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심윤상 박사】
보통 흡연을 하게 되면 폐암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폐암 외에도 흡연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손꼽히는 암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후두암이다. 흡연과 더불어 과음 등 음주도 후두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술과 담배의 합작품 ‘후두암’을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허~ 참… 이렇게 됐어도 누굴 탓하겠어요.” 이 말조차 힘겹게 하는 D씨. 40년 간 줄기차게 피어온 담배와 술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D씨에게 선물한 것은 이름도 생소했던 후두암이었다.
“내가 폐암 걸릴까 걱정은 더러 했었지만 솔직히 후두암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지요.” 이미 수년 전의 일. 기침이 나온 것 이외엔 딱히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지만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지속되는 기침과 목에 무엇인가 만져지는 것이 의심스러워 병원을 찾았고 결국,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
죽는 것보다 목소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하지만 수술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목소리는 보존할 수 있었지만 예전과 똑같은 목소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D씨. “술, 담배 끊기 어렵지요. 하지만 저처럼 방심했다가 큰 코 다칠 때가 와요. 그러니 몸이 망가지기 전에 금연, 금주하세요.”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이름도 생소한 후두암, 후두가 뭘까?
후두암! 조금 생소하지만 흡연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암 중의 하나다. 후두암은 음주, 바이러스 감염, 소금에 절인 육류, 위식도역류증, 만성 자극, 공해, 유전적인 소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지만 일등공신은 흡연이다.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심윤상 박사는 “후두암에 걸린 사람들을 조사해 보면 대부분이 흡연과 음주력이 있었다.”며 “하루에 한 갑 반을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4.4배 높고, 하루에 두 갑 이상 피우는 사람은 10.4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간접흡연도 후두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후두는 흔히 목젖이라고도 하며 목의 중앙에 위치한 기관이다.
이렇듯 보잘것없이 작아 보여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후두. 우선 호흡을 하는 기도일 뿐 아니라 말을 할 때 목소리를 내게 하는 기능을 한다. 또 음식을 섭취할 때 기도흡인(사래)을 막는 역할을 하고 음식물이 잘 넘어가게 도와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후두에 문제가 생기면 이 모든 것들이 힘들어진다.
술·담배가 주원인, 목소리 변하면 의심해 봐야
후두암은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 발병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흡연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 가서 후두경이나 후두내시경 등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흡연자가 아닐지라도 목소리가 변하거나, 인후두의 막연한 불편감, 음식을 삼킬 때 느끼는 이물감 등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즉시 이비인후과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후두암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쉰 목소리이다. 이는 후두 중에서도 성대에 암이 생긴 경우에 해당되는 증상이다. 암이 성대 위쪽 부분에 생기면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음식 섭취시 약간의 통증,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감기와 비슷한 인후통 증상을 보이다가 진행이 되면 호흡곤란 및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심 박사는 “특히 40대 이상의 남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도 후두암일까? 의심되는 징후들
▶?암이 성대에 생긴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냄새나는 가래나 각혈이 나온다.
▶?암이 성대 위쪽에 생긴 경우
·후두의 불쾌감과 이물감이 느껴진다.
·음식물을 삼킬 때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음식을 섭취할 때 통증이 있다.
▶?암이 목 임파절로 전이된 경우
·목에 혹이 만져진다.
▶?암이 진행된 경우
·체중감소, 입 냄새, 기침, 각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후두암 예방은 이렇게…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암이 발병하면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한다. 암을 조기 발견해 수술을 할 경우 구강을 통해 레이저와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로 목소리를 보존하면서 암을 절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치율도 높은 편이다.
반면, 암이 진행되면 피부를 절개하고 후두의 일부분 또는 후두를 전부 제거하므로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공기 및 전기를 이용하는 음성재활을 통해 일부분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항암제의 발달로 음성을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 낙담을 하기에는 이르다.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두암을 예방하는 일일 터. 심 박사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을 하고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하면 그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또 위산이 역류하면 후두의 점막에 만성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후두암의 위험이 2.1배 증가된다.
따라서 술이나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과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는 육류나 계란류의 섭취를 자제하는 대신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도록 한다. 특히 토마토에 있는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은 후두암을 예방하는 데 좋은 물질이다.
후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술·담배와 절교를 하면 당신의 목소리는 영원히 당신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