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
나른하세요? 피곤하세요? 졸리세요? 기분이 꿀꿀하시다고요? 그래서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갈증이 나서 벌컥 벌컥 들이마신 탄산음료, 거래처 손님과 함께 마신 홍차 한 잔, 피곤해서 마신 자양강장제 한 병, 머리가 아파서 먹는 진통제,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고 먹는 초콜릿…. 이들의 공통점은 카페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카페인 함유식품. 혹시 이런 카페인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힘들지 않나요? 카페인, 당신의 생활 속에 얼마나 자리잡고 있는지 알아보자고요.
일어나서 몽롱한 정신을 일깨워 줄 블랙커피 한 잔을 빈속에 들이키고 나서 출근 후 습관처럼 인스턴트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업무 시작. 그리고 점심식사 후 입가심으로 달달한 Take-out 커피 한 잔, 3~4시경 졸음을 쫓기 위해 혹은 오후의 나른함을 달래기 위해 또 커피 한 잔, 친구와 저녁 식사 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커피 전문점으로 달려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집에 와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으로 마무리를 하는 자칭 카페인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는 B양.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여기에 중간 중간 커피 몇 잔이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라고. 어디 그뿐인가. 그녀가 커피와 함께 먹는 각종 과자나 초콜릿까지. 요즘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며 이를 줄여보겠다고 마시는 녹차와 홍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B양, 이쯤 되면 중증 카페인 중독자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비단 그녀만의 문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그녀 못지 않게 알게 모르게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내 활력의 구세주 ‘카페인’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는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졸음을 쫓아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므로 학습능력 및 육체적·정신적 업무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순환기계의 운동을 늘리고 기관지 확장, 담낭수축, 위장관의 운동성을 증가시키며 이뇨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신체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카페인은 인체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당량을 섭취하면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즉 하루 적정 섭취량인 200~300mg(내려 마시는 커피를 기준으로 2~3잔 정도)을 초과해 지속적으로 과잉 섭취하게 될 경우 안절부절못하거나 자극과민 불안, 수면장애, 두통, 얼굴상기, 구역이나 설사 등의 위장관 자극증상,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산모의 경우 하루 200~300mg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우리나라 식약청에서 제시한 안전한 카페인 1일 섭취 기준은 ▲성인은 하루 400mg 이하 ▲임산부는 하루 300mg 이하 ▲어린이는 체중 kg당 2.5mg 이하이다.
극단적인 예로 카페인을 10g 이상 섭취하게 될 경우 간질발작, 호흡곤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적절한 양의 카페인 섭취가 중요한데, 문제는 우리가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이 하루 적정량을 훌쩍 넘기기 쉽다는 데 있다.
커피 이외에 약이나, 각종 탄산음료, 과자,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을 주변에서 손쉽게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말씀!
2007년 식약청에서 제시한 카페인 섭취 가이드를 살펴보면 흔히 즐겨 마시는 ▲커피믹스 1봉(12g)에는 평균 69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캔커피 1캔(175ml) 74mg ▲녹차 1잔(티백 1개) 15mg ▲콜라 1캔(250㎖) 23mg ▲초콜릿 1개(30g)에 16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카페인 중독을 진단하는 정확한 진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만날 카페인을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거나 섭취량을 줄였을 때 ▲매우 피곤하거나 졸림 ▲매우 불안하거나 우울해짐 ▲구역이나 구토 증상등을 보일 경우 카페인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낮에 카페인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밤에 숙면을 방해받게 된다.
“낮에 카페인 섭취를 과다하게 할 경우 잠을 오랫동안 자도 수면의 깊이가 얕아지고 잘 깨기 때문에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 없게 됩니다. 이렇게 만성적인 카페인에 의한 수면 방해가 누적되면 낮 동안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이 불안정해지며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자주, 더 많은 양의 카페인 음료를 찾게 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라고 설명하는 박현아 교수.
따라서 이런 경우 카페인 섭취를 줄여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카페인 섭취를 줄일 때도 요령이 있다.
카페인을 줄이기로 결심했다면 단번에 확~ 줄이는 것보다 점차적으로 줄여야 중독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다.
카페인 사슬 끊기
♠ 하루에 마시는 카페인 음료의 섭취를 한 잔씩이라도 줄여본다.
♠ 음식물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 불필요한 카페인 섭취를 줄인다.
♠ 두통약, 감기약, 진통제 등을 선택할 때 성분표를 보고 카페인이 없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카페인이 첨가되지 않은 약을 요구한다.
♠ 가급적 디카페인 커피나 음료를 마신다. 디카페인 커피의 맛도 일반커피와 다르지 않다.
♠ 커피를 내려 마실 때는 가능한 짧은 시간에 내려 마신다.
♠ 커피나 카페인이 함유된 차를 티백으로 마실 경우 물에 담그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 피곤하고 나른하다면 피로회복제나 커피 대신 잠시 바깥에 나가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쐬거나 운동을 한다.