엇 때문에,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되는 것이거늘, 그저 “내분비기능저하”라고 해버린다면, “당신은 병 걸렸다”라는 엉터리 말장난과 다를 바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요즘 내분비기능저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그것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 대표적인 내분비기능 저하증인데, 그것은 그런 병 하나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만성신부전과 심장질환, 고혈압, 뇌졸중, 말초신경염, 시력장애, 피부질환, 치매…등으로 줄줄이 그 후유증이 뻗어간다.

그러나 아무리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들을 몽땅 싸잡아서 ‘내분비기능저하증’이라거나, ‘면역기능저하증’이라거나, ‘혈액순환장애’라거나, ‘자율신경실조증’이라거나, ‘신경성’이라는 유행하는 진단이나 받으며 두루뭉실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무섭고 크고 힘든 기계 속에 들어가면서, 전혀 필요도 없고 해로운 검사를 하며 큰돈을 버리고 세월을 낭비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불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연한 질병들이야말로 정말 더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진단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막연한 진단과 막연한 치료로 맞서다가는 패가망신이 적격이다.

이에는 적절한 호르몬정량검사, 자가항체면역검사, 미세성분 검출 등 혈액정밀분석을 통하여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져야만 조기치료가 진실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질병이든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인 데도, 그 ‘원인’을 찾지 않고, 그 ‘증상’이 곧바로 원인인 것처럼, 그 ‘증상’이 곧바로 ‘진단명’인 것처럼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진단은 치료를 위한 것이다. 길도 있고 방법도 있다. 그러나 진리와 진실이 유행하는 말들 속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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